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 1960s Swinging London展

글 입력 2023.04.09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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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60여점을 만날 수 있는 기회. 1960년대 영국의 팝아티스트 리차드 해밀턴, 피터 블레이크 등 14인의 영국 팝 아트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60여점을 포함해 비롯한 영국 팝아티스트 14인의 오리지널 작품, 판화, 사진, 포스터, 영상 등 150여점이 23년 3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DDP 뮤지엄 전시1관(지하2층, 배움터)에서 전시된다.

 

 

 

 

"고대의 우아함과 새로운 화려함이 눈부신 옵과 팝의 블러로 뒤섞여 있습니다" - 피리 할라스


 

몇 년 전에 오피니언으로 영국 팝아트에 대해 쓴 적이 있다. 대학에서 미학 강의와 영미 문화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영국 팝아트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팝아트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와 편견을 깨뜨려주었다.

 

그중에서도 강렬하게 다가온 리처드 해밀턴과 파올로치의 작품들. 그래서 나에게 이번 전시는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타이틀이 아닌 그 뒤에 붙은 브리티시 팝아트의 의미가 더 컸다.

 

전시 후기에 ‘데이비드 호크니를 기대하고 가겠지만 영국 팝아트가 메인이다’라는 이야기에 기대를 안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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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요약하자면 브리시티 팝아트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내리꽂는 구성이었다. 사실 이 정도면 전시 소개에 1960s Swinging London을 더 강조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외의 부분에서 자유롭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다룬 14명의 작가는 앨런 엘드리지, 피터 블레이크, 데렉 보쉬어, 패트릭 콜필드, 마이클 잉글리시, 리차드 해밀턴, 앨런 존스, R.B 키타이, 제럴드 랭, 피터 필립스, 브리짓 라일리, 콜린 셀프, 조 틸슨,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이 중 익숙한 이름은 영국 팝 아트의 아버지인 리처드 해밀턴, 영국 팝아트의 선구자 파올로치 그리고 비틀즈 앨범 재킷을 디자인한 피터 블레이크 정도 일 거라고 생각한다.

 

전시는 스윙잉 런던으로 시대감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인디펜던트 그룹이라는 영국 팝아트를 시작한 단체를 소개하고 영국 팝아트의 아버지인 리처드로 넘어간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팝아트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과 작가 소개 없이 작품을 먼저 관객에게 보여주는데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영상 컨텐츠의 배경으로 리처드 해밀턴의 ‘가혹한 런던’을 사용했는데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왜 락스타가 마약으로 체포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스윙잉 런던에 매치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는 리처드 해밀턴 섹션에서 작품과 함께 설명해 주는데 가혹한 런던이 Swingeing London이라는 말장난인 걸 미리 알았으면 스윙잉 런던을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아쉬움은 그다음 섹션인 ‘인디펜던트 그룹’에서도 느끼게 되었는데 영상 자료에서 인디펜던트 그룹을 ‘독립적인 단체, 독립 그룹’등으로 번역해서 보여줘서 사전의 정보가 없는 경우 저 단체는 뭘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작권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용어를 일치시키는 편이 관람객 입장에서 인디펜던트 그룹을 이해하기 쉬웠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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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나에게서 가장 의미가 있는 작품은 바로 리처드 해밀턴의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였다.

 

대중 매체, 대량 생산, 도시의  삶이 작은 작품에 담겨있다. 창문 밖으로는 극장이란 매스미디어의 간판이 보이고 내부는 주문 제작이 아닌 대량 생산품인 가구로 채워져 있다. 계단 위의 여성은 진공청소기를, 벽면에는 TV 화면을 통해 당시 기술을 보여주고 남자는 POP이라고 쓰인 거대한 사탕을 들고 있다. 하나하나 뜯어볼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작은 콜라주 작품.


그다음으로는 대중문화와 밀접한 관계였던 1960년대의 팝아트를 소개하는데 앞서 언급한 피터 블레이크의 비틀지 앨범 표지 디자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포토존으로 들어간 비틀즈의 애비로드 패러디. 스윙잉 런던으로 시작한 만큼 1960년대 대중문화를 이야기하면서 비틀즈하면 떠오르는 애비로드 표지라는 흐름이 자연스럽긴 했지만 포토존으로 활동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 데이비드 호크니



그리고 브리티스 팝아트 두 섹션을 지나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등장한다. 큰 공간을 할애하여 a big splash를 재현했는데 벽면의 거울과 중간중간 놓인 기둥을 통해 작품이 주는 물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단순히 포토 스팟으로 이용한 게 아니라 작품에 들어가서 참여를 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그 때문인지 여기에는 꽤 많은 사람이 머물면서 사진을 남겼다.


데이비드 호크니 하면 떠오르는 물, 수영장과 관련된 작품이 등장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디지털 작품까지 등장하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 ‘교토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레고리’라는 리소그라프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레고리 그림(디테일)을 설명하는 다음 발언이 모든 걸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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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가까이서 볼 때 가끔 한쪽 눈을 감는 것, 즉 자신을 카메라처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 사람들은 피카소가 사람의 얼굴을 왜곡했다고 불평하죠. 저는 왜곡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피카소가 30년대에 그린 연인 마리 테레즈 월터의 놀라운 초상화를 보면 피카소는 침대에서 그녀와 몇 시간 동안 아주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을 겁니다. 그렇게 바라본 얼굴은 5~6피트 거리에서 본 얼굴과 다르게 보입니다. 눈, 뺨, 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놀라운 반전과 반복이 일어납니다. 어떤 왜곡이 나타나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왜곡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그림들은 그런 종류의 친밀한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를 전면에 내세운 것치고 전시는 영국 팝아트의 비중이 컸다. 그렇다고 호크니 타이틀을 뺄 수는 없는 게 호크니 섹션의 구성이 좋았고 신경 쓴 게 느껴졌다. 국내에 유명하지 않은 영국의 팝아트와 인지도가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열심히 엮었다. 다만 애매했다. 마치 전시장 밖 굿즈 코너에 영국 팝아트는 없고 향수와 미국 팝아트 MD가 나열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는 영국 팝아트나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고 본 전시에 등장하는 작가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도 보고 가볍게 팝아트에서 호크니까지 훑을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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