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픽션'으로 인생 첫 전석 매진, “행운 같은 작품이에요” - 뮤지컬 '더 픽션' 박준형 배우

글 입력 2023.08.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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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삶이란 때때로 한 편의 소설보다 소설 같으며

한 사람은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거짓과 진실, 선과 악, 픽션과 논픽션을 다루며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 <더 픽션>이 2018년 초연 이후 올해 5주년을 맞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32년 미국 뉴욕에서 작가 그레이 헌트의 소설 속 살인마 블랙의 범행이 현실로 재현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더 픽션>은 빠르게 휘몰아치는 스토리와 재미, 감동까지 더해져 이번 사연 공연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휴 대커 역으로 활약 중인 박준형 배우와 만났다. 소설 연재를 담당하는 기자 와이트 히스만과 작가 그레이 헌트와 함께 3명의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작품에서 휴 대커는 혜성처럼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살인마 블랙과 작가 그레이 헌트의 관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과거를 조사하는 휴 대커, 그리고 박준형 배우가 있다. 박준형 배우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매번 시원한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로 사랑받으며 공연마다 감동을 전하고 있다.

 

냉철하면서도 논리적인 젊은 형사 휴 대커로 변신한 박준형 배우는 작품과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다고 전하며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뮤지컬 <더 픽션>은 “행운 같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공연이 9월에 끝나는 게 아쉽다”라고 덧붙이며 작품을 더 길게 하고 싶다는 소망까지 드러냈다. 그에게 <더 픽션>의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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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뮤지컬 <블루레인>으로 데뷔하여, 연극 <쉬어매드니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활약하셨죠. 이번 작품 <더 픽션>에서 사건을 냉철하게 파헤치는 형사 ‘휴 대커’를 맡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더 픽션>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휴 대커 형사가 조사하는 과정을 담았어요. <쉬어매드니스> 때는 귀여운 느낌의 형사를 맡았는데 이번에는 냉철한 형사를 맡아서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너무 좋은 선배, 형들이랑 작품을 같이 하게 되어서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했고요. 지금은 매일 감사하게 계속 공연하고 있습니다.

 

 

'휴 대커'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배역에 대한 어떤 첫인상이 있었나요.


<더픽션>에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대본을 받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 있게 읽어서 참 재밌었고요. 그래서 휴 대커 역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던 거 같아요. 이전까지는 작품 대본을 보면 ‘어떻게 연기하지’와 같은 고민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더 픽션>은 글로 읽기 시작할 때부터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빠르게 작품과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또 신기하게도 서울예대 동문 배우분들과 <더 픽션>에 함께 하게 되어 참 좋았어요. 제가 1학년 때 학회장이었던 민수 형(황민수 배우)도 계셨고요. 휴 대커에 캐스팅되었을 때 민수 형이 계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학교에서 뮤지컬 연기 제일 잘하시는 분이었고 어려운 존재이자 선배로 바라봤어요. (웃음) 되게 먼 선배 느낌이었죠. 그런데 작품에 들어와서 형이랑 연습하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정말 잘해주시기도 하고요. 도빈이 형(김도빈 배우), 호승이 형(최호승 배우)도 너무 잘 챙겨주시고요. 성원이(홍성원 배우)는 이미 너무 잘하는 친구죠.


 

6월 말부터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계시죠. 현재 진행형인 뮤지컬 <더 픽션>을 함께하며 어떤 루틴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나요?


공연에 올라가기 전 5분 정도 백스테이지에서 기도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어요. 종교는 따로 없지만 꼭 기도를 합니다. ‘오늘도 공연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노래하겠습니다’와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무대에 들어가요. 그 마음가짐 하나로 계속 공연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감사하죠. 신인 배우로서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경험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해요.


지난번에는 제가 오르는 공연이 매진된 적이 있어서 매진 공약으로 400명 관객분들께 모두 도장을 찍어드린 적이 있어요. 살면서 공연이 매진된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웃음) 그때 한 분씩 직접 뵈면서 “공연 잘 봤다”라고 말씀을 들어서 너무 감동받았고요. 아마 팬분들만큼 혹은 팬분들보다 더 제가 신났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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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휴 대커는 기자 ‘와이트 히스만’과의 대화를 통해 와이트 히스만과 작가 ‘그레이 헌트’의 관계를 서서히 알아가게 되죠. 진실과 거짓,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끝없이 사건의 방향을 찾아가는 인물로서 특별히 연기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기자 와이트의 대사 중에 “법은 정의를 말하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죠.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은 오로지 자기 몫이니까”라는 말을 휴 대커한테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제가 따로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와이트한테 그 말을 듣고 제 리액션을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휴 대커가 부패한 형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임감과 정의감이 있는 형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와이트가 그 대사에서 언급하는 ‘법’은 부패한 경찰과 형사를 의미하죠. 와이트는 과거의 불행한 기억으로 인해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요. 휴도 결국 와이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의미를 알았을 거라 생각해요. 본인은 부패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 집단에 속해있으니까 와이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알았겠죠.

 

그래서 와이트가 그 대사를 했을 때 저는 휴 대커로서 경찰을 대표하는 입장이 되어 와이트를 차마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미묘한 죄책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와이트가 그 대사를 하려고 할 때 제 미묘한 리액션과 표정, 몸짓을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휴 대커의 단독 넘버 <최악의 소설>에서 박준형 배우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가사 하나하나에 모든 감정을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객들에게 박준형 배우가 부르는 <최악의 소설>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넘버 <최악의 소설>에서는 제 연기와 노래가 돋보이는 것보다도 장면의 목적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휴 대커가 와이트를 비난하는 모습을 통해서 와이트라는 인물이 점점 더 무너지는 걸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작가 그레이한테도 “너의 소설은 쓰레기 같은 소설이야”라고 말함으로써 두 인물이 점점 무너지는 모습을 극대화하길 원했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휴 대커가 아닌 살인마 '블랙'으로 등장해서 <낙인>을 부를 때는 어떤 포인트를 특히 신경 쓰는지도 궁금하네요. 휴 대커로 극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함께하다, 후반부에 블랙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죠.


