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채는 화가의 언어다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예술 작품은 무질서와 논리 사이의 투쟁에서 탄생한다
글 입력 2023.06.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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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는 1877년 출생,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으며, 인상주의에 심취했으나, 이후 마티스 작품에 깊게 매료되어 야수파 대열에 합류한다.

 

그 후 뒤피는 밝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창적 화풍으로 일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그는 20세기 주요 예술가 중의 한 명으로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이 독보적인 화가였다.

 

이번 전시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드로잉, 판화 등 뒤피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뒤피의 최대 역작이자, 전기와 빛의 시대에 대한 경외와 찬사를 환상적인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 “전기 요정”의 연작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뒤피의 그림 인생에서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화풍이 달라졌는데 그 변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전시였다.

 

 

 

뒤피의 다양한 작품들


 

인상주의 화가로 시작한 뒤피는 질감이 느껴지는 표현방식으로 빛의 효과를 담았다. 색채로 빛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 것이 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야수파 뒤피는 순간적인 느낌을 살리는 묘사를 깊게 탐구하고 색채 실험을 하는 듯 보였다. 원색을 쓰는 뒤피의 취향은 ‘트루빌의 벽보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 등에서 볼 수 있었고 뒤피는 색채를 화가의 언어라고 표현하며, 색채와 빛을 중요시 여겼던 사람이었다.

 

입체파 시기에 뒤피는 브라크의 건축적인 간결함을 통해 풍경을 표현하는 방식을 전수받고 색의 사용을 현저히 줄였다.

 

 
“예술 작품은 늘 잘 짜여진 계획에 따라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논리 정연함에 대한 열망, 그리고 모든 예술가들에게 잠재하는 무질서와 혼란에 대한 이끌림, 그 둘 사이의 투쟁으로부터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 라울 뒤피

 

 

위와 같이 말하는 뒤피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의 필요성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중도를 찾는 노력들이 그의 작품을 더 조화롭게 보이게 했던 것 같다.

 


batch_La plage de Sainte-Adresse.jpg

 

 

특히 소박한 취향을 가졌던 뒤피는 대중 예술의 혁신을 불러왔다. 그는 목판화만으로도 조형적이며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목판화는 투박한 느낌을 준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을 정도로 작품이 굉장히 세세했다.

 

그가 유명 시인의 신작 삽화를 맡아 작업한 작품들에서는 다양한 동물을 목판화로 그렸는데 굉장히 신화적이고 묘한 느낌에 한자리에서 오래 감상하게 됐다. 특히 ‘코끼리’라는 작품은 그 몽환적임에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뒤피는 패션에도 조예를 보였는데 그가 만드는 패턴은 굉장히 아름다웠고 또 현대적이었다. 특히검정색과 연한 핑크색의 조화는 그가 얼마나 세련된 사람인지를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영불해협의 여러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에 경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바다와 말을 같이 그려내기도 했다.

 


batch_Robes pour l'été.jpg


 

내가 해석한 뒤피는 재밌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표현하는 데 새로운 기법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적용하는 사람. 지금껏 본 전시 중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은 손에 꼽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인 점이 눈에 확 보이는 게 인상 깊었다. 단단한 기본기 위에 쌓아 올린 그의 담백하고 솔직한 취향들. 그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기법을 바꿀 때마다 쉽게 흔들려서가 아닌 확고한 신념 속에서 움직이는 듯 보였기에 각 화풍들이 어지럽지 않고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인상주의에서 야수파로 넘어가는 것과 브라크의 가르침 속에 풍경을 그린 점도 물론 재밌었지만 그 뒤에 보이는 혁신적인 시도들이 뒤피라는 사람이 얼마나 통통 튀는 사람이었는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batch_Les Cavaliers sous bois (La Famille Kessler).jpg

 

 

그가 내게 보여준 작품들 속에서 나는 어떤 따뜻함, 그리고 진정성을 느꼈다. 파리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위치한 겔마 스튜디오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 속에서 나는 그와 함께 그 아틀리에에서 햇볕을 쬐기도 했고 그가 자주 머물던 해변가를 구경했고 그가 그린 가족 초상화에서는 어느 평화로운 휴일을 느끼기도 했다.

 


batch_IMG_5374.jpeg

 

 

전시의 제일 마지막 섹션에는 그의 최대 역작 ‘전기 요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1937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 전시되었던 작품이다.

 

반은 자연의 풍경을 또 다른 반은 산업적인 풍경을 묘사하여 과도기적 시대의 풍경 속에 전기의 발명과 관련 있는 수많은 지식인들이 배치된 그림이다.

 

이 작품은 굉장히 긴 벽의 한 면을 모두 차지할 정도의 큰 크기를 자랑했다. 두 번 정도 왕복을 해서야 겨우 모든 것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더 자세히 보고 싶을 정도의 디테일이 있었다.

 

그림 속에서는 신화적 인물들과 증기기관차, 네온사인이 뒤섞여 있었고 주황색과 노란색, 파란색의 적절한 배치가 작품을 더 몽환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지러운 시대의 변화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

  

라울 뒤피라는 사람 또한 그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던 사람이었고 그 속에서 자기 것을 지키던 사람이었다. 인생을 충실하게 살았던 사람. 라울 뒤피 전시는 그런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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