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일상으로 들어온 예술을 말하다

‘아트플렉스’ 담당 현대백화점 중동점 김찬우 선임 인터뷰
글 입력 2023.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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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렉스 중동 포스터.png

 

 

2023년,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건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는 상업적인 요소가 모두 제거되어야만 예술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미술관에 걸리는 회화가 인터넷에 연재되는 웹툰보다 우월할 것도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은 '작품'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상품을 더 돋보이도록 만드는 가게 인테리어도, 기업이 홍보를 위해 올리는 SNS 콘텐츠도 예술의 영역이 된다. 그러므로 예술을 매개로 한 문화재단과 사기업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리는 '아트플렉스 2023'은 부천문화재단과 현대백화점 중동점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번 행사는 백화점이라는 일상적이고 상업적인 공간에서 누구나 쉽게 예술을 향유하고 구매도 해보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부천시의 시 승격 50주년과 현대백화점 중동점의 스무 살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올해로 1회째인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그중 현대백화점 중동점의 김찬우 선임을 만났다. 부천에서 20년을 살았고, 이제는 부천에서 일한다는 그에게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동네 아트 페어 포스터.png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트플렉스’는 어떤 행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천문화재단과 현대백화점 중동점이 함께 기획한 문화예술 행사로, 운영 기간 동안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양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동네아트페어’에서는 부천문화재단에서 선정한 50명의 예술가의 작품을 백화점 곳곳에서 만나고 구매도 할 수 있습니다. ‘도시사파리 예술시장’에서는 수공예 작가님들의 굿즈를 사고 직접 공예작품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어요. 부천시는 시 승격 50주년을, 저희 현대백화점 중동점은 이제 만으로 20살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선임님은 이번 행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판매기획팀에 소속되어 판촉 담당으로 일하고 있어요. 카카오톡 채널 관리, SNS 홍보 등의 업무를 주로 합니다. 이번 행사의 경우 부천문화재단과 함께하기 때문에 재단의 홍보팀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문화재단의 협업은 이례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예전에는 백화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상품을 얼마나 할인해 판매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요즘은 더현대 서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백화점에 오는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게 큰 과제가 되었어요. 그랬을 때, 예술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게 없는 듯해요. 좋은 예술작품은 시간을 뛰어넘고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죠.


원래도 백화점에 갤러리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소수의 VIP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큐레이터가 와서 작품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식이었죠. 최근 백화점에서 기획하는 예술 콘텐츠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추려 고민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최민식.jpg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진행한 최민식 회고전

 

 

그럼 선임님이 근무하는 동안 ‘아트플렉스’ 이전에 이렇게 예술을 매개로 한 큰 행사가 또 있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근무하는 동안 있었던 큰 행사 중 기억에 남는 건 지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했던 행사예요. 당시 최민식 배우님이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이라 저희 백화점 문화홀에서 강연과 토크쇼를 하셨죠. 1층에서는 최민식 회고전도 열렸어요. 요즘은 본사에서 이런 행사에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아트플렉스’ 역시 올해 잘 마무리된다면 해마다 열리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최근에 백화점에서 젊은 층을 겨냥한 팝업 스토어나 행사가 많아진 것 같아요.


딴 얘기일 수 있지만, 예전에 저희 점장님께 피카소의 예술과 고흐의 예술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고흐는 그림에만 몰두한 예술가인 반면 피카소는 그림은 하나의 형식일 뿐, 누구나 쉽게 작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고 작가의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어야 된다고 여겼대요. 고상하고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예술을 지향한 거예요.


고흐의 예술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백화점은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피카소 같은 관점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것 같아요. 고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다루려 하죠.

 

 

썸머파라다이스 1.jpg

아트브릿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썸머 파라다이스'

 

 

이번 ‘아트플렉스’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될까요?


맞아요. ‘아트플렉스’ 역시 예술을 매개로 백화점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는 새로운 시도죠. 그 외에도 최근에는 백화점 내부에 비어 있는 공간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활용하려 해요. 


저희 점포의 경우 유플렉스 관과 본관을 잇는 통로를 ‘아트 브릿지’라 명명하고, 9층 빈 공간도 ‘갤러리H’라는 이름을 붙여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도 아트 브릿지에는 ‘썸머 파라다이스’라는 제목으로 세 작가님과 전시를 진행 중이에요.


 

'아트플렉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네아트페어'가 시작되면 정말 많은 작가님의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참여 작가 중 선임님이 주목하는 작가 또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고주안 작가님의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라는 작품이요. 그림 자체는 좀 난해해 보일 수 있는데, 작품명을 보고 나니까 확 와닿더라고요. 이 그림을 보고 예술은 어렵고 고상한 게 아니라 '작가의 일기'라고 했던 피카소가 다시 떠올랐어요. 그림에서 바로 느껴지더라고요.

 

 

고주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jpg

고주안 작가의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행사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선임님이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일단은 안전입니다. 별일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 아트 ‘페어’이기 때문에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판매도 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대다수 사람에게 그림이란 미술관에 가서 보거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거지 구매한다는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하실 것 같아요. 구매까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번 행사는 그런 문화 자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두려 합니다. 


예술이라는 게 어렵지 않고 우리 삶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자신만의 예술 취향을 찾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백화점 곳곳에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니까 꼭 마음먹고 아트플렉스에 오시는 게 아니더라도 다른 일로 오셨다가 편안하게 둘러보시고 가면 좋겠습니다.

 

 

앞서 ‘아트플렉스’에서 자신만의 예술 취향을 기를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선임님의 예술 취향은 어떤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평소 전시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최근에 작고하신 후 관련해 올라온 글을 읽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은 주인공이 되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주로 영화음악을 작업했는데, 오로지 그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충실했던 거죠. 


예를 들어 <마지막 황제>는 프랑스 감독이 만든 중국 이야기인데 일본인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게 된 독특한 영화에요. 여러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혼재되어 있기에 음악을 만들 때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그런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영화에 딱 맞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게 놀라워요.


그러고 보니 저 역시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 되어주는 예술에 끌리는 것 같아요. 백화점에서 근무하다 보니 매대 하나, 실내장식 하나도 상품이 좀 더 돋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는 게 보이거든요.

 

 

도시사파리 포스터.png

 

 

자기만의 예술 취향을 기르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추천하실 게 있을까요?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독서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저는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예술을 즐기고 그걸 내것으로 체화할 수 있는지 많이 배웠어요.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읽어보며 예술을 내 삶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직접 미술관에 찾아가 보면 좋아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가기로 결심했다면 미술관만 가지 말고 주변에 좋은 카페나 가게도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한 영감과 관점은 일상 곳곳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선임님이 직접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만들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백화점을 포함시킨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다양한 예술 공간을 지정해 놓고, 한 군데 방문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는 거죠. 그걸 모아서 백화점에 가면 상품을 지급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이미지: '동네아트페어'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김규학 작가의 '바람과 빛'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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