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을 좋아하는 법: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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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가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곧바로 미술이라고 말할 것 같다. 음악은 누구나 듣는다. 물론 음악도 카테고리에 따라 대다수가 듣는 장르가 있고 마이너한 장르도 있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 음악을 쉽게 듣고 즐기는 편이다. 일부 장르를 제외하곤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인 셈이다. 그러나 미술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또한 누구나 미술 작품을 즐길 줄 아는 것도 아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들만 미술을 즐기는 경향이, 음악에 비하면 확실히 강한 것 같다. 게다가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는 미술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미술을 어려워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미술관은 음악 공연장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찾아가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미술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을까? 나도 이 부분이 오랫동안 고민이었다. 미술은 분명 알고 싶은 대상이지만, 어렵기 때문에 쉽게 손길이 가지 않고 발길이 가지 않는 영역이었다. 아트컬렉팅을 하는 저자의 책을 보면서 미술 작품이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삶에 체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 비해 내가 미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꾸준히 가다가 한동안 바빠서 못가게 되고 나면, 그 다음 다시 미술관, 특히 갤러리로 발걸음을 떼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직도 미술은 내 삶에 온전히 내재화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나처럼 미술을 더 알고 싶은 사람, 또는 미술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진입장벽을 느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초록비책공방을 통해 출간되었다. 바로 '큐레이터의 사생활'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김진혁이 저술한 도서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다. 이 책은 고운 색감의 주황색 표지에 예쁜 파란색 글씨로 제목이 쓰여있는 표지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사람이라면 응당 마음이 끌릴 법한 색감으로 표지가 구성되어 있으니 자연스레 손길이 갈 수밖에 없도록 디자인된 책인 것이다. 심지어 여기에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라는 낭만적인 제목까지 붙어 있으니, 나로서도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책 소개 >
커다란 액자에 검은 사각형이 그려져 있는 그림은 무얼 의미하지? 미술관에 사탕이 왜 쌓여있는 거지? 모처럼 미술전시회를 위해 미술관을 찾았지만 도통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난처했던 기억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는 미술전시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움을 느끼는 또는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친절한 가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당신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총 4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 소개부터 예술가와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림과 그림이 아닌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를 기억하는 방법, 또 일상에 예술을 더하는 여러 가지 예술적 경험을 소개한다. 현업 문화예술 기획자이자 예술 덕후가 준비한 책 속 전시를 기꺼이 즐긴다면 더 이상 미술관이 낯설지도, 전시장을 들어서는 당신의 발걸음이 주저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저자 김진혁은 예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저자는 이 책을 마치 하나의 전시관처럼 구성했다. 그래서 책 안에 입구를 지나 전시공간처럼 본문을 만나고, 출구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했다. 독자들이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를 읽는 경험 자체를, 넓은 의미로 미술관을 다녀오는 것처럼 느끼는 계기가 되게끔 구상한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획자로 활동한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가장 먼저 저자가 다룬 제1전시실의 내용은 바로 미술관과 미술관이 아닌 곳이었다. 이는 꽤 유의미하다. 사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기획 전시를 통해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만을 떠올리기 쉽다. 미술관 외의 다른 매체를 떠올리기엔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미술관을 미술 작품을 접하는 창구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미술을 더욱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루트는 사실 갤러리다. 그리고 이런 갤러리들이 모여 아트페어를 열기도 하고, 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하므로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절대로 미술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에는 대안공간, 복합문화공간 나아가 명품 브랜드의 미술관까지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장소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내 삶의 공간에서 가까운 영역부터 찾아가보면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실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일상의 곳곳에서도 우리는 미술을 만나고 있다. 왜냐하면 한 도시는 공공미술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심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해당 개발사업자는 반드시 기부채납을 통해 일정부분의 땅에 공공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기부채납은 자그마한 공원이나 쉼터 조성이 될 수도 있고 미감을 띤 어떤 조형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도심에서 만날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조형물들은 바로 이 공공미술에 포함되는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일상에 너무 가깝게 들어와 있는 영역인지라 작품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무의식은 그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다. 저자 김진혁은 이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짚어주고 있었다.
