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직선 모양의 삶은 없다. [사람]

글 입력 2023.04.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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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들쭉날쭉한 길 말고 직선으로 평평하게 난 인생을 살 수는 없을까? 아주 기뻤다가, 갑자기 슬펐다가, 또 어느 순간 행복하기도 한 그런 파도 치는 바다 말고 제자리에서 조용히 찰랑거리는 호수 같은 삶 말이다.


한동안 기쁜 일이 생기면 너무 좋아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화나는 일이 생겨도 무던하게 넘어가려고 노력했다. 넘치지 않기 위해 중간 지점에 머물렀고, 같은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중심점을 잡고 있어야 내 일상이 마침내 차분하고 고요해질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우면 인생이 아니다. 억눌린 기쁨은 손가락 사이 모래처럼 빠져나가 사라졌고, 무던하게 넘어갔던 미움은 끝자락에서 싹을 틔우고 크기를 키워 결국 밖으로 분출되고 나서야 자취를 감췄다.


세상에 곧은 직선 모양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파도에 쓸려왔다가 밀려나는 걸 반복하고 있다.

 

모든 사건은 들쭉날쭉하고, 모든 사람은 삐뚤빼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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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N년을 살아오며 ‘딱 보면 아는’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저 사람은 딱 보니까 저런 성격이네. 내가 봤을 때 저들은 분명 이렇게 될 거야. 수십 년간 쌓였던 빅데이터는 선입견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내 멋대로 사람과 물체, 공간, 단체를 앞서 평가하고 예측해왔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빅데이터 정확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내 예상을 빗나가는 것들이 대다수다.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과 길고 깊은 인연을 맺고, 또 평생 갈 것 같았던 사람과 이유 없이 소원해졌다. 또 쉽게 손에 쥘 것 같았던 것들이 전력 질주를 해도 잡히지 않더니, 반대로 꿈만 꾸던 것들이 내 어깨에 내려와 앉는 순간들도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걸어가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모양과 세기가 다른 수많은 파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얼마나 많은 파도를 넘어왔는지.


내 말은, 미리부터 다가올 일에 무서워하고 몸을 사릴 필요는 없다는 거다. 직선의 삶은 없다. 하지만 삶을 잘 즐기는 방법은 있다.

 

몸을 숙이고 웅크려 작디작은 잔잔함을 유지하느니 매일 흘러오는 파도를 유연하게 타는 편이 더 우아하다. 물결을 마주 보고 서 있는 대신 몸에 조금 힘을 빼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바다 위에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서프보드를 가져와 파도를 즐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태어나기 전, 아마도 신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지구라는 곳이 있는데 한번 다녀올래? 거기에 가면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행복,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무수한 감정들까지 다 느낄 수 있어. 책 한 장짜리 짧은 인생이지만, 그 찰나에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다니 경이롭지 않니? 그럼,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 즐기며 인생을 살아봐. 신나는 소풍이 되길.”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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