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김없이 돌아오는 아침을 거부하고 싶을 때면 [도서/문학]

트리나 폴리스,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고
글 입력 2023.08.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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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으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벌써 12시네…. 또 아침이 오면 내일이 시작되겠지." 한숨과 함께, 내게 초인적인 능력이 있다면 시간을 멈추고 아침이 찾아오지 않게 만들고 싶다. 왜 다가오는 아침을 거부하고 싶을까?

 

아마 그 이유는 내일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일 것을 아기 때문이다. 학교 혹은 회사에 나가, 공부나 일을 하고, 먹고, 마시고, 자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 지독한 타성에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으나, <어린 왕자>와 나란히 어른들의 동화로 꼽히고 있다. 책에 수록된 소개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사람에 관한, 혁명에 관한,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에 관한 것이고 학생들과 그 밖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줄무늬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다. 줄무늬 진 작은 애벌레는 태어나 세상의 즐거움을 잠시 맛본 뒤, 자기가 태어난 곳 바깥세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먹고 자라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자신이 지내던 곳을 나와 모험을 시작했다.

 

모든 게 새롭고 황홀했던 것도 잠시, 자신과 같은 수많은 애벌레가 모여 있는 높은 기둥을 발견한다. 너무 높아 기둥 끝에 무엇이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 애벌레들은 모른다. 그저 오를 뿐이다. 그리고 오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위해 남을 짓밟아 가며 오를 필요성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노랑 애벌레를 만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밟아 올라갔다. 얼마 못 가 다시 노랑 애벌레가 있는 곳으로 내려온 줄무늬 애벌레는 자기 행동을 사과한다.

 

서로를 알게 돼 행복했는데, 올라가기 위해 우리가 서로를 밟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두 애벌레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답을 내렸다. 그들은 땅으로 내려가 함께 풀을 먹으며 행복해지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동안 힘겹게 올라갔던 걸 뒤로 한 채 땅으로 돌아간다.

 

다시 돌아온 지상은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반복되니 회의감이 찾아왔다. ‘과연 다시 내려온 게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기둥의 끝에 정답이 있으면 어쩌지.’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랑 애벌레는 땅에 머물기를 선택해 결국 두 애벌레는 헤어진다.

 

땅에 홀로 남은 노랑 애벌레는 함께 하는 이가 없어 같은 행동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늙은 애벌레를 만난다. 그에게서 ‘나비’, 애벌레가 궁극적으로 되어야 하는 존재와 나비가 되기 위해서 애벌레의 삶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지 못하는 길에 두려움이 일었지만, 변화를 위해 노랑 애벌레는 스스로 고치를 만든다. 반면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을 다시 오르던 중 반전 사실을 알게 된다. 삶의 정답 같았던 기둥은 사실 같은 게 수십 개나 있으며 기둥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애벌레들은 아래 애벌레들이 고생하도록 일부러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밑에서는 기둥이 무너지도록 흔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기둥의 진실을 두고 갑론을박으로 정신이 없던 와중 노랑나비가 나타난다. 노랑나비는 기어갈 필요 없이 두 날개로 손쉽게 줄무늬 애벌레가 있는 곳으로 왔다.

 

전혀 다른 외관이지만 어딘가 노랑 애벌레를 닮은 나비. 마침내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다른 애벌레들과 싸우는 일을 그만두고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것인지 의심하는 일도 그만두고 당당히 땅으로 내려간다.

 

노랑나비의 안내로 찢어진 고치가 남겨진 나무로 도착한 줄무늬 애벌레. 그 역시 스스로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든다. 점점 어둡고 현재를 포기해야 하는 사실을 견디며… 시간이 흐르고 줄무늬 나비가 된 애벌레. 이제 스스로 걱정하고 의심하는 애벌레에서 벗어난 두 나비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두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은 자신의 참모습과 자아를 찾아 떠나는 많은 이들에게는 꿈과 위로와 응원을, 절망의 끝에 서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선사해 준다.

 

나는 이 책을 대학교 합격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은사님께 선물 받았다. 하루가 힘들었던 어느 날 읽게 된 책 속 애벌레들의 삶은 인간들의 삶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일을 으레 따라 한다. 그리고 되레 질문하는 자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그런다고 변하는 게 있니?’라고 비꼰다. 하지만 줄무늬 애벌레의 고생처럼 스스로 답을 찾지 않는 과정이 없는 모험은 결국 다시 처음을 반복하게 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가 목표도 없이 올라가려고만 하는 일상을 꼬집는다. 현재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용기와 믿음을 갖고 참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세상의 관점에서는 노랑 애벌레는 가장 빠른 실패자일 것이다. 남들 다 가는 기둥을 가지 않고 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는 게으른 사람. 하지만 노랑 애벌레는 적어도 스스로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파악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중간에 사라져 행복의 의미가 퇴색됐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택한 일 – 땅에서 기다림-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용기의 대가일까. 노랑 애벌레는 목적의식을 잊은 채 위로만 올라가는 애벌레들보다 빠르게 나비가 된다. 성공, 성취에 집중하지 않고 정체성, 목적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나만의 정답을 찾았다면 당당하게 그 선택을 고수하는 것이다. 노랑 애벌레와 줄무늬 애벌레처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내일 아침을 거부하고 싶은 밤, 내 참모습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아침을 맞기 위해 이 책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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