이어서 제2전시실을 통해, 저자는 예술가와 미술전시를 둘러싼 행위자들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예술가다. 예술가 본인이 없이는 예술 작품이 있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관람객과 달리, 저자 김진혁은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예술가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일반 대중이 예술가라고 생각하면 떠올릴 법한 고정관념들을 열거하고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해소해주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예술가라면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답들이 나와 있어서 읽어내려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러나 비단 예술가가 우리가 만나는 미술 작품들에 연계된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하나의 전시가 세워지기 위해,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손길들이 있다. 바로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 에듀케이터 그리고 전시공간 디자이너다.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가, 그리고 갤러리에서는 갤러리스트가 전시를 기획하는 역할을 맡는다.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통해 돕는다. 또한 전시공간 디자이너는 텅 빈 전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작품들이 배치되어야 동선이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여 공간 전체를 디자인한다. 이런 손길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전시를 보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 관람객이 예술가 못지 않게 가깝게 느끼는 행위자도 있다. 바로 도슨트다. 전시해설을 하면서 관람객들이 예술가와 작품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기획전시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도슨트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도슨트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은 일명 스타 도슨트로 각광받기도 한다. 그의 해설 시간에 맞춰 전시를 관람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도슨트는 분명 관람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지만, 그에게 너무 의지하게 되면 자립적인 감상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도슨트가 제시하는 감상의 방법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니므로, 해설의 도움을 받아 감상해보되 자신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하나,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행위자가 있다. 미술관에서 가장 보기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보존과학자들이다. 미술품 보존과학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통섭적인 견지에서 작업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야 하고, 자신이 복원해야 하는 수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도 해야 하며 무엇보다 복원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지식까지 섭렵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보존과학자들에 대해 생각보다 잘 조명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에서 저자 김진혁이 빠뜨리지 않고 다루고 있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만일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과 미술 작품에 연계된 사람들에 대해서만 저자가 다뤘다면, 이는 변죽을 울리는 데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김진혁은 제3전시실의 영역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담긴 챕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만나는 그 시공간은, 비단 작품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를 감상하는 데에는 전시 포스터와 전시 티켓을 보는 것도, 전시 서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미술관 공간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감상까지도 그 날의 전시를 감상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작품 내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작품 외적인 요소들로부터도 우리가 감상의 폭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세밀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마지막 제4전시실을 통해, 저자는 종국적으로 예술적 경험이 독자의 삶에 내밀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를 다 보고 난 다음, 관람객들이 어떻게 더 이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하여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듣는 것, 온라인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것 그리고 전시 굿즈를 사는 것을 예시로 들고 있었다.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전시의 여운을 좀 더 체화할 수 있으리라는 방향성의 제시였다. 또한 실제로 작품을 컬렉팅하는 것 또한 삶 속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보다도 저자가 말한 여러 방법 중에서 정말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것은 분명 귀찮은 일이다. 우선 리뷰를 쓰려면 리뷰의 대상에 대해 충분히 팡악해야 한다. 대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파악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상의 사진도 다각도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대상의 어떤 면을 기억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한 다음, 리뷰의 개요를 설계하고 문단을 나누는 단계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뷰를 남기는 것은 확실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리뷰를 남기는 것은, 쉽게 잊혀질 것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붙잡아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남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글을 써서 남기면 그 때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으로 리뷰의 대상을 바라보았는지를 명확하게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오래 되어 더 이상 기억이 남지 않았던 것조차 내가 남긴 글을 보면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이렇게 기억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다는 장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리뷰 쓰기의 큰 강점은 글을 쓰면서 점점 더 내 감상이 명확해지고 풍부해진다는 점이다. 먼 미래를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당장 지금의 나를 위해서도, 글을 써서 리뷰를 남기는 습관은 내 지각을 넓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인 셈이다. 저자 김진혁이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언급해준 점이 참 좋았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를 읽어내려가는 초심자들이 이를 보고 리뷰를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앞으로 미술을 더욱 가깝게 느끼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기에 그가 진심으로 하는 이 조언이 사려깊게 와닿았다.
저자 김진혁은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우리를 위한 책을 썼다. 이를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은 미술관을 어려워하는 우리를 위한 책을 쓴 것이다. 그렇게 미술 작품과 미술관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모든 독자들을 위해, 그는 미술을 좋아하는 법을 하나씩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우리가 만나는 작품을 위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로운 손길들을 보태는 모든 사람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고, 그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들까지 함께 소개했다. 또한 그렇게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작품들을 감상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나아가 그 경험이 더욱 깊에 삶에 자리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도 공유하면서, 저자 김진혁은 우리가 미술을 더욱 좋아하게 되고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어떻게 하면 미술을 더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미술을 어떻게 우리 삶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저자 김진혁이 자세히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알려주는 이 길을 한걸음씩 따라 걸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게 삶의 경험을 쌓다보면, 어느 순간 알지도 못하는 새에 우리는 미술관을 좋아하게 되고 예술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미술전시 감상에서 아트 컬렉팅까지 예술과 가까워지는 방법
지은이: 김진혁
분야: 인문, 예술, 미술
출판사: 초록비책공방
페이지: 292쪽
정가: 20,000원
ISBN: 979-11-91266-71-9 (03600)
[석미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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