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능미와 강렬함으로 무대를 물들이다 -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

글 입력 2023.06.1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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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가 25주년을 기념하여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5월 27일부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번 공연은 2017년 이후 6년만에 성사되었으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투어 팀이 펼치는 공연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2023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_포스터.jpg

 

 

<시카고>는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명한 공연이다.

 

1975년 밥 포시(Bob Fosse)의 연출 아래 뉴욕 브로드웨이 46번가 극장에서 개막한 것을 시작으로 가장 오랫동안 공연한 미국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3,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고 하니 숫자만 보더라도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된다.


무대는 록시 하트(Roxie Hart)와 벨마 켈리(Velma Kelly)라는 두 여성 범죄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당시 부패한 사법 제도와 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하지만 <시카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음울한 시대상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고 위트 있게 풍자하는 데 있다고 본다. 뮤지컬의 첫 포문을 여는 대사에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


 

“Welcome! Ladies and gentleman. You are about to see a story of murder, greed, corruption, violence, exploitation, adultery and treachery─All those things we all hold near and dear to our hearts. Thank you!”


신사 숙녀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살인과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 담긴 얘기를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것들이죠. 감사합니다!

 

 

분명 유쾌할 거 하나 없는, 사회에서 기피되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내용을 전면에서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이 대사의 매력이라 느껴졌다.


또한 뮤지컬 1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I Can’t Do It Alone” 넘버 또한 시대상을 풍자하면서도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대표적인 넘버다. 이 넘버는 항상 주목을 받던 벨마가 대중에게 외면 받은 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록시 앞에서 이전에 자신이 동생과 함께한 공연을 재현하며 함께 공연을 하자 매달리는 내용이다. 해당 부분에서는 벨마가 록시에게 애원하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한편으론 인기를 위해 저렇게까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 탐탁치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뉴스 헤드라인이 최신 치정살인 사건으로 변화되며 록시마저 외면 받는 모습이 보였을 땐 사회가 얼마나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하는지 단번에 알게 되었고, 벨마와 록시 모두 안타깝게 느껴졌다. 새로운 살인과 끊임없는 부패가 만연한 시카고에서 둘은 하루의 가십거리를 나타내는 헤드라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범죄자인 이들이 유명세를 얻으며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은 뻔뻔하기 그지없으면서도 불편했지만, 이들이 하루 아침에 버려지는 모습에서 통쾌함이 아닌 연민의 감정이 올라온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시카고>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노리며 자연스레 관객들이 시대 배경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하도록 유도한 것이 아닐까.

 

 

[2023시카고내한]Roxie_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_컬러.jpg

 

 

내용적인 부분과 함께 감각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점에서도 <시카고>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특히 시각적인 부분을 주목해 볼만 하다. 시대상에 맞게 무대의 사건은 대체적으로 살인 혹은 간통과 관련되는데, 배우들의 의상은 이러한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밥 포시의 섹슈얼리티한 안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인 검은색 모자가 더해지며 비로소 강렬하고도 관능적인 무대가 완성된다. 강렬함과 관능미, <시카고>를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Hot Honey Rag” 넘버로 마무리되는 공연의 피날레는 이러한 매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평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I Can’t Do It Alone”에서 벨마가 동생과 함께 했던 공연을 재현한 장면이 록시와 벨마의 합동 무대로 재탄생하여 펼쳐진다. 안무적인 부분에서 두 배우의 합을 보는 맛이 있었고, 화려한 무대 배경을 뒤로 하여 당시 시카고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넘버답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한껏 자극시키는 셈. 


뿐만 아니라 재즈풍의 음악이 무대 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점도 극의 매력이다. 관객들은 작품의 메인 테마이자 1막의 첫 곡인 “All That Jazz”에서부터 진한 재즈를 느낄 수 있다. 이 역시 작품이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한 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그 시대 시카고에서 유행했던 대중가요가 클럽에서 연주된 재즈였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2023시카고내한]When You_re Good to Mama_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마마 모튼(일리나 일리 커빈)_컬러.jpg

 

 

이때 재즈풍의 곡이 많고 시원한 성량을 통해 감동을 주는 곡이 없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Cell Block Tango”나 “Razzle Dazzle” 넘버처럼 배우들의 합을 통해 충분히 풍성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When You’re Good to Mama”에서 마마 모튼 역을 맡은 배우 Illeana Kirven 성량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신나게 즐길 때도 많았으니 음악과 넘버에 집중하여 공연을 관람해보는 것도 꽤 재밌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살인을 했으나 자신을 무죄라 당당히 주장하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기꺼이 변호를 하여 무죄를 이끌어내는 법관들, 그러한 장면을 가십거리로 남기며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기자들, 그리고 그런 기사에 열광하며 보드빌 공연을 즐기는 당시 사람들까지. 향락과 부패로 가득한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은 잔인하고도 음울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러한 시대 배경을 풍자하고 비꼬면서도 코미디로 승화한다.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들과 배우들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덤. 여기에 흥겨운 재즈풍의 음악이 함께 하니 관객들은 지루하다 느낄 틈이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도 오래도록 장수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지.


1920년대 미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 이미 국내에서도 화려한 라인업과 수준 높은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그 당시 미국의 생생한 느낌을 맛보려면 오리지널이 제격이지 않겠는가. 이미 국내 라인업을 통해 몇 차례 접했더라도 올 여름, 눈과 귀가 즐겁고 싶다면 배우들의 열정이 더해진 자극적이고도 뜨거운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컬쳐리스트_정하림.jpg

 

 

[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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