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다 [공연]

글 입력 2023.08.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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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두 청년이 있다.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이다.


둘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실은 와인 양조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소재로 히스토리컬 픽션 뮤지컬을 창작했다.


* 히스토리컬 픽션 뮤지컬 :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이야기를 더한 뮤지컬


SYNOPSIS - 중세 독일 슐리머 마을, ‘구텐버그’라는 와인을 만들던 평범한 청년이 인쇄기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스토리. 구텐버그를 짝사랑하는 헬베티카와 그녀를 이용해 인쇄기를 없애려는 사악한 수도사, 학대받으면서도 변함없이 수도사를 따르는 젊은 수도사까지! 과연 구텐버그는 사악한 수도사의 방해와 유혹을 떨쳐내고 인쇄기를 지켜낼 수 있을까?!

 

 

 

2인극이지만 2인극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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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구텐버그>는 인터미션 없이 105분 동안 진행되는 2인극이다. 더그와 버드 역을 맡은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지만, 실질적으로는 2인극이 아니라 ‘수십인’극이다. 더그와 버드가 극중극인 <구텐버그> 속에 넣어둔 수십 개의 캐릭터를 직접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더그와 버드는 섭외한 배우들도, 이렇다 할 멋진 무대와 조명도 없는 초짜 극작가였기 때문이다.)


구텐버그, 헬베티카, 수도사, 젊은 수도사, 대장장이, 구텐버그의 친구, 의사, 푸줏간 주인, 여인, 딸, 다른 여인, 구두닦이, 취객들, 생쥐 여섯 마리, ‘사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등을 모두 더그와 버그가 직접 연기해 낸다.


이렇게 수많은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해 등장하는 주요 소품은 ‘모자’이다. 배역의 이름이 적힌 모자를 바꿔 쓰며 모든 역할을 연기하고, 모자를 벗었을 땐 다시 더그와 버드로 돌아가 지문, 해설을 읽어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이 젖을 정도로 연기하는 두 명의 배우는 105분 동안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극을 리딩하는’ 더그와 버드 그 자체를 보여준다.

 

 


액자식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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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구텐버그>는 액자식 구성을 따르고 있다. 더그와 버드가 관객들 앞에서 <구텐버그>를 리딩하는 외부 이야기, 그리고 구텐버그가 인쇄술을 발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 이야기와 내부 이야기 모두 하나의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 ‘꿈’이다.


내부 이야기에서 구텐버그(구텐베르크)는 글을 읽지 못하는 슐리머 사람들을 보고 와인 압착기에서 고안한 인쇄기를 발명한다. 그리고 인쇄기를 통해 성경을 대량 인쇄하고 슐리머 사람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구텐버그의 꿈이었다. (비록 사악한 수도사에 의해 인쇄기가 부서지긴 했지만,) 결국 구텐버그는 인쇄기 제작에 성공하고, 결론적으로는 꿈을 이루게 된다.


외부 이야기에서 더그와 버드 역시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꿈이 있었다. 리딩이 끝난 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구텐버그>를 구매하겠다 말하고, 그렇게 둘은 꿈에 한 발짝 다가선다.


외부 이야기와 내부 이야기를 구분하는 더그와 버드의 연기,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각의 꿈들을 살펴보는 매력이 있는 극이다.

 

 


싱어롱 넘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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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지칠 때마다

나 혼잔가 싶고 외로울 때마다

그냥 우리 꿈꿔봐요

우리 앞에 펼쳐진 밝은 미래

하루하루를 또 마무리할 때

매일매일 밤 스미는 외로움

울면 안 돼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꿔요

꿈꿔요 모두 함께

 

 

위 가사는 뮤지컬 <구텐버그>의 넘버 ‘꿈꿔요’ 중 일부이다. 더그와 버드가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향해 “우리가 ‘꿈꿔요’를 선창하면 여러분이 ‘모두 함께’를 이어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반주가 시작되고, 관객들은 ‘꿈꿔요’를 함께 불러본다. 모든 객석을 바라보며 눈을 맞추려 노력하는 더그와 버드,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관객들은 서로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더그와 버드의 눈동자가 유독 그 넘버에서 빛나 보이는 것은 꿈을 노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배우들의 노래를 감상만 하다가 직접 불러볼 기회가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뮤지컬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꿈을 노래하는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두 사람의 <구텐버그> 첫 리딩 상연에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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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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