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브론테 자매의 삶은 소설 그 자체였다. -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브론테 자매의 소설에는 그녀들의 삶이 녹아있다.
글 입력 2023.03.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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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가 정확히 누군지는 몰라도 살면서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이라는 고전 영문학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일러스트 레터로 쓰인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작들을 집필한 샬럿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한 브론테 자매들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또한, 브론테 자매들이 머무르고 지낸 장소와 지역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주어 그녀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고도 서늘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작가의 꿈을 꾸는 한 사람으로서 브론테 자매의 인생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쓰기라는 도피처


 

샬럿 브론테는 엄마와 언니들을 잃은 상실감을 떨치고자 종종 그녀가 만든 상상의 세계로 도피해 '지어내기'를 통해 위안을 얻었다. 현실 속 결핍과 슬픔을 상상에서나마 기쁨으로 채우고 무를 유에서 창조해가는 그녀만의 글쓰기 놀이를 통해 그녀는 영문학에서 유일무이한 대작들을 탄생시켰다.

 

'지어내기'는 창작을 통해 결핍된 감정을 자족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몽상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어내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한 나만의 세상 속에서 행복하고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샬럿 브론테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원치 않는 가정 교사 일을 하면서 비참하고 씁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짬이 날 때마다 '지어내기'를 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샬럿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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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들>

 

 

글쓰기는 샬럿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 샬럿은 가정교사가 되는 것이 그녀의 숙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부정하고 상상을 최대한 멈추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작가로서 살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졌고 매일같이 그녀가 가정 교사로 받는 핍박과 수모는 그녀의 숨통이 조여왔다.

 

그에 반해 브론테가의 유일한 남자 형제인 브랜웰 브론테는 가족들의 지원까지 받아 브론테 자매들이 그토록 원했던 화가와 작가로서 인생을 살 기회가 있었지만 방탕한 생활로 모든 돈을 탕진하고 되려 가족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브론테 자매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가정 교사라는 직업을 택해야만 했고 오직 그녀들의 직분은 '아내'로만 여겨지던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성별과 관계없이 직업 선택이 자유롭다. 하지만 생계유지 면에서도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뿐이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으로 작가로서 원하는 삶과  현실의 생업 간의 괴리가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브론테 자매들은 그러한 슬픔과 고통을 가슴에 묻은 채 자신의 형제가 원하던 삶을 누리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기분은 어땠을까.

 

결국 샬럿은 가정 교사 일로 관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는데 그건 바로 브론테 자매들과 함께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아빠는 무모하고 야망에 찬 계획이라고 하시겠죠. 하지만 세상에 야망 없이 출세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샬럿 브론테

 

 

 

아름다운 고독


 

그녀의 야심 찬 포부에 감응한 브랜웰 이모는 샬럿이 에밀리와 함께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 그러나 에밀리는 가정 교사 일을 힘겨워 했던 것처럼 또 다시 집 밖으로 나와 타지에서 생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에밀리는 여러 평론가에게 비범한 재능을 지녔다고 극찬을 받을 정도의 인재였지만 현실에 적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에밀리는 늘 고독하고 드넓은 황야를 갈망했고 세상과 단절된 채 하워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만 머무르며 그렇게 창조한 그녀만의 세상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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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들이 살던 집>

 

 

이러한 에밀리를 보며 고독과 예술성은 떼려야 뗄 수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고독과 친해지며 자신의 내면세계로 강하게 집중할수록 개인의 고유성과 독창성은 단단해지지만, 그 단단함은 공백이 되어 돌아오고 세상과 거리감을 만든다.

 

창작 활동을 하며 내면세계로 몰두하는 것과 사람들과 교류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이러한 에밀리의 건강하지 않은 소통 방식과 마음 속 동굴로 들어가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샬럿은 <제인 에어>를 집필하여 결국 작가로 성공한 인생을 거두지만 결국 그녀의 사랑하는 형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토록 원하던 작가로서의 인생이 그녀 앞에 펼쳐졌지만, 샬럿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적으로 피폐했고 병약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글쓰기의 힘을 믿으며 묵묵히 글을 써내려 간다.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네 삶을 공허하게 내버려 두는 건 죄'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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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성공한 여성 작가로서 브론테 자매의 삶을 들여보겠다는 취지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이들의 삶에 빼곡히 들어선 우여곡절과 애환을 그저 객관적인 독자의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없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작가의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그녀들이 온몸으로 부딪친 사회 병폐적이고 쓰디쓴 현실에 마음이 아팠고 동시에 브론테 자매에게 큰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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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김종빈
    • 고독과 예술성은 뗄수 없다는 점을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글이네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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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Judy
    • 2023.06.23 01: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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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빈맞아요! 고독한 시기에 예술성이 더 발달하는 것 같더라구요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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