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쩌면 세상 가장 위대한 조각가들의 이야기 - 분자 조각가들

글 입력 2023.05.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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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조각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책의 타이틀을 보고 잠시 고민을 했다. 분자를 조각한다는 말이 선뜻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표지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약에 대한 이야기로구나, 오호- 갑자기 호기심이 샘솟는다.

 

책 <분자 조각가들>은 세상을 바꾼 위대한 화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 금을 생산하겠다는 무모한 포부의 연금술사가 화학자의 시초였다는데... 현대의 연금술사인 그들은 과연 어떤 약을 만들고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을까?


발견이란, 생각보다 우연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최초에 자신이 발견하려 의도했던 것이 아닌, 별개의 발견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타이레놀이었는데, '조제 오류'로 인해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단다. 기생충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평소 구충제로 처방되었던 나프탈렌을 처방하려던 의사가 약을 조제하던 과정에서 실수로 아세트아닐라이드를 처방했다. 그런데 해당 약품을 섭취한 환자가 열이 많이 내렸다는 사실을 알리며, 해당 물질에 해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현재의 타이레놀은 안전 상의 이유로 아세트아닐라이드에 화합물 합성이 진행된 결과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만일 당시 의사가 제대로 나프탈렌을 처방해 주었다면 타이레놀과의 만남은 그보다 훨씬 이후에나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보라색인 모베인 역시 우연의 산물이다. 말라리아 치료에 효과적인 퀴닌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보라는 과제를 수행하던 19살의 퍼킨이 이리저리 실험을 진행하던 중 플라스크를 알코올로 세척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보라색이 만들어지는 것을 관찰했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퍼킨은 그 길로 보라색 염료 연구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모베인. 처음에는 판로에 부침을 겪었지만, 이내 당시 영국의 인플루언서였던 빅토리아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덕에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2023 현재, 팬톤 컬러(마젠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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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분자 조각가들>을 읽다 보면, 실패가 꼭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진정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말을 믿게 된다. 비록 원하던 바를 이루진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운 것이 있고 얻는 것이 있다. 이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것만 같은 과학의 영역에서 이리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가슴 뭉클한 사연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원인을 규명하는 날카로운 관찰력이 있었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이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지도 모를 작은 사건에서도 실마리를 찾고,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 테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기회가 꼭 정도를 걸어야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기억해 둘만 하다. 좁은 시야에서는 실패라고 생각될 수 있는 상황도 조금 더 넓게 보면, 오히려 좋은 상황으로 반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화학자들에게서 이런 삶의 교훈을 얻게 될 줄이야!

 

그러니 분자 조각가라는 타이틀이 그냥 나온 단어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다비드상을 조각하려다가 콜로세움을 세운 진정으로 위대한 조각가들이다. 그들의 작품 덕분에 우리 사회는 변화하였다. 시작과 끝이 달라졌대도 그 노고는, 누구도 쉽게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대학을 다닐 때 읽었던 책 <총 균 쇠>는 정말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책인 듯싶다. 이번 <분자 조각가들>을 읽으면서도 균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하였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매 순간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명문이로세!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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