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 시대 미술 전시- 조선 미술관 [도서]

책 <조선 미술관>을 통해 보는 당대의 생활상
글 입력 2023.03.2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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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전시회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띄엄띄엄 배운 조선 시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작품 하나를 감상하더라도 그에 담긴 화가들의 사상이나 작품의 배경 등을 안다면 그 작품이 더 와닿을 수 있는데, 이 책이 이 모든 것을 완성시켜 주었다.


<조선 미술관>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궁궐 밖, 다른 하나는 궁궐 안이다. 이 중 궁궐 밖은 ‘풍류로 통하는 조선 양반들’과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 그리고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의 삶을 다룬 내용이고 궁궐 안의 경우 숙종과 영조 임금 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표현한 그림을 주로 다루고 있다. 

 

 

 

궁궐 밖: 양반 vs 여성 vs 서민

김홍도의 <마상청앵>, <기우부신>, 신윤복의 <표모봉욕>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를 말한다면 단연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다.

 

이들은 그림을 통해 다양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히 표현하였다. 특히 김홍도의 <마상청앵>과 <기우부신>은 각각 양반의 삶과 서민의 삶을 대표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며 신윤복의 경우 <표모봉욕>을 통해 당시 조선 시대 여성의 삶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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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마상청앵>과 <기우부신>은 무언가를 타고 있는 사람의 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자는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을 멈춰 세우고 버드나무 가지에 있는 새를 보고 있다.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우 여유로운 상황임이 틀림없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연 속 새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모습은 한 선비가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그림 속 선비에게 있어서 말은 그가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요, 때론 편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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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우부신>의 경우 앞서 말한 그림과는 달리 한 아이가 지게를 등에 진 뒤 소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아이는 무거운 지게를 소 등에 얹어놓지 않고 본인이 지고 간다. 이는 예로부터 농부들에게 소는 또 하나의 가족임과 동시에 이들이 노동하게 도와주는 수단이다.


그림 속 소년 역시 앞선 작품의 선비처럼 물에서 헤엄치는 물새를 보고 있다. 이때 소년이 보는 물새는 한가로이 즐기는 여유로움의 의미가 아니다. 노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나마 가져보는 여유로움이다.

 

즉 노동의 고단함 속에서 즐기는 찰나의 한가함을 묘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그들의 신분 차이에 따라 그 상황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신윤복의 <표모봉욕>은 당대 과부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한 젊은 스님이 냇가에서 빨래하던 과부에게 덤벼드는 것은 자칫하면 여인이 봉변을 당할 수 있음을 일컫는다. 조선 시대 때 냇가의 의미는 젊은 남녀가 애정을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재가가 불가능한 과부에게는 이렇게 불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신윤복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여성들을 안타까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당시의 여성들은 출세는 물론이고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궐 안: 숙종의 <기해기사첩> vs 영조의 <기사경회첩>


 

임금이 주인인 군주제 국가와 더불어 노인을 공경하며 우대했던 경로 사회는 조선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숙종 임금과 영조 임금이 모두 기로소에 들어가는 것은 역사의 기록 가운데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이때 ‘기로소’란 조선 시대에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구를 뜻한다.

 

두 임금의 시대적 간극은 25년이 넘었지만 이 행사는 절차 면에 있어서 두 임금 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문화 수준의 차이가 달라졌는데 대표적으로 ‘숭정전 뜰 박석의 크기’와 ‘기녀의 유무’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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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숭정전 뜰 박석의 경우 <숭정전진하전도>에 나타난 박석의 크기다. <숭정전진하전도>는 숭정전에서 기로신들에게 축하문서를 받은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때 숙종 임금 때의 박석은 크게 그렸고 영조 임금 때의 박석은 그에 비해 크기가 작다. 이는 박석의 크기가 큰 것이 시각적으로 더 눈에 잘 들어온다는 점을 통해 화원들의 융통성을 나타내었다.


아울러 잔칫상에서는 숙종 때는 볼 수 없었던 기녀가 영조 임금 때에는 머리에 꽃을 꽂고 술잔과 음식을 나르고 있다. 숙종대에는 사치와 향락을 경계하여 기녀를 쓰지 않았으나, 영조대에 와서는 이런 엄격한 문화의 경계가 느슨해졌기 때문에 기녀가 춤을 추고 음식을 나르는 장면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 시대의 상황과 배경 그리고 공공 모임 등을 그림을 통해 알아보았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사람 구경이라고 한 것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개인에서부터 집단으로까지 나아가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글로 배우는 한국사 못지않게 그림으로 배우는 한국사도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일단 가장 좋은 점은 자칫 딱딱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역사를 그림을 통해 배운다면 더욱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주는 가치는 높다. 본인의 눈으로 겪어보지 못했던 사회적 배경과 당대의 풍습, 그리고 문화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극을 보는 것과도 유사하지만, 한 인물의 서사나 감정보다는 전체적인 문화와 풍습을 통해 임금부터 백성까지의 삶을 고루 엿보고 싶다면 <조선 미술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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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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