[오피니언] 상실에 대처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자세 - 사랑하는 당신에게 [영화]

제르망이 알려주는 '상실' 대처법
글 입력 2023.09.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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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존재를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한 순간에 아내를 잃은 제르망이 아내의 상실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지를 다루고 있다. 원제 에서 추측해 볼 수 있듯, 제르망은 아내의 빈자리를 춤을 통해 채워나간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의 황혼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제르망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상실에 대처하는 사랑의 모습


 

영화는 제르망과 리즈의 단란한 은퇴 후 일상을 비추며 시작한다. 무용단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은 리즈는 제르망에게 공연과 연습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말하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얼마 뒤 아내는 예기치 못하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고 만약 서로 혼자 남게 된다면 먼저 떠난 상대가 하고 싶었던 일을 완성하기로 한 부부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르망은 리즈 대신 무용단에 입단하게 된다.

 

반면,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은 제르맹을 걱정하는 가족들은 역할을 분담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제르망을 보살필 계획을 세운다. 빡빡한 시간표로는 모자랐는지 이웃인 엘리자베스에게도 부탁해 제르망의 식사와 하루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모르를 지켜보게 한다. 자신을 걱정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제르망에게 필요한 것은 빈틈없는 보호가 아니라 아내와의 시간을 추억하고 그녀를 추모하는 시간이다.

 

리즈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가 무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이 자신의 무용단 입단도 반대할 것이라 생각한 제르망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춤을 춘다는 사실을 비밀로 한다. 가족들에게 숨겨가면서까지 입단한 무용단이지만, 생전 춤을 춰본 적 없는 제르망에게 무용의 세계는 낯설기만 하다. 전문 무용수들과는 다르게 선을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한 레깅스를 입는 것도, 몸을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심지어는 단순히 그저 몸에 힘을 뺴고 바닥에 가까워지는 몸짓마저도 제르망에게는 모두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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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리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르망은 성실하게 매일 연습을 나간다. 그 과정에서 제르망은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점점 더 빠져들게되고 연습실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춤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춤에 빠질 수록 제르망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감추어야 할 것들이 늘어나지만, 제르망의 일상은 가족들에게 빈틈없이 돌봄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리즈를 보내주는 일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내가 떠난 뒤에도 제르망은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그 편지에서 제르망은 춤에 더 익숙해지고 춤을 사랑하게 될수록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고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여전히 당신이 그립지만 종종 삶이 재밌고 웃음이 난다고 고백한다.

 

결국 제르망은 무사히 자신이 주인공인 공연을 가족들의 성원 아래 마친다. 공연이 끝난 뒤 후련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미소로 공연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는 제르망의 표정을 보면 리즈와의 약속을 지킨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는 아내를 보내 준 것 같다. 

 

 

 

상실을 치유하는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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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에게>에는 세계적인 무용수 '라 리보트'가 직접 등장한다. 그녀는 제르망이 입단한 무용단을 이끄는 무용수를 연기한다. 그녀는 제르망에게 몸짓이 가지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전달하고 싶은 감정에 집중하고 몸짓을 통해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라 리보트는 제르망과 리즈의 사연을 듣고 원래 계획되어 있던 공연의 안무를 모두 뒤엎고, 제르망을 주인공으로 하는 공연을 새롭게 기획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단원의 반대도 있었지만, 라 리보트는 춤의 핵심은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비롯되는 몸짓이라 단언하며 그녀의 선택을 고수한다. 제르망의 몸짓은 리즈를 보고 싶어하는 그리움을 담고 있었고 그 몸짓을 통해 결국 제르망은 무대에서 그리워하던 리즈의 온기와 흔적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하는 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 그녀를 마침내 보내 줄 수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의 감독 델핀 리허리스는 현대무용이 가진 힘을 영화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공연의 안무는 모두 실제로 세계적인 무용수인 라 리보트가 창작했으며, 화려한 기술보다 현대 무용이 몸짓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집중했다. 영화 내내 델핀 리허리스 감독은 무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다소 추상적인 과정을 관객이 조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다. 

 

상실에 대처하는 제르망의 태도를 보며 사랑의 아름다움과 몸짓에 담긴 따듯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다. 

 

 

[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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