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유를 향한 외침, 조선수액(Swag) -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

글 입력 2023.06.1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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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조, 백성, 양반, 랩, 댄스, 노래, 퍼포먼스, 콘서트. 이 모든 키워드가 한 작품을 설명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관객을 사로잡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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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그리고 '흥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이다. 2017년 서울예대 학생들의 창작 뮤지컬이었던 <외쳐, 조선!>으로 시작해 2023년까지 수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은 창작뮤지컬의 성공작이다. 한국의 고유 정서와 역사를 고루 담아 감동의 메세지를 선사하면서도, 현대적인 안무와 음악을 입혀 트렌디한 감각까지 보여준다. 지난 6월 10일 토요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자유를 향한 외침을 듣고 왔다.

 

 

 

우리 민족이 만든 독특한 정형시, '시조'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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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를 통해 자유와 행복을 향한 목소리를 내는 골빈당과 백성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시조 활동이 금지된 후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고, 탈 속에 정체를 감추고 양반들의 악행을 파헤치는 골빈당은 조선에 새로운 시조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은 왜 '시조'를 주제로 조선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개했을까?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가보려고 한다. 

 

시조는 고려후기에서 조선전기에 걸쳐 유행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다. 쉽게 말하면 노래의 가사이자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가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문이 대부분의 문화를 지배했던 당시, 시조를 통해 '우리말'로 노래하며 민족의 주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조는 양반과 더불어 평민까지 모두가 지었던 국민문학이다. 

 

또한 시조는 형식이나 운율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평시조는 3장 6구, 45자 안팎으로 이루어진다. 4음보의 율격이 특징인 시조. 비유와 상징을 드러내기 용이하다. 시조는 구비 전승되며 오랜 시간 향유되었는데, 시조는 정서적 내면을 드러내거나 당대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묘사하는 데 쓰였다. 


 

너무 답답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사는 건

정말 갑갑해! 평범한 시조 평범한 생각 그런 건

하고 싶은 말을 뭐든 시조에 담아보는 거야!

그게 바로 조선 수액!

 

너무 멋있어! 색다른 운율 색다른 생각 그게 나!

특별하잖아! 내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사니까! 

하고 싶은 말을 시조에 담아 자유롭게 외칠래

모두가 깜짝 놀랄 시조의 새바람 불어와 

이게 바로 조선 수액!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은 백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운율에 담아 시조로 표현했다.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틀에서 벗어나 골빈당과 백성들은 '색다른 운율'과 '색다른 생각'으로 새로운 시조를 만들어갔다. 

 

종합하자면, 이 작품은 국민문학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시조를 통해 '자유와 행복'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유와 상징을 빌려 양반들의 악행과 백성들의 고단함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척하며 살아가는 혁명 정신도 돋보였다. 마치 프랑스 혁명의 뜨거움을 연상케 하면서도, 간디의 비폭력 운동처럼 평화의 세상을 꿈꾸게 했다. 

 

관객들은 작품 속 독창적인 시조를 듣고 감상하며, 지금까지 알고 있던 '틀에 박힌 형식'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따분하고 지루한 형식에서 벗어나 속이 뻥 뚫리는 가사와 독창적인 리듬감으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과 고뇌에 잠기게 하지 않고, 마치 물이 흘러가듯 흥겨운 줄기를 따라 작품을 볼 수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시조의 바람', 골빈당의 활약



"백성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는 게 골빈당 아닙니까"

 

작품은 비밀시조단 '골빈당'을 주축으로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시조'의 나라였던 조선의 정신을 잊지 않고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다. 골빈당은 억눌린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개척하기 위해 시조로 뭉치고, 하나의 팀을 꾸려 조선을 놀라게 한다.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앞장서서 나서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귀감이 된다.

