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23.06.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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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레공연을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나도 몸의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과 연극을 보았지만,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라 나 자신도 많이 놀랐다. 초등학생 때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발레를 25살에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이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행복해하고 있다.

 

 

 

이것저것 도전하고 있습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에 일단 한 발 넣어보는 도전이 재미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변화가 즐겁다. 올해, 처음 도전한 건 가죽 공예, 그리고 수영이었다. 별 흥미가 없던 가죽 공예에도 애정이 생겼고, 눈이 나빠 못 배운다고 핑계 댔던 수영도 시작해 제법 생존까지는 가능해졌다.

  

그리고 중학교 체육 교과 과정에 있는 무용 수업도 정말 진심으로 듣지 않고 빠지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무용, 그것도 빼빼 마른 우아함의 극치라고 쉽게 떠올리는 발레를 시작했다. 뮤지컬을 보아도 춤보다는 인물의 노래와 연기 감상을 좋아하던 내가 선율 따라 움직이는 활동을 나의 의지로 선택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낯선 분야에 새로 들어가 배우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는 걸 너무나 늦게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발레합니다.


 

배운 지 3주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서 있는 자세조차 힘들고 배는 나오고 힘은 못 쓰는 나지만, 언젠가 나도 스르륵 펼쳐지는 손짓과 가벼운 발짓으로 강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설레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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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공연과 드라마를 볼 당시, 심덕출 할아버지의 도전에 가족들이 반대하는지, 자기 자신조차 평생을 고민해 왔는지 사실 와닿지 않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데 뭘 그리 망설이는가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25살 여자에게도 그 결정은 쉽지 않음을 느끼고 할아버지는 너무나 멋진 신사였음을 깨달았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 한마디에 반응하는 목소리엔 부러운 도전이라는 이야기와 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외형을 바라보는 시선이 섞여 있다. 나도 그러한 반응에 심장이 벌렁벌렁 미칠 듯이 뛴다. 나도 아는 사실이지만 타인의 시선에 당당히 맞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결정과 도전에 나 자신도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웃고 넘겨본다.

 

 

 

전시가 좋습니다.


  

요즘엔 공연보다 전시가 좋다. 시간제한 없이 내가 보고 싶은 만큼 작품을 바라보고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좋다. 공연을 보다 보면 줄거리와 대사, 여러 인물들의 행동을 따라가기 벅차 흐름을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전시는 내가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길이로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다. 작품을 향해 모든 감각을 집중할 때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변화나 마음 때문에 찾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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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주제라고만 생각했던 예술 작품과 전시회에도 점점 마음을 열고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유명한 그림들을 쉽게, 그리고 재치 있으면서 길지 않게 조절해 설명해 주는 도서들이 잘 나와 있는 덕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출퇴근 2시간 남짓 미술에 대한 책들을 독서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하는 전시회를 열심히 찾아보고 주말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반기는 전시를 애정하게 될 것 같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 화가와 작품, 그리고 현대 화가와 작품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열심히 그림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가사 없는 음악을 듣습니다.


  

책을 들고 오지 않은 출퇴근길에는 가사 없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둔다. 졸리고 따분하게만 다가왔던 클래식에도 조금씩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잠이 오게 만드는 것도 어쩌면 큰 강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말에 공감하며 아직 작곡가와 곡명을 모른 채 잘 듣고 있다. 듣다 보면 어느새 유명한 곡들은 알게 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어느 플레이 리스트를 선택해 재생해 둔다.

 

내가 지나온 삶에서 일상을 가장 벗어난 1년을 살고 있다. 평생을 그저 그런 학생으로,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여기저기 분산시키면서 살아온 내가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안달 난 사회초년생이 되었고 타의에 따른 변화에 맞서기 위해 자의적인 변화를 꾀해 빠른 템포로 살아가고 있다.

 

와중에 마음을 꼭꼭 쌓아서 단단해져 앞으로 나아가자. 그리고 내가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이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니 문제없다. 순항 중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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