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왜 이렇게 어려울까?

글 입력 2023.06.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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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최근 ‘인공지능 포워드 2023’에 참석해 AI비서가 완전히 정비되기 시작하면 기존의 검색사이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AI기술을 접목한 세종시의 자율주행 이동수단 ‘셔클’은 탑승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승차하는 수많은 탑승객을 태우면서도 최적의 경로로 운행되어 공공버스를 대체하고 있다. 버추얼휴먼을 개발해 광고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셀럽들이 자신의 모습을 AI로 변형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리의 삶에 AI가 들어온 지점이 아마도 로봇청소기나 유튜브 알고리즘이었나. 익숙해 질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AI 관련 뉴스는 연일 신문 지면을 메꿀 정도로 새롭다. ‘AI’라는 용어는 지긋지긋할 만큼 익숙해졌는데, 어째서 아직도 새롭고 어려운지. 우선, AI가 보통 사람들에게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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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g AI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1) 변화에 대한 저항(Resistance to change)

 

기존에 AI가 없었던 때에도 큰 불편함 없이 살아왔다. 긴 세월동안 우리는 아날로그 생활방식이 무의식적으로 습관화(Unconscious habit)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습관이 변화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데 별안간 AI가 등장해 메일 쓰기부터 자동 세제 주문까지, 그러니까, 온라인에서 하던 작업부터 오프라인까지, 사소한 행동들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바꾸어 버리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체 소비자의 15%에 해당하는 얼리어답터들은 이 혁신적인 변화를 기꺼이 반긴다. 장담컨데 그들은 최소한 5년 전부터 전등 스위치를 손으로 끄거나 켜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홈IoT앱으로 전부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아파트와 같은 집을 소원하거나 이미 소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개는 기존에 살던 방식을 고수하고자 하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어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2) 신기술의 압박에 따른 피로감

 

저항 중에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태도와 거부감을 의미하는 '기술적 저항(Technical resistance)’이 있다. 딱히 살아오던 방식을 바꾸지 않고 싶다고 해도 나만 빼고 모두가 바뀌고 있으니, AI를 모른다면 삶이 유지가 되지 않을 정도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뒤쳐진 사람들이 끝내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처럼, AI에 대한 부적응은 직업 변화나 작업 방식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회계사 그리고 기획자까지 모든 직업의 작업 방식과 속도가 변하고, AI활용능력이 업무 능력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차치하고, 당장의 생활 영위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

 

기존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도 당연하게 AI를 활용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AI 중에서도 GPT와 같은 생성형AI에 투자된 금액은 지난 3년간 2조원이 훌쩍 넘었다. 그만큼 소비자 주변에 AI가 가득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AI혁명으로 판도가 바뀌어 모든 기업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가짓수가 많아도 너무 많아진 것이다. 한 가지 습관을 바꿀 때 100만 시간이 걸린다는데, 수십수백, 수천가지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 까마득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저항이기도, 피로감이기도 하다.

 

 

3) 선택공리(Axiom of choice)와 힉스의 법칙(Hick’s Law)

 

그래도 어떻게 따라가보려고 구글에 챗GPT를 검색하고 Open AI에 접속한 A씨는 이내 창을 닫는다.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흔히 있는 인기글도 없어서 외딴 섬에 이 AI와 나, 단 둘이 덜렁 남아 오갈데가 없어진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무엇을 입력해야 할 지 결정이 어려워지고, 결국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선택공리). 또한,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최종 선택까지 오래 걸리게 되며 생각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힉스의 법칙). 우리는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할 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역국의 레시피가 궁금했다면 ‘미역국’만 입력하면 되는 식이었다.

 

a) ‘미역국 레시피’ 따위를 검색하라고 챗GPT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같다. 조금은 더 거창한 상황에서 쓰는 거 아닌가.

 

b) 말이 길어진다. “미역국 어떻게 끓이는 지 알려줘!” 키워드만 넣으면 안되는 건가, 아무래도 채팅이니까.

 

c) 글이 너무 많다. 1, 2, 3번… 순서를 나열해주긴 하지만, ‘스압주의’가 붙어 있는 글은 클릭도 하지 않는데 이 글을 다 읽으라니! 유튜브나 블로그를 선택했더라면 글을 읽지 않아도 사진과 동영상으로 물의 양이나 냄비를 휘젓는 국자의 강도 등을 알 수 있는데!

 

d) 하라는 것만 한다. 다시 유튜브나 블로그에 검색했다면 재료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재료, 남은 재료 처리 방법 등 꿀팁을 같이 알려주는데. (우리 모두는 인지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온라인에서 우연하게(serendipity) 얻는 지식을 기대한다)

 

이에 MS의 빙은 첫 페이지에 많은 옵션을 주고, 하나의 채팅이 마무리되면 꼬리질문의 예시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검색어를 집어넣는 데에 노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물은 기존 검색 환경보다 어딘가 덜 풍부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이것보다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AI 유저로 가는 길을 막고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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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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