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제와 미래를 마주하다,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전'

글 입력 2023.01.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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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 겨울 아침의 햇살과 공기를 맞으며 이번 전시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전’이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밖에 보이는 포토존을 통해 이번 전시의 분위기를 느끼며 주위 풍경을 둘러보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들어갔다.

 

 

전시 소개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슬로바키아의 사진작가로 복원과 고고학을 전공했다. 그녀의 전통적인 초상화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사진 스타일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으며 특히 보그, 포브스, 가디언 등 전 세계 출판물의 특집기사로 소개되었다.

 

다양한 작품 중 선택된 174점의 사진을 리빙, 퓨트로 레트로, 더 스위밍 풀, 커플, 로스트 인 더 밸리 5개 섹션으로 나누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스바르보바의 주요 작품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5개의 섹션은 작가의 예술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다룬다. 그녀의 대표작인 스위밍풀 외에도 기업과 협업한 작품 및 최신 작품까지 현재와 과거를 총망라한다. 또한 사진작품 외에도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볼 수 포토존까지 다양한 경험을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인다.

 

 

필자는 이번 전시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전>에서 보고 느꼈던 것 중에서도 특징적이었던 세 가지를 간추려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세 가지는 “시간의 결합”, “감정의 부재와 존재” 그리고 “강렬한 색상의 대비”이다.

 

 

 

하나, 시간의 결합


 

첫 번째는 “시간의 결합”이다.

 

시간의 결합이라고 생각한 이유에는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에서 보았을 때 시간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해서 그런 까닭인지 과거를 탐구하는 모습은 작품에서 자주 반영되었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과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연출하거나 구와 신의 결합 즉,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결합하여 사진에 담았다.

 

전시 첫 번째 테마 ‘노스텔지아’에서는 그녀의 고향 즉,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 시대였을 당시의 소품을 차용한 작품이 있다. 사실, 그녀는 1989년 출생으로 구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종식된 해 태어나 직접 공산주의를 겪지는 않았지만 공산주의 시대를 떠올릴 수 있는 요소를 현대에 관점에서 재해석해 담아냈다.

 

이를테면, 작품 ‘Chrumky(2015)'은 휴지로 얼굴을 가린 아이의 목에는 붉은 스카프가 둘러져있어 공산주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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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umky, 2015

 

 

또한, 전시 다섯 번째 테마 ‘로스트 인 더 밸리’에서는 미국에서 촬영한 작품임에도 사진 속 인물이 착용한 의상은 모두 슬로바키아에서 가져왔으며 특징적인 것은 공산주의 정통 의상인 점이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1960년대 후반 소련과 그 동맹국들은 개혁주의 운동 탄압을 위해 군사 침공을 주도했고 그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많은 시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러한 오래전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의 연관성을 반영해 작품에 반영했다.

 

이는, 작품 ‘태생(Origins)(2019)'과 ‘시선(View)(2019)'에서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인물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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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2019

 

 

그녀의 작품 내 특징 중 신(新)과 구(舊)의 결합과 조화는 전시에서 주목할 요소였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옛것에서 현대적 감각을 이끌어내고, 단단한 물질에서 유약한 이면을 찾아내 소재로 삼아 사진에 복합적인 주제를 담았다.

 

이는, 이번 전시의 주제 즉, ‘어제의 미래(퓨트로)’와도 연결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 공산주의 시대의 소탈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섞어 변하지 않은 영원한 타임리스를 표현했다. 과거 시대를 오마주하면서도 미래적인 요소를 넣어 작품을 완성하여 자연스럽게 미래적인 레트로풍(Future Retro)을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게임 오버(Game Over)(2014)'가 그렇다. 사진 속 인물들이 걸친 흰색의 옷은 단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하는 반면, 배경은 노출된 콘크리트 표면이라 마치 1950~60년대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 등을 사용한 건축 양식 ’브루탈리즘(Brutalism)‘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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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Over, 2014

 

 