 

시조대판서 홍국의 딸이라는 비밀을 감추고 골빈당에서 백성들과 어울리는 ‘진’은 등장 초반부터 시선을 끌었다. 국봉관 제일의 시조꾼으로서 활동하며 특유의 명랑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었다.'진'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그대로 실현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인 시조대판서 홍국이 나라를 손에 쥐기 위해 시조꾼들을 억압하는 것을 알면서도, '시조'를 통해 백성들이 진정한 자유를 거머쥘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버지와 갈등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시조의 나라'를 다시 세우는 데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스웨그에이지_공연사진 7_이아진.jpg

 

 

6월 10일 공연에서는 '진' 역의 이아진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2022년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관람하여 이아진 배우를 처음 보았는데, 1년 뒤 <스웨그에이지>에서 보여준 모습은 180도 달랐다. 그동안 선보일 기회가 적었던 춤실력을 뽐내고, 발랄한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기 때문이다. 굳센 마음으로 아버지와 마주하며 옳은 길을 걷겠다는 포부를 강인하게 드러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하게 우린 살아가네

당연하게 그래도 살아가네

정녕 이게 당연한 일인가!

정녕 이게 당연한 일인가!


당연하게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당연하게 그래도 살아야 하나



주인공 '단'은 천민 신분에도 굴하지 않고 시조를 읊으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15년 전 '단'의 아버지인 자모는 시조대판서였는데, 시조판서 자리에 오르지 못한 홍국이 그를 역적으로 몰아 죽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아오던 '단'은 자식이 후레자식이며 망할자식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피는 역시 자식에게 그대로 갔으니, '단'은 '진'의 눈길을 사로 잡을 정도로 뛰어난 시조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남들이 쉽게 선보이지 못하는 위트와 유머로 시조를 읊는 '단'은 골빈당의 일원이 된다. 

 

'단'은 골빈당이 되고 나서야 맏형인 십주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뒤늦게 삶의 비밀을 알게 된 단은 더욱 뜨겁고 간절한 마음으로 시조의 나라를 부활시키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염원은 골빈당을 만나 더 빛났다. 조선시조자랑에 나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시조로 임금의 마음까지 울렸고, 결국 백성들의 고단함을 임금에게 전하는 일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시 시조의 나라로 부활한 '조선'에는 '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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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공연에 오른 박정혁 배우는 천방지축 ‘단’의 활기차고 긍정적인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후레자식이라 비난받지만 주위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시조를 읊으며 평범한 시조와 평범한 생각을 거부하는 담대함이 돋보였다. 하고 싶은 말을 시조에 담아 자유롭게 외치는 것에 삶의 의미를 느끼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만의 개성으로 새로운 시조를 만드는 추진력을 엿볼 수 있었다. 

 

골빈당의 '호로쇠'도 빠질 수 없다. 끼가 많은 재담꾼으로서 관객들에게 중간 중간 폭소를 터뜨리며 유머를 담당했다. 재주꾼 '기선'과 경호원 '순수'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맏형인 십주와 함께 호로쇠, 기선, 순수 그리고 단은 끈끈한 협력 능력으로 조선시조자랑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한편 시조대판서 역을 연기한 '홍국'의 박시원 배우는 비선실세의 모습을 완벽히 연기했다. 왕을 보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선을 자신의 손으로 움켜쥐겠다는 욕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특히 박시원 배우는 공연장이 울릴 정도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했다. 

 

 

 

‘떼창’ 열풍을 만든 콘서트같은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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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조자랑의 예선이나 본선 무대는 ‘흥의 민족’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다. 코로나 시대 3년을 떠나보낸 후 드디어 일상을 회복한 지금, 그동안 꾹꾹 참아온 ‘흥’을 한바탕 풀어냈다. 


특히 무엇보다 2막의 시작을 알렸던 사회자 ‘엄씨’의 모습은 모든 관객들을 숨죽여 웃게 만들었다. 흡사 실제 ‘전국노래자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특유의 재치로 MC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예선과 본선 참가팀들의 무대 전후로 각 팀들에 맞는 소개말을 꺼내며 그들에게 어울리는 수식어까지 붙여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공연 내내 앙상블과 배우들의 조합도 다채로운 볼거리였다. 조선의 의상을 입고 파워풀한 춤을 추는 백성들을 보면 새삼 전 세계로 영향력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음악 역사가 '흥'의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흥겨운 무대였으며, 앉은 자리에서도 함께 일어나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모든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며 마음껏 소리지르고 몸을 움직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 여름,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흥'의 정신을 마음껏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마치 콘서트 현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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