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글 입력 2023.07.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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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리즘이란, 인간사의 '어두운' 측면, 곧 죽음과 비극에 관련된 역사적 장소를 여행하는 모든 형태를 의미하고, 좁게는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보다는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이나 학살 현장 도는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던 장소를 찾아 그 사건을 기리며 교훈을 되새기는 여행을 말한다.] - 책 본문 7페이지


영화 <사울의 아들>을 보고 난 후 홀로코스트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그 때 관련 글과 영상들을 찾아보며 다크투어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다.

 

<사울의 아들>은 시점이 독특하게 전개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 처리반으로 일하던 남자(주인공 사울)의 시선만 계속 따라가야 하는 영화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들은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

 

그 사건 자체만으로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울의 아들>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든 시간이 예상될거라 짐작한다면 더더욱 보기가 꺼려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영화적'인 호기심 때문에 보게 된 것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당시 유대인 학살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사울처럼 존더코만도(특수작업반)라 불렸던 수용자들을 두고 "희생자들에게 죄의 짐마저 떠넘기려는 시도며, 그럼으로써 친위대의 양심의 가책을 더는 일이었다.(책 본문 74페이지)"고 말한다.

 

영화적인 호기심은 사라지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수많은 생각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역사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껍데기만 알고 그 안은 들여다보지 않았던 무지함이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무력함은 여러 감정 중에서도 가장 손쓸 수 없는 감정 같다. <사울의 아들>을 보면서도,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을 읽으면서도 들었던 감정이다. 이미 시공간과 멀리 떨어져서 고작 글로 읽고 있는 나는 이 무력함에 책을 오래 읽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특히나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공감의 양이 예전보다 많이 작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떠한 사건들은 '남 일'이라고 여겨지며 여전한 핑곗거리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역사에 대해 읽다 보면 무분별하고 불특정한 다수에 내가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그 무게가 더 깊고 고민스럽게 다가오는 이유인 듯하다.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모든 사건에 대해 관심을 두며 공감할 수는 없는 탓이다. 그러면서도 기억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 누군가 '너는 방관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내가 알고 있던 혹은 모르고 있던 역사를 마주하면서 기억과 공감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가 아르메니아인을 기억하는가"

 

히틀러가 폴란드 침공을 앞두고 한 이야기(진위 여부 확실하지 않음.)로 전해진다. 방관의 무서운 결과이자 반복되는 역사의 또 다른 시작이 된 말이다. 기억은 방관이 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자 역사 앞에서 가져야 할 인간의 태도라는 것을, 책의 첫 장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아우슈비츠, 캄보디아 킬링필드, 보스니아 내전, 칠레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제주 4.3사건까지 6가지의 다크투어가 펼쳐진다. 여행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제노사이드에 대한 역사적인 핵심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다크투어에서 저자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다크투어는 잊힌 이름들을 부르고 잊힌 얼굴들을 마주 보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익명과 숫자와 망각에 맞서 그 뒤로 사라져 가는 수많은 개인들을 기억하기 위한 일이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학살의 아픔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렇게 내 여행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 책의 첫 장 아르메니아로 이어진다.] - 책 본문 275페이지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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