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입체적으로 조각된 신약 개발 이야기 - 분자 조각가들

글 입력 2023.05.0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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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내게 아주 낯선 학문이다. 일명 '성골 문과' 내게 과학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아주 낯선 화학의 세계에 발을 담가 보고 싶던 중 책 <분자 조각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도 조각을 한다. 물론 미켈란젤로의 조각과는 많이 다르다. 내가 조각하는 것은 화합물이다. 주어진 물질에 탄소나 산소, 수소 같은 원자를 붙이거나 제거하면서, 또는 다른 커다란 분자를 연결하면서 적당한 모양을 완성한다. 내가 만드는 조각품의 최종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나쁜 단백질에 찰싹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화합물을 약이라고 부른다.] - p. 7-8


무언가를 붙이거나 제거하며 원하는 모양을 완성하는 것. 신약 개발은 조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자 '조각가들'. 아주 낯선 화학이 예술에 빗대어짐으로써, 아주 어렵고 이상하게 느껴지던 세계는 순식간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저자의 새로운 접근에서 시작한 분자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연금술에서 시작해 코로나19 백신, AI와 결합된 신약 개발 이야기까지.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신약 개발의 흐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 재미있게 읽었던 4장을 잠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분자 조각가들_표지.jpg

 

 

모방이 아닌 창작으로 만든 분자 조각품


 

과학도, 신약도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대해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약은 자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 아스피린이 나무 추출물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화학자들의 분자 조각의 대상은 천연물이다. 천연물의 분자 구조를 수정하는 것은 '활성이 좋고, 독성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뿐 아니라 동물에서 추출한 물질일 경우 '사람 체내에서도 안전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석학자가 구조를 분석하고, 화학자가 다시 구조에 맞는 물질을 합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방 조각품을 만드는 것은' 제법 까다로운 일이다. (p.158 부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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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가 '창작'해 낸 분자는 구조가 천연물에 비해 까다롭지 않을뿐더러, 예측이 가능하다. 천연물에 비해 조각하기 한결 수월한 것이다.


아돌프 폰 베이어가 합성해 낸 '바르비투르산'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합성되었으나, 특별한 생리적 활성을 찾을 수 없었다. 약으로써 기능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 분자가 새롭게 조각되며, 다시 말해 분자 구조가 바뀌고 이전의 단점이 보완되며, 새로운 약으로 변화한다. 바르비탈, 페노바르비탈로 바뀌며 수면제의 기능을 얻고, 후에 정맥 마취제, 항경련제, 항불안제 등 신약의 탄생을 야기한다.


사람이 새롭게 창조해 낸 물질이 약이 되다니. 어쩌면 현대인의 시선에서 바르비투르산의 합성은 다소 평범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그 물질이 신약으로 변이하는 과정 속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가 담겨 있음을 책을 읽어 가며 알아간다.


지금의 복잡하고 다양한 분자 구조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분자를 섬세하게 설계하고 조각해 왔을 것이라는 점에 책을 집중해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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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에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듯, 저자 백승만이 말해주는 화학 이야기는 아주 흡입력 있다. 이번 <분자 조각가들>은 커다란 정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다듬고, 가느다란 정으로 예시의 디테일을 매만진 듯하다. 책의 입체감(이라는 이름의 풍부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저자 또한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라면, <분자 조각가들>은 직관적인 조각이다. 큰 어려움이 없이 이해된다. (물론 용어와 분자 구조 그림은 어렵지만, 이해는 된다)

 

분자 예술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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