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작은 어떻게 명작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는가 [영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글 입력 2023.01.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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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할리우드 전성기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반영 기준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일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명작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역사에 남을 명작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요인이 존재한다.

 

 

 

1. 화려한 연출과 오케스트라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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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CG가 없던 시기였음에도 상당히 거대한 스케일의 연출을 보여주었다. 남북전쟁이라는 배경 상 그 규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

 

트웰브 오크스에서의 화려한 파티 씬 이후 남자들이 군인으로 차출되어 여자들이 그들을 배웅하는 모습, 전쟁 중의 혼란스러운 거리와 끙끙거리는 신음이 가득한 임시 병원의 모습, 기차역 한복판에 부상자들과 시체들이 널려있는 모습 등의 전체적인 배경 묘사가 탁월하다.


스칼렛과 멜라니 등이 레트와 함께 마차를 타고 불길 속을 질주하는 모습 또한 실제로 불을 질러 연출한 장면이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비용 면으로도 그리고 환경 면으로도 상당히 효율이 떨어지는 연출이겠지만, 당시로서는 그만큼의 거대한 스케일로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맥스 스타이너가 만들어낸 영화 음악은 거대한 스케일의 장면들에 걸맞은 위엄을 보여주면서도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하였다.

 

바그너가 확립한 라이트모티프(Leitmotiv)는 캐릭터 혹은 사물과 음악을 연결 짓는 기법인데, 주로 오페라와 같은 음악극에서 사용되다가 맥스 스타이너가 이를 영화에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OST로 ‘Tara’s Theme’을 꼽을 수 있다. 타라라는 공간을 테마의 주제로 선택하여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주인공인 스칼렛은 타라를 지겨워했고, 이후 애틀랜타로 떠나지만 전쟁이 심화하자 다시 타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황폐해진 타라를 다시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스칼렛과 타라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내용과 ‘고향’이라는 원초적 이미지를 잘 반영한 영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2. 시대의 격변기 속 성장하는 젊은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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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삼각관계라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북전쟁과 자본주의로의 전환기라는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며 그 배경 속에서 성장하는 주인공 스칼렛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중심으로 두 남자가 삼각관계의 인물로 등장하는데, ‘스칼렛을 사랑한 남자’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이 사랑한 남자’ 애슐리 윌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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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는 상당히 현실주의적이고 이해타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남자이다. 그래서 전쟁 중에서도 무엇이 이득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며 모두가 가난해져 가는 과정에서도 착실하게 부를 쌓아가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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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윌크스는 낭만주의적인 지식인에 가깝지만, 다소 무능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유약한 남자이다. 비록 전쟁 중에서는 진급도 하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지만, 이를 회의적으로 여기고 또한 전쟁 이후 황폐해진 타라를 살리는 과정 속에서 그의 무능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두 남자 모두 남부의 오만함과 전쟁의 잔인함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레트는 이를 남부인들 앞에서도 당당히 주장하며 격변기를 제대로 이용한 반면 애슐리는 결국 우유부단한 태도로 소극적으로 반응하며 참전을 결정한다.


어느 인물이 더 도덕적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쉽지 않다. 레트는 영리하면서도 교활했고, 애슐리는 우유부단하면서도 다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스칼렛은 오히려 레트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전쟁 이전에도 도덕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우선시했던 성격이긴 했지만, 전쟁 이후 타라와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가장이 되어 레트를 의도적으로 유혹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는 등 현실주의적인 면모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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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후반부까지 스칼렛은 레트가 아닌 애슐리를 사랑했다. 왜일까? 


첫 번째, 낭만주의자인 애슐리는 그녀의 ‘삶의 열정’을 봐주는 사람이지만, 레트는 그녀와 닮아있어 마치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투영하는 사람이다. 그녀 또한 현실주의자이지만, 전쟁 속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은 꽤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본능적으로 낭만과 허상을 좇는다.


두 번째, 애슐리는 찬란했던 타라라는 과거를 상징하고, 레트는 남북전쟁이라는 황폐화된 현재와 자본주의 사회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한다. 스칼렛은 전쟁을 거치며 순수했던 소녀에서 실질적인 가장이 되고 결국 재력가인 레트와 결혼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애슐리를 사랑하던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과거를 추억한다.


그러나 애슐리가 자신의 아내인 멜라니의 죽음에도 계속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스칼렛은 자신이 사랑한 애슐리와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두 붙잡을 수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랑한 것이었어요. (I had loved something that doesn’t really exist.)”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레트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낭만에서 현실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간다. 비록 계속 갈등을 빚어왔던 레트가 결국 스칼렛을 떠나지만, 성장한 스칼렛은 더 이상 낙담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비극적인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희망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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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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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함께 개봉된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더욱 공감과 위로를 자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쟁 후 많은 것들이 망가지고, 사회는 빠르게 변하며 젊은이들에게 고민과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결국 또 힘차게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사회의 격변기는 비단 전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통은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하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젊은이의 성장을 거의 4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 안에서 세밀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결말에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는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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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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