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들이 변하는 이유 [문화 전반]

예술가들의 속 사정
글 입력 2023.05.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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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데뷔한 밴드의 음악이 좋아서 팬이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변한 그들의 예술적 방향성에 실망한 적이 있는가? 혹은 반대로 중견 화가의 최근 작품들이 마음에 들어 그의 초기작을 찾아보았다가 예상치 못한 날것의 느낌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는가?

 

왜 예술가들은 변할까? 왜 어떤 예술가들은 대중성을 잡기 위해 개성 있는 작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되는 것일까? 예술가가 변화하고 성장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 속 사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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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외부로의 전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신진 예술가(또는 학생)들은 그동안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또는 충분한 기술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자신의 예술을 시작한다. 나를 표현하기도 하고, 내 안의 아픔과 고뇌를 예술의 형태로 구현한다. 대중들로부터 공감과 피드백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한차례 그 작업이 끝나면 지금껏 내 안을 향해 있던 관심이 세상이나 타인에게로 돌아가는 순간이 온다. 나만의 감정과 경험이 아니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에서부터 자신이 연구한 어떤 것, 타인의 이야기나 다른 대상에 끈질기게 집중하여 작업으로 승화시킨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보면 대부분의 일기가 '나는 오늘'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어린이들의 관심은 대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향한다. 그러다 삶을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자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 자신이 목격한 외부의 사건이나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글을 쓰게 된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의 초기작들이 대개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가 시간이 흐르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덜 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전하는 내용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전달 방식이 변화하거나 초반의 개성을 잃고 상업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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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예술과 상업 예술


 

많은 예술가들이 순수예술과 상업 예술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는 내 작업을 하고 싶은데, 그것만 해서는 수입이 없을 것을 안다. 그렇다고 '잘 팔리는 작업'을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방향성을 잘 잡아 자신이 원하던 방식으로든 적절히 타협한 방식으로든 작업을 계속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업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간다.

 

내가 만난 어떤 분은 본인의 작품이 '미술관용'이라고 하셨다. 규모도 크고 그다지 집에 걸어놓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라서 확실히 '갤러리용'은 아니라는 말씀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유명한 작가가 되면 미술관에서든 갤러리에서든 전시도 하고 판매도 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작품 성격에 따라 나뉘는 편이다.

 

미술관용과 갤러리용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작품을 판매해서 수입을 얻는 작가들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예술에서 상업성은 제거되어야 하며 순수하게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을 통한 수입 없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작품에서 비롯된 수입이 있어야 생활도 하고 또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수입이란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누군가 좋아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대중성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가 좋아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그 누군가와 소통하고 거기에서 파생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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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작업


 

글을 쓰면서도 '아, 이건 됐다.' 싶을 때도 있고, '이번 글은 망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리기가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여러 차례 글을 올리고 반응을 보니 나의 만족도와 독자의 반응 사이에 큰 연관성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것과 대중의 반응이 좋은 것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지속 가능한 작업을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을 좋아하기'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창작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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