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취향은 이동하는 모든 것입니다 [사람]

동적인 나의 취향
글 입력 2023.05.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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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내보다 야외를 좋아한다. 그래서 식당을 가거나 카페를 가도 날만 좋고 먼지가 쌓여 있지 않다면 밖에 있는 편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워낙 활동적이고 외향형 인간이어서 밖을 좋아하는 줄 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밖에 있을 때 부는 바람이 좋고, 순환되는 공기가 좋고, 스쳐가는 사람들이 좋다. 모든 이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점을 통해 내 사소한 취향들 속 공통점을 깨달았다.

 

두 번째, 산책을 좋아한다. 산책은 미친 듯이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랑한다. 날이 좋은 날 산책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하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이더라도, 기분이 다운되어도, 고민이 있어도 정신없이 걷다 보면 기분이 풀려 있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 아무 목적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어 좋다. 말하자면 배회이다.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걷는 내 발걸음에만 집중한다. 어쩌면 이 행위는 명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대다수이긴 하다. 항상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있어서이다. 여기서 정말 신기한 점은, 걷다가 보면 답이 나온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걷는다는 것, 산책은 나에게 답을 내려주는 풀이 과정 같다.

 

세 번째, 비를 좋아한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가 오면 빛에 의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도로가 좋고, 흙 내음이 좋고, 토독토독 우산에 울리는 빗소리, 그리고 세상이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얼마 전 비가 자주 오면서 가만히 비를 쳐다보았다. 비는 항상 이동 중이다. 누가 뭐라고 하건 계속 주룩주룩 내린다. 그걸 맞고 있는데,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약간 샤워 물줄기를 맞을 때의 쾌감과 비슷하다고 할까?

 

내가 정지된 상태이더라도, 계속 흘러내려 나에게 자극이 생기니 그것이 하나의 쾌락으로 변하는 걸까? 비가 오면 눈에 들어오는 이동하는 빗물들도 하나의 시각적인 모션을 자랑한다. 길가에 있는 물웅덩이들은 떨어지는 빗물들의 과정을 예술 마냥 형상화한다. 똑 하고 떨어지면 물기가 톡 튀는데, 그 튀김이 비가 만드는 선율이다.

 

네 번째, 이동 수단을 좋아한다. 몸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느낌.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여주는 교통수단들 가령 자동차, 버스, 지하철 등을 말하는 것이다. 때때로 그것들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잠이 너무 잘 온다. 어쩌면 침대보다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다.

 

왜 이동 수단에서 잠이 더 잘 오는 것일까? 분명 편안한 건 침대가 훨씬 편안하다. 아무 데서나 잘 잔다고 하기에는, 학창 시절 책상에서 존 적은 있어도 푹 자본 적이 없는 나이다. 가만히 있어도 이동하고 있으니, 템포가 생긴다. 그 템포는 적당히 무료하지 않은 기분이 들게 하고, 어쩌면 자장가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닐까? 계속 반복되어 리듬을 만든다.

 

이렇듯 난 ‘이동’을 좋아한다.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이 좋고, 막힌 공간보다는 뚫린 공간이 좋다. 만약 내가 귀족으로 태어났으면 에스코트, 프라이빗 한 공간들 속에서 엄청난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아 이것도 어릴 때 영향을 받는 것일까? 어릴 적 왕래하며 다니며 한곳에 정착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다. 정말 소름 돋는 것이, 어릴 때와 연계되지 않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과거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난 오늘도 이동하며, 이동을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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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도 흐른다.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좋다.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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