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은 정말 사랑하기 어려운 존재일까? -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들이 더 생겨날까?
글 입력 2023.06.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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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기후 위기가 인간의 사회정치체계를 바꾼 2063년.

 

거듭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는 비공식적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인공지능 로 봇 A.I.R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 (약칭 에어)가 인간이 기피하는 자리를 대신한다.

 

인간에 실망을 느껴 국가를 벗어나려는 인간 ‘이나’와 자아를 지녔다는 이유로 실험 대상이 될 위기로부터 도망친 S.A.I.R (Self-consciousness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 ‘지니’는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자연재해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제 3구역에서 만나게 되는데.

 

 

 

# 인간을 사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1)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당신은 인간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우선 난 있다. 가족, 친구, 애인으로부터 오는 애정. 그 애정을 느낀 사람들의 이유는 각기 다르다. 그 사람이 잘생겨서, 나에게 맛있는 걸 사줘서, 혹은 나의 고민을 잘 들어줘서.. 즉 사람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조건이 다른 것이다. 이번 연극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으로부터 나는 인간을 사랑하는 조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인공 지능 로봇. 알파고부터 챗 GPT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에 은은하게 스며들고 있는 인공 지능 로봇이 무대 위에 구현되었다. 실제 인간과 아주 유사한 형태의 로봇 그러나 명령에 따르는 체계 안에 갇힌 그들, 그들은 이 연극에서도 오로지 인간에 순응하기 위해 태어난 듯했다.

 

그러나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일컬은 에어가 있었으니, 바로 자아를 가진 에어 ‘지니’가 바로 그것이다. 연극의 제일 처음, 그녀가 카메라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다. 무대를 카메라로 둘러보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자신의 얼굴도 비춰보고, 극장을 한 번 삥 둘러본다. 하지만 곧이어 국가 공무원들의 등장에 전원이 꺼져버린 그, 어둠이 맞이하고 연극은 시작하게 된다. 나는 이 첫 장면에서 자아를 가진 로봇과 평범한 인간이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인간처럼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에어지만, 강압적인 공권력에 의해서는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의 모습은 ‘지니’의 한계이자 가장 큰 특징을 내보였다.

 

로봇은 이러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이 존재한다. 메인으로 등장하는 인간은 총 세 명, 인간에게 싫증을 느낀 사람 이나, 과학자를 꿈꾸고 야망이 가득한 리언,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에어를 죽도록 무서워하는 수나. 공통적으로 에어를 죽도록 혐오한다. 각각의 이유도 다양하지만 그들의 결론은 언제나 에어에 대한 두려움을 귀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2)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인간은 두려움을 쉽게 느낀다. 자신의 삶에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의식이 뇌를 지배하는 순간 그 대상을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한다.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더불어 인간은 쉽게 변한다. 처음엔 ‘지니’를 무서워하던 이나와 수나는 시간이 흐른 뒤 지니의 자의를 온전히 이해하고 고려한다. 심지어 이나는 지니와 사랑에 빠지며 인공 지능 로봇과 인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평면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과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 교차적으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성격이 변화하고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디오라마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성격 변화의 중심에 바로 에어, ‘지니’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위협을 주는 로봇, 즉 국가를 혐오해 도망쳐 왔던 제 3세계에서 국가가 배포한 로봇인 지니와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다양한 사고의 변화를 맞게 되다니.. 정말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갈라 놓으려고 하지만 세 인물과 지니는 그 경계선 사이에 놓여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결점이 분명해 보인 이유는 서로를 사랑해서였다.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3)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이나는 애완 앵무새가 있다. 이름은 ‘바’, 국가가 그를 빼앗기 전 이나는 국가로부터 ‘바’를 되찾기 위해 제3세계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국가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인공 지능 로봇 A.I.R 지니는 배고파서 사과를 따먹으려는 이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니까. 이나, 너는 착한 사람이야.”
 

 

인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그들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자아에서 나온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인간처럼. 새가 먹던 사과는 온전한 사과가 아니다. 한 입 배워 먹은 사과는 못생겼고, 이보다 더 깨끗하고 온전한 사과를 먹으려고 하는 보통 사람들과 이나는 달랐던 것이다. 다른 사람, 특히 인간인 나도 보지 못했던 그 점을 로봇인 지니가 간파한 것이다.

 

사랑받을만한 사람, 사랑받을만한 로봇. 그 사이에 과연 무언가가 있을까. 누군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을 수치화하고 데이터화해서 그 사람을 분석하려고 하는 것은 로봇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아닐지 돌아보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받을만해서 인간인 게 아니다. 사랑받을만해서 로봇인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기에, 우리는 숨 쉬고 있기에, 우리는 무엇보다 자아가 있기에 사랑받을 조건이 충분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할 조건, 누군가를 사랑하는 조건에도 이 상황이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랑의 조건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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