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브리엘은 어떻게 코코 샤넬이 되었나 - 코코 샤넬

글 입력 2023.04.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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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하는 인간의 삶은 언제나 지어낸 이야기를 넘어선다. 이야기란 삶에서 파생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전기는 훌륭한 이야기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인물의 전기를 읽게 되면 무언가의 상징이라고만 여겨졌던 존재가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한 명의 사람으로 다가온다. 거기서 전기를 읽는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코코 샤넬이라는 이름과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코 샤넬의 본명이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이라는 것과 함께 그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다 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창립자, 여성 패션계에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도입한 장본인. 몇몇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그를 『코코 샤넬』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만났다. 책을 쓴 앙리 지델은 공쿠르상을 수상한 적 있는 전기 작가로, 방대한 자료 조사 끝에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의 87년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에서 드러난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의 몇몇 면모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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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소녀 - 이 책의 독특한 지점은 샤넬의 생애를 그 조상부터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뿌리가 있다. 샤넬이 갑자기 튀어나온 천재 디자이너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지나 성장해 온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는 다소 낯선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등장한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둔 가브리엘은 열두 살에 어머니를 잃고 다른 자매들과 함께 수녀원에 버려진다.


샤넬의 가정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독자로서 뒤에서 이어지는 어떤 성공담보다도 그의 유년시절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샤넬은 가난하고 보잘것없던 젊은 시절을 지우고 싶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시절이 가브리엘을 지금의 코코 샤넬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C’ 두 개가 교차하는 샤넬의 브랜드 로고는 당시 가브리엘이 생활하던 수녀원의 창틀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만들어내던 그림자와 닮았다.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실용적이고 단순한 실루엣은 수녀원 수녀들 옷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해석이 있다. 어린 시절 가브리엘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타고난 사업가 기질과 만나 지금 우리가 아는 샤넬만의 독특한 개성을 완성시킨 셈이다.

 

야망 넘치는 사업가 - 20대의 가브리엘은 가진 건 없었지만 가슴 속에 품은 야망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이 세상에 서고 싶은 마음, 부와 명성을 얻고 싶은 마음은 가브리엘을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젊은 시절의 가브리엘이 가수로 연예계 데뷔를 꿈꿨다는 사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코코’라는 별명이 이 무렵 생겼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브리엘은 몸매가 밋밋하고 노래 실력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무대에 서기를 거절당한 끝에 완전히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가브리엘의 행보는 영리하고 진취적이었다. 유행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무모해 보였지만 가브리엘은 그걸 해내고 만다. 장식이 많고 화려한 여성 패션계에 단순하고 실용적인 옷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새로운 여성복은 전쟁의 여파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사회에서 환영받았다.

 

그는 시대가 원하는 것을 한발 먼저 포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았다. 특히 샤넬의 향수 '넘버5'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천재적인 사업가로서의 가브리엘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예술가의 후원가 - 가브리엘은 부지런하고 아이디어 좋은 디자이너이자 전략적인 사업가였지만 출생과 성장배경을 생각하면 예술이나 교양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책에서 젊은 시절의 가브리엘은 상류층 인사들과 자신을 본질적으로 다르게 느꼈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연이은 성공으로 이름이 알려진 다음에는 그저 잘나가는 디자이너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와의 교류도 시작한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달리, 콕토 등 가브리엘이 교류했다고 알려진 예술가들의 이름은 지금도 전시회나 외국 문학을 볼 때 마주치는 이들이다. 가브리엘은 이들에게 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금전적인 후원을 하는 등 관계를 이어 나갔다. 특히 콕토를 도와 연극 <안티고네>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며 예술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된다. 당대 예술가들과의 활발한 교류는 샤넬이 사업가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고집 세고 외로운 워커홀릭 - 이 책은 샤넬의 위인전이 아니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추가로 논의될 필요가 있는 가브리엘의 면모 역시 숨기지 않는다. 1936년 샤넬의 작업장에서 일어난 파업이나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불거진 나치 협력 의혹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일에 대해서 가브리엘은 무척 괴팍하고 까다로웠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소망대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외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자 동업자였던 언니와 여동생을 젊은 시절 잃었다. 1939년부터는 오랫동안 후원했던 남동생 및 조카들과 관계를 끊기도 했다. 여러 남성과 연인 관계로 지내면서도 결혼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생전 가장 사랑했던 남자라 말한 적 있는 보이 카펠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주변 사람을 숱하게 먼저 떠나 보내면서도 그 자신은 87세에 눈을 감았으니 그 심경이 어땠을까.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가브리엘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 책은 87세가 된 가브리엘이 홀로 눈을 감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가장 혼란스럽던 20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사람. ‘코코’라는 별명을 싫어했지만 결국 죽은 다음에도 그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 샤넬에 관심이 없더라도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의 삶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가 어떻게 우리가 아는 코코 샤넬이 되었는가 살펴보는 것은 한 사람이 얼마나 입체적인 존재인지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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