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래된 것들의 인플레이션 [문화전반]

일반이 유행하다
글 입력 2023.02.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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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엄마아빠 옷장을 뒤져보면 유행을 따라갈 수 있다. 레트로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Y2K 패션의 유행으로 오지 않을 거라고 부정했던 로우라이즈 팬츠부터 볼레로 가디건까지 내돈내산이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스키니진도 다시 돌아온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다면 인테리어는 어디까지 시대를 역행하면 ‘요즘 감성’을 담을 수 있을까?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고 들어보았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C 중반 정도의 미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복잡한 장식보다는 기능에 집중하면서 심플해진 인테리어 스타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하면 이케아(IKEA)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풍이 정석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다. 다음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요즘 더 자주 접했던 스타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31.png
IKEA

  

오늘의집 joyhyeon.png
오늘의집 @joyhyeon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해 더 세련되어 보이는 제품들이 있음에도 많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마구 오른 세컨핸드 제품들도 많다.

 

레트로의 유행으로 본의 아니게 이런 일들이 패션, 인테리어를 포함해서 많은 분야에서 보이다 보니, 물건을 잘 버리는 나조차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이삿짐 정리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내 짐들 중에 ‘샤넬 클래식’이 있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예를 들어, 휴대폰 무더기들. 버리지 않은 휴대폰들을 무더기로 찾았다. 폐기 휴대폰들을 초기화하는 것도 귀찮을 뿐더러, 어떻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성가심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 언젠가는 휴대폰의 역사 박물관에 기증할 목적으로 내가 썼던 휴대폰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나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폐기되지 못한 휴대폰들을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오래된 물건들을 찾아 떠났다(레트로 인테리어를 위해서!). 이쯤에서 내가 찾아야 하는 물건들을 한 번 알아보자. 원목 톤의 가구와 그에 어우러지는 소품들, 당시 패션잡지, LP, 빈티지 소품 따위의 것들이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튀지 않는 조명과 그림까지 있으면 완벽하게 미드 센추리 모던이 완성된다.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아 며칠간 오늘의집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봤다. 이런 일에 핀터레스트가 제격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영감이 아니라 구매를 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다. 나와 비슷한 취향(미드 센추리!)인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궁금한 아이템이 있으면 구매 페이지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 오래된 것을 찾아 최신의 앱을 이용하는 내 모습이 꽤나 재미있는 형상이다.


많은 소품을 구매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휴대폰들을 제외하고선, 내 취향이 원래 미드 센추리에 가까운 터에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시간 순서대로, 내가 구매한 중고제품들-나에게 온 지 오래된 물건들-구입한 새 제품들, 이것들이 한 장소에 어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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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zz

 

 

이런 스타일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유행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을 포함한다. 재미있다.

 

지금은 나에게 있어 현재인데, 그 위에 걸쳐진 과거의 것들이 서로 부딪힐 법한데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깔끔하게 모노톤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와 비교했을 때, 그 묵직함이 여겨지는 것이 이런 이유일 것이다. 브라운 계열의 색이 주는 아늑함과 무게감 안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자는 “레트로가 ‘여전히’ 유행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유행 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북유럽 풍의 인테리어를 촌스럽다고 말하지 않고, 하이웨스트팬츠를 입는다고 그 누구도 눈치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것들의 인플레이션이 불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하이웨스트팬츠에 크롭티를 입거나, 미드 센추리 인테리어에 북유럽풍 인테리어에서 사용했던 스탠드조명을 활용하는 식이다. 레트로가 유행하는 것의 가장 큰 획득은 일반의 유행이다.

 

엄마와 같이 미적 취향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등 물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레트로가 오래도록 유행하더라도 질린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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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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