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새해를 여는 우리의 음악 - 국립국악관현악단 2023 신년음악회

글 입력 2023.01.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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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공연계 비수기이지만 각종 신년음악회 덕분에 의외로 들을 거리, 볼 거리가 풍성한 달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음악회도 지난 14일 관객을 찾아왔다. 어느덧 세 번째를 맞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음악회는 국악관현악 레퍼토리 개발을 목적으로 2020년 처음 기획된 이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우리 음악의 역동적인 현재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마에스트로 정치용이 지휘를 맡은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Knock(노크)’,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 첼로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섬집아기 환상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비행(飛行)’을, 2부에서는 ‘파미르고원의 수상곡’, ‘비상’, ‘베틀노래’, ‘Il Libro Dell'Amore(사랑에 관한 책)’, ‘하나의 노래, 애국가’를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소리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소금 연주자 김한백,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와 같은 다양한 협연자의 개성이 어우러져 색다른 하모니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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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Knock(노크)’였다.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어법을 두드린다는 의미로 ‘Knock’라고 이름 붙인 이 곡은 지하철 환승 음악으로도 익숙한 작곡가 김백찬의 작품이다. 새해의 문을 열어젖히는 첫 곡에 걸맞게 희망차고 밝은 느낌으로 시작하는 ‘Knock’는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된다. 5개 음(도, 레, 미, 솔, 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흔히 알려진 전통음악의 문법을 새롭게 분석하고 해체한 결과, 국악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탄생했다. ‘국악’관현악단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정적인 공연을 예상했다면 그 선입견을 단번에 깨주는 첫 곡이었다.

    

이어지는 곡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법한 제목의 민요, ‘옹헤야’를 기반으로 한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는 북한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리한우가 2004년에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한 것을 최지혜 작곡가가 국악관현악으로 다시 편곡한 버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날카롭고 가녀린 바이올린 선율이 익숙한 민요 가락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다음 곡인 첼로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섬집아기 환상곡’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곡, ‘섬집아기’의 선율을 주제로 한 곡이었다.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섬집아기’의 선율에 아리랑의 선율이 더해져서 그 애상을 더 짙게 만들었다. 협연자로 나선 홍진호 첼리스트의 첼로 연주는 국악기인 해금, 아쟁의 소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각각의 소리를 상호 보완했다. 


'섬집아기'의 가락과 함께 처음에는 잔잔하고 단순하게 시작한 곡은 연주되는 악기가 늘어남에 따라 점점 더 풍성해지고 거칠어졌다. 후반부에 이르러 국악관현악단의 악기와 바이올린, 첼로까지 함께 연주될 때면 작은 집에서 시작된 음악이 폭풍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깊이 각인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비행(飛行)’이었다. 지금까지 연주되었던 곡 중 가장 현대적인 분위기로, 국악관현악만이 아니라 영화음악, 게임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하는 장석진 작곡가의 개성이 느껴졌다. 앞서 각각 다른 곡에 따로 등장했던 바이올린과 첼로가 여기서는 함께 등장해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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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협연을 펼친 악기가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서양 악기였다면, 2부의 첫 곡 ‘파미르고원의 수상곡’에는 김한백 연주자의 소금이 함께했다. 국악기로만 이루어진 연주라서 앞선 곡보다 우리나라 전통의 느낌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가장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었다. 그 이유는 곡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파미르’는 중앙아시아와 타자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고원 지방을 일컫는 말이며, ‘파미르고원의 수상곡’은 중국의 작곡가 조제군이 파미르고원의 웅장한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파미르고원의 수상곡’은 원래 중국의 관악기 ‘디즈’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소금 협주곡으로 편곡되어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고,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악관현악단의 구성에도 대금과 피리, 소금과 같은 관악기가 있기에 김한백의 소금 연주의 존재감이 클지 궁금했는데, 곡이 시작되자마자 또렷한 소금 소리가 귀에 들려와 곡이 끝날 때까지 내내 다른 악기에 신경 쓸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후반부에 소금 연주가 빠르게 몰아치는 대목은 이 곡의 백미로, 소금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순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았던 무대로,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1>의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가 함께했다. 경연에서 불렀던 ‘베틀노래’와 ‘Il Libro Dell'Amore(사랑에 관한 책)’, 그리고 3집 수록곡인 ‘비상’까지 총 세 곡을 선보였다. 이전까지의 공연이 오로지 연주자들의 연주로만 채워졌다면 보컬 그룹이 함께한 이번 순서에서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며 좀 더 쉽게 곡에 이입할 수 있었다. ‘다시 힘차게 바람을 지나 / 파도를 건너 이 길을 헤쳐 나가 / 날아올라 머지않아 펼쳐질 새로운 꿈을 위해’와 같은 ‘비상’의 가사는 새해를 맞이하기에 더없이 적절했다. 

    

마지막 순서는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장식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 외에도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울려 퍼졌던 조금씩 다른 애국가 세 곡을 엮은 작품으로, 대한민국 애국가, 대한제국 애국가, 그리고 임시정부 애국가를 한 번에 들을 수 있었다. 다소 낯선 대한제국 애국가와 임시정부 애국가가 흘러나오다가 대한민국 애국가로 이어질 때, 분절된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이 모두 연결되어 지금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해마다 연말이면 1월 1일 0시에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가 인터넷상에서 소소하게 화두에 오르곤 한다.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면 평소 음악 취향이 어떻든 새해를 시작하는 순간만큼은 희망차고 신나는 곡,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은 곡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해 첫 음악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음악의 힘을 인정한다는 뜻일 테다. 


2023년이 시작된 지 딱 2주가 되던 날, 해오름극장을 찾은 이들의 마음도 비슷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관객에게 올해 첫 번째 공연이었을 이번 공연은 ‘신년음악회’라는 제목에 걸맞게 희망과 설렘, 용기를 주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동양의 것과 서양의 것이 뒤섞이며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국악기를 잘 알면 잘 아는 대로, 모른다면 모르는 대로 마음속에 새로운 다짐을 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2023년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아직 무엇도 물들지 않은 1월에 들은 이 음악들을 부적 삼아 나아가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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