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숨어 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 -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도서]

하루의 끝, 혼자서 떠나는 환상적인 미술관 여행
글 입력 2023.05.3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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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 미드나잇 뮤지엄(파리).jpg


 

이 책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다. 딱딱하게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연스레 미술관의 세계로 초대한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표현을 듣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에서 작품을 보았을 때 숨어 있던 감정이 팡 하고 터져나왔던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또는 너무나 섬세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들을 툭 건드리는 힘을 예술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는 밤에 혼자서 파리의 미술관을 여행하며 삶에 치여 힘들었던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다. '하루의 끝, 혼자서 떠나는 환상적인 미술관 여행'이라는 부제목에 걸맞게 따스하게 디자인된 표지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떠올리게 한다. "어두운 밤이 밝은 낮보다 아름답다 여겼던 그는 영원한 명작을 남겼다. 그리고 고흐가 남긴 그림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보다 더 큰 위로를 전해준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책은 우리에게 예술이 가진 위로와 감동의 힘을 전한다.

 

파리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많은 화가들이 파리에서 태어나거나 파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비록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행으로 며칠 간 머물렀던 파리에서의 기억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상을 감상하던 기억, 몽마르뜨 언덕에서 종이와 붓을 들고 자유로이 풍경을 그리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미술관처럼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뿐 아니라 프티 팔레나 마르모탕 미술관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까지 함께 소개하는 것이 좋았다. 이에 더해 모네, 고흐, 로댕과 같이 유명한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베로네세, 로랑생, 브라크 등 생소한 화가들의 그림도 함께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작품을 해설 없이 그냥 감상하는 것과 화가의 인생 이야기, 당대 사회 분위기, 그림에 사용된 회화 기법 등의 해설과 함께 듣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거의 모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오디오 가이드나 문화해설사의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가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각 작품마다 상세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설명이 돋보인다.

 

 

[크기변환][포맷변환]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jpg

▲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오르세 미술관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 인상깊었다. 야외에서 그린 인상주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멀리서 내 눈이 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지 먼저 감상한 후, 가까이 가서 실제로 화가가 어떤 붓터치를 사용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붓, 나이프, 손을 이용해 물감의 질감이 느껴지도록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사용한 고흐의 그림을 볼 때는, 정면에서 먼저 본 다음 옆으로 자리를 옮겨 물감의 두께를 가늠하며 고흐의 터치를 생생하게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

 

파리에 직접 가서 해설과 함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공간에 가보기 전에 미리 책으로 여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들을 접하고 가면 설렘이 배가 될 것이다. 일상에서 손바닥 두 개 만한 크기의 종이로 그림을 보며 실제 작품을 상상하다가, 실제 화가가 그린 작품을 마주하고 나서 그 차이를 몸소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올 여름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책 속에서만 접하던 작품들을 파리라는 낭만적인 도시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설레는 마음이 든다. 파리를 직접 찾을 독자에게는 설렘과 감동을 선물하고, 책으로 파리를 여행할 독자에게는 언젠가 파리로 떠날 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 될 것이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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