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뮤지엄 가이드 - 미드나잇 뮤지엄

도서 <미드나잇 뮤지엄>과 함께 여행하며..
글 입력 2023.06.0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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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 미드나잇 뮤지엄(파리).jpg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미술관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유난히 지치는 날, 타인의 무신경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날, 어떻게든 애써 보지만 힘이 나지 않는 날이 있다. 100여 년 전에도 지금의 나처럼 좌절과 싸운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이 아름답다 여겼던 그는 슬픔 속에서도 영원한 명작을 남겼고, 그의 그림은 지금의 우리에게 말보다 더 큰 위로를 전해준다.

 

"괜찮아. 슬픔도, 고통도 모두 다 힘이 된단다. 때로 늦은 것 같아 불안하고,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초조해질 때도 있겠지. 그래도 너의 시간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마음처럼 되지 않아도, 혼자인 것 같아도 네 인생은 꽤 괜찮을 거란다.“

 

미드나잇 뮤지엄에는 오래전 불안과 희망, 고뇌와 확신 사이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려온 화가들의 명작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조용히 이곳의 문을 열어 보면 어떨까. 용기만 낸다면, 당신이 기대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 과거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는 프랑스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나만의 가이드가 꼭 필요했다. 특별히 내가 관심 있는 ‘미술관’이라는 분야 내에서는 날 이끌어줄 지도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 나는 완벽한 나의 ‘뮤지엄 가이드’를 찾았다. 바로 도서 <미드나잇 뮤지엄>이다. 도서 <미드나잇 뮤지엄>은 예술의 향기가 가득 흘러넘치는 프랑스를 소개한다. 특별히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하는 만큼 내가 몰랐던 미술관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까지 전달한다.

 

패키징 여행보단 자유여행, 혼자 하는 여행보단 다 같이 가는 여행을 선호하는 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누군가의 이끌림을 받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 <미드나잇 뮤지엄>가 이끌어주는 뮤지엄 가이드 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보자.

 

사실 가장 압도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다. <미드나잇 뮤지엄>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구조를 바탕으로 가이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대표적인 미술 작품들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미술의 세계를 소개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그 크기에 압도되었다. ‘한 작품당 10초씩 보아도 4일 걸린다’는 루브르 박물관을 나는 책 한 권을 통해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니 내가 행운아처럼 느껴졌다. <미드나잇 뮤지엄> 중점적으로 다룬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가오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충격적, 우울함. 이 그림은 이 두 단어로 요약이 됐다. 처음 본 내 눈에는 적어도 그랬다. 가오리가 살이 찢긴 채 고리에 걸려 있었고, 피가 철철 흐르는 가오리의 표정은 마치 사람의 표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특별히 고양이가 왼편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 내가 보기에는 이 가오리를 노리는 것은 사람만이 아닌 기분이 들었다. 불쌍한 가오리.. 이 <가오리>는 왜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졌을까.

 

이 그림이 나올 당시 정물화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중에서도 이 그림의 작가인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은 ‘사물의 감정을 그대로 그릴 줄 아는 작가’라고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생동감을 나타내는 작가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런가 가오리에게서 생명력을 느낀 나의 시선을 틀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맞다고 볼 수 있겠다. 정물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것에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물도 정물화 안에서는 살아 숨 쉬는 오브제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루브르에서 이 그림을 마주치게 된다면, 난 4일을 다 투자하더라도 이 그림의 생동감을 두 눈을 통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그림에서 미묘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하얀색 고양이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살금살금 가오리에게 다가오는 고양이를 통해 이 식탁이 과연 사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람을 위한, 사람이 존재하는 식탁이었다면 고양이는 함부로 식탁보를 밟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르댕이 고양이를 그려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가오리의 표정이 유독 사람같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 그림에 대한 깊은 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당장이라도 프랑스로 떠나고 싶어졌다.

  

다음은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가볼까. ‘오렌지 나무 아래’ 미술관. 이름부터 따스한 햇살이 생각난다. 모네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번 가이드를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모네의 가장 유명한 걸작 ‘수련’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벌써 벅찼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수련’, 그 고요함과 웅장함에 말을 잃었다. 그러나, 나의 눈에 또 들어온 작품이 있었으니 그 작품은 바로 마리 로랑생의 <스페인 무희들>이다.

 

이 그림에는 마리 로랑생이 숨어 있다. 한 번 찾아보겠는가? 가운데 튀튀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바로 그녀를 나타낸다. 그녀는 전쟁부터 이혼까지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우여곡절을 겪은 작가로서 그림 속 자신의 옷은 제일 밝게, 표정은 제일 어둡게 표현했다. 춤을 추는 무희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밝게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엄청나게 눈에 띄지도 않는 작품이지만 왜인지 내 눈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보여 이끌렸던 것 같다. 숨겨져 있는 걸작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여행. 평점을 만점으로 매기고 싶다. 여행지 중 더 소개하고 싶은 곳이 수두룩하지만, 남은 뮤지엄 가이드는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고, 그 향기를 온전히 느껴보기를 바란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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