극 중 살인마 블랙으로 등장할 때는 특히 <낙인> 넘버에서 흉성을 많이 쓰고 있어요. 흉성이 가슴을 울리는 소리거든요. 제가 연기하는 휴 대커랑 블랙은 다른 인물이기에 음성적으로도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또 음악 감독님께서도 두 인물 간의 다른 소리를 강조하시기도 했고요. 조금 더 무겁고 웅장한 소리를 내어서 어둡고 악한 존재인 살인마로서의 블랙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또 관객분들이 듣기에는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휴 대커로서 넘버를 부를 때는 머리 전체를 울리는 두성의 소리를 많이 써요. (웃음) 상황에 따라서 흉성과 두성을 번갈아 쓰고 있습니다.

 

 

<더 픽션>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대사 중에서도 특히 가장 애착이 가는 대사가 있나요?


“작가님의 선택은 당신을 위한 거였을 겁니다”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휴 대커도 맨 처음 두 인물의 중심사건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와이트에게 찾아갔는데요. 이후 와이트에게 하나하나 과거의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죠. 그리고 이 대사는 휴 대커가 지금까지 벌어진 많은 사건과 의미를 이해한 후에 와이트에게 건네는 말이에요.


휴가 이 대사를 하면서 그레이가 쓴 편지를 와이트에게 전달해요. 와이트에게 그레이가 한 행동의 이유를 알려주기 위한 거였죠. 이를 통해 와이트가 그레이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생기고 다음 장면으로 이어져요. 이 대사가 저한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핵심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스팅마다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더 픽션>이죠. 박준형 배우가 맡은 휴 대커만의 유니크한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 노래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노래를 시원하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분들께서 더운 여름에 시원하고 뻥 뚫린 느낌을 받고 싶으시다면 저를 보러 와주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웃음) 예전에 군악대에서 활동했을 때 성악과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경험이 참 도움이 됐어요. 그 친구들한테 노래를 많이 배웠거든요.


또 <더 픽션>에 함께하시는 황민수 선배님이 이번 시즌 휴 대커 배우들한테 힘 있고 집중력이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또 열정 있는 형사들이라고도 하셨고요. (웃음) 예전 시즌보다 휴 대커 배우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다 보니 그렇게 봐주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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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연 공연에서는 13명의 배우가 <더 픽션>을 이끌어가는데요. 연습 과정에서 팀워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팬들이 많이 궁금해하실 거 같아요.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나요.


<더 픽션> 배우 중에 저랑 이름이 비슷한 분들이 있어요. 준영, 준혁, 준형. 이렇게 세 명이 있어요. 세 명이서 런을 돌았던 날이 있었는데 다른 분께서 “준영이는”이라고 말씀을 시작하시니까 셋 다 자연스럽게 한 분을 같이 쳐다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이름이 비슷하니까 생기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고요.


또 연습실에 회전 무대가 들어온 것도 정말 신기했어요. 네 번째 시즌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회전 무대가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회전무대가 연기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회전무대에 바로 올라가면 몸이 살짝 흔들리는데 연습실부터 미묘한 흔들림까지 미리 방지하고 연습하다 보니 실전에서는 더 자연스럽게 회전 무대에 오르게 되어요. 이제는 회전 무대 올라갈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자신 있게 올라갑니다. (웃음)

 

 

<더 픽션>에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작품을 처음 만나는 관객분들에게 힌트를 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종이 날리는 장면을 주목해 주시면 좋겠어요. 잘 날리면 정말 멋진 씬이 나오거든요. 저는 종이를 못 날리는 편이라 매번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열심히 노력해도 언제 한 번은 날린 종이들이 그대로 수직 낙하했을 때도 있어서 정말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이제는 처음부터 종이를 잡을 때 서로 안 달라붙게 되게 신경 쓰고 잡아요. 이제 저는 종이 날릴 때가 제일 긴장되는데 그만큼 잘 던지면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니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또 <낙인> 넘버 때는 노래의 박자, 조명, 안무 세 요소가 완전히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희 공연의 묘미인 거 같아요.


 

박준형 배우에게 뮤지컬 <더 픽션>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공연인가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처음 알게 된 관객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팬분들이 써주신 편지 읽는 게 되게 좋아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쓴 편지를 읽어보면 힘이 되는 말씀도 많아서 매번 용기를 얻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씩 에너지가 떨어질 때 팬분들 편지를 꺼내서 읽어봐요.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우울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받고 있는 편지를 차곡차곡 다 모아두고 있어요. 지금도 거의 조그만 박스 안에 가득 차기 직전이에요. (웃음) <더 픽션>은 저한테는 행운 같은 작품이에요.

 


10년 뒤 박준형 배우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솔직하게 정말 큰 거 안 바라고 10년 뒤에도 그저 무대에 서 있으면 좋겠어요. 연기가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니까요. 그때도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으면 가장 좋은 게 아닐까요. 끊임없이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38살이네요. 아마 <더 픽션>이 15주년일 텐데 그때는 그레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박준형’ 하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불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 픽션>하면서 기립박수를 처음 받아봤어요.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늘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관객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공연 후반부에는 스페셜 캐스트로 나오시는 선배님들과 새로운 시너지가 있을 거 같아요. 초연부터 함께하신 박유덕, 주민진 선배님과 삼연부터 함께하신 정동화 선배님께서 선보이실 모습도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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