뿐만 아니다. 한 사람의 역사를 담은 작품 또한 있었다. 바로, 전시 세 번째 테마 ‘더 스위밍 풀’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시간(Time)(2020)'이다. 이 작품은 전시 포스터로도 소개된 사진이다. 빨강, 노랑색의 수영모를 하고 수영장 안에서 물을 얼굴 바로 아래 목 위까지 담그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물 밖에서의 얼굴과 물에 비친 얼굴의 모습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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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2020

 

 

물 밖에서의 모습이 과거일까 현재일까 혹은 물에 비친 모습이 현재일까 미래일까. 알쏭달쏭한 물음표를 남기며 한 여자의 모습을 통해 과거 또는 미래로든 시간의 흐름이 진행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자세히 보면 눈치 채지 못할 이 작품은 다름을 인지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작품을 의미가 다르게 보인다. 필자는 유심히 바라보다 얼굴 모습이 다름을 알고 조금 더 심오한 의미를 그 작품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둘, 감정의 부재와 존재


 

다음으로, 두 번째는 “감정의 부재와 존재”이다.

 

사실 필자는 처음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감정의 부재’가 느껴지는 인물들을 보고 이질감을 느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무표정 또는 감정을 해석할 수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표정 때문이었다. 사람인지 인형인지 모를 표정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시작한 때는 2014년 'Swimming Pool 시리즈‘ 이후였다고 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그녀의 작품 방식은 변화했다. 이전의 작업이 표현력이 뛰어난 감성적인 사진이었다면, 이후에는 인물의 감정을 제거하고 단순한 피규어로 표현한 것이다. 감정이 배제된 인물의 작품을 보면서도 필자는 계속해서 그 안에서 느끼는 인물의 감정을 생각하려고 했다. 무표정 속에서 조차 담긴 감정적 반응을 느끼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마치 인형 같은 사람들의 모습에 기이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를테면, 전시 첫 번째 테마에서 병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 시리즈가 그랬다. 인물들의 직업이나 상황을 짐작하며 작품을 바라보지만 감정이 부재되고 경직된 자세를 한 인물들의 모습은 굉장히 독특한 인상을 주었다.

 

 

Stick, 2014.jpg

Stick, 2014

 

 

그녀는 이렇듯 자신이 만든 형식의 통제 하에서 의도적으로 인물의 행동과 표정을 조정하고 감정의 부재라는 키워드로 이에 대한 실험을 지속한다. 전시 내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 촬영 방식 또한 모든 인물들은 감정 없이 화면의 시각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움직임만을 추가했다. 이렇게 그녀가 작업한 이유는 자유의 중요성과 많은 사람들이 구조적인 방식의 통제 속에 빠지는지에 대해 강조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전시 세 번째 테마 ‘더 스위밍 풀’에서는 그녀의 대표 시리즈 중 ‘걸파워 시리즈’에서 그녀의 여타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살아있는 감정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다양한 포즈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희망과 여성의 화합 그리고 상호 지원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물들의 모습은 감정의 부재가 아닌 존재로 부동이 아닌 유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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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Power, 2018

 

 

 

셋, 강렬한 색상 대비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강렬한 색상 대비”이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을 보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렬한 색상의 대비’였다. 은은한 파스텔 색상의 배경에 비해 인물들은 강렬한 색상의 옷 또는 소품을 착용으로 확실한 대비를 주었다. 특히, 그녀는 파스텔 색상 중에는 파란색과 청록색 및 녹색을 선호했고 강렬한 색상으로는 주로 빨간색과 노란색을 사용했다. 이 둘의 조합은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색상을 더욱 다양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전시 세 번째 테마인 ‘더 스위밍 풀’에서는 그녀의 대표적인 컨셉인 [스위밍 풀 시리즈]를 통해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나무(Tree)(2016)'작품은 흰색과 은은하게 비추는 푸른색 수영장과 대비된 색색의 채도 높은 색상의 수영모와 빨강색 수영복은 색채의 대비를 더욱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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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 2016

 

 

또 다른 작품으로는 ‘네헤라 캠페인(Campaign NEHERA)