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실사화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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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처음 실사화 기사가 떴을 때부터 개봉하고 나서인 지금까지도 온갖 혹평을 듣고 있는 <인어공주>를 봤다. 선공개된 인어공주 대표곡 ‘Part of Your World’ 몇 소절을 듣고 이건 영화관에서 들어야 할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어 개봉날만 기다렸다.
인어공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르슬라가 탐낸 목소리라 오직 목소리만 듣고 뽑는다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가 에리얼을 맡을까 전 세계가 주목하던 중 최종 캐스팅된 할리 베일리를 둘러싼 비판은 그저 애니메이션과 고증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만 보기에는 점차 외모에 대한 평가, 인종차별이 가미된 비난처럼 보였다.
어떤 유튜브는 할리 베일리의 피부색을 아예 하얗게 칠해 덮은 이미지를 썸네일로 쓰고, 괴물이라는 둥의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원작과는 다르다는 이유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끝은 항상 외모 지적, 인종차별이었다. 이걸 작품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을 때는 겨우 20살이었다. 고증을 그렇게 따지던데 에리얼의 언니들의 인종 구성, 트라이튼의 상의, 에릭 왕자 엄마의 인종은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제껏 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무시하고 화이트 워싱으로 백인을 캐스팅한 영화, 드라마들이 넘쳐나는데 왜 인어공주에만 각박할까.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온갖 방식으로 비하를 당하고 있는 걸 보다 보니 오히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인어공주 속 할리의 목소리는 청아하면서도 강단 있어 자신이 동경하는 곳이지만 아빠가 가지 못하게 하는 육지에 대한 갈망이 더 잘 느껴졌다. 왜 할리가 최종으로 인어공주로 발탁됐는지 알 것 같았다. ‘Part of Your World’를 듣자마자 너무 맑은 목소리에 눈물이 고였다. 노래할 때뿐만 아니라 그냥 대화를 할 때도 막내 공주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존 디즈니 실사 영화의 밋밋한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는 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디즈니가 무리하게 PC를 챙긴다고 비난받아온 것치고는 인종 말고 달라진 게 없었다.
코르셋, 힐, 드레스 등 구시대적인 장치들이 나왔으면 나왔지 PC한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원작이랑 다를 게 없어서 색다르게 각색하고 2023버전 인어공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웠다. 스커틀의 성우를 맡은 아콰피나의 특기를 살린 랩과 원작에는 없던 에릭의 솔로곡, 각자 다스리는 바다가 있는 에리얼의 언니들, 트라이튼과 남매였다는 설정을 추가한 우르술라처럼 충분히 각색을 더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색한 연기와 어두운 화면, 조악한 CG를 포함한 연출은 노래로도 숨겨지지 않았다. 영화에서 에리얼의 의상은 단 세 벌이다. 인어였을 때 입고 다니는 속옷 같은 옷, 인간이 되고 입는 파란색 드레스, 에릭 왕자와 결혼할 때 입는 분홍 드레스. 가장 집중이 안 됐던 부분은 에리얼이 에릭 왕자와 호수에서 데이트를 하고 물에 빠진 다음날 입는 옷이 그 전날에 입었던 드레스였다는 것이었다.
데이트 상대가 물에 빠졌는데 새 옷도 안주는 야박한 왕자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응원하고 싶은 건, 그들의 행보 때문이다. 디즈니는 인어공주가 개봉하기 전에는 흑인 팅커벨이 등장하는 피터팬 실사 영화 <피터팬 & 웬디>를 공개하기도 했다. 디즈니가 100주년 기념비적인 영화로 인종을 인어공주를 선보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옛날 디즈니 영화를 보면 위와 같은 문구가 뜬다. 디즈니는 과거 자신의 과오와 무지를 인정하고 시대에 맞게, 혹은 시대에 앞서 어린이들이 다양하고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디즈니 영화를 보고 꿈과 희망을 품는 아이들이 미래를 이끌어나가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느끼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그렇게 가르쳤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신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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