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생님이 메시아에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3.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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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면 교수님 못지 않게 새내기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설문 작성 도와주세요.”

“여기 어디로 가야 돼요?”

“얼굴이 좋으세요.”

 

그들이 어리숙한 신입생을 꼬시는 방식은 다양하다. 개학 시즌에 경계해야 할 사람들과 관련해서 한 콘텐츠를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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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2023)을 시청했다. 다큐는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를 담은 8부작으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녹취록은 솔직히 말하자면 추잡스럽고 역겨웠다. 사이비 종교 폭로하는 내용이겠거니 안일하게 시청을 한 게 발단이었다. 요즘 많이 기사화되는 콘텐츠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특히 미성년자나 종교인이라면 주의하길 바란다.

 

피해자(대역 포함)의 육성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 묘사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다. 실제 녹취록과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것도 많이 불편한 일이다. 이에 대해 PD는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실제 사건을 축소해 담은 것이라고 하니, 피해자들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공중파보다는 OTT를 이용해 실체를 밝히는 게 적절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해당 다큐가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실제 피해자가 등장해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단에서 핵심 멤버였지만 지금은 탈퇴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이비 단체를 추적하면서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의 일화까지 담겨 몰입감이 상당하다. 더욱이 MBC (1990~)을 담당한 연출진이 2년에 걸쳐 제작한 결과물이기에 신뢰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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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돌이켜 보면 나도 그런 경험을 종종 겪었다. 쇼핑하고 나오던 나를 붙잡고 물었던 길을 계속 되묻던 사람을 마주했던 일. 그리고 신촌에서 길을 걷다가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성에게 다가가, 그 긴 질문을 모두 답변한 적도 있다. 전자는 무표정에 안경을 끼고 있어, 미디어에서 보이는 ‘도믿걸’의 이미지와 너무나 흡사했기에 그 자리에서 금방 빠져나왔다. 그러나 후자는 도움을 요청하던 얼굴이 선했고, 또 도움을 주고 싶었던 나의 선의가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다.

 

1화부터 3화까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JMS’는 90년대 대학가에서 특히 유행한 종교였다. 동아리를 만들며 전도했는데, 국내 최고 대학들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포교가 이뤄졌다. 200~250개의 교회가 설립되었으며 신도는 무려 3만여 명에 달했다. 보수적인 타 교회와 달리 신앙을 강조하면서도 개방된 분위기였던 ‘JMS’가 2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당시 80년대의 군부 독재 시대 아래 암울했던 때, 대학생 운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됐다. 학생 운동 그리고 신앙적인 움직임이 그것이다. 그렇게 ‘JMS’의 교주 정명석이 설파한 성경은 당시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으로 비췄던 것이다. 다큐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였기에 서로를 불신하고 억압하던 분위기를 노린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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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두는 ‘JMS’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던 것은 ‘아가동산’이었다. 교주인 김기순은 자신을 ‘아가’라고 지칭하면서 신도들을 노예처럼 부렸으며, 남성 신도들을 강간하거나 따르지 않는 이들을 살해했다.


중학교 시절 ‘신나라레코드’에 들러 좋아하던 가수의 앨범을 사며 팬미팅 응모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다름 아닌 ‘아가동산’의 법인이라니. 아이돌 음반을 위주로 판매하는 곳이기에 어린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큐로 인해 주목을 받으면서 그 실체를 알게 된 팬들로부터 불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소속사들도 이 시류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구원은 가까이에



무교인 나로서는 사실 이 사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아니 그보다 별 볼일 없는 한 인간을 우상화하고, 맹목적으로 믿고, 추앙한다는 것이 기괴할 따름이다.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용기 있게 다큐에서 밝힌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들이 처한 현실, 당시 온전치 않던 상태로 인하여 한순간의 선택 때문에 수렁으로 빠진 것이기에.

 

만약 나라면 빠져나올 수 있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까지 해를 가하니 과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유의사항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무료로 악기나 스포츠를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외모를 칭찬하며 연예인이나 모델 제의를 해 온다면 이 또한 의심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 ‘JMS’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다음 교회로 끌어들이는 수법을 사용했다.

 

다큐를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들, 글을 기고하기 위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몇 자 적으면서도 안타까운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요즘 대학생 커뮤니티에도 증언이 올라오면서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서로 챙기며 나를 돌보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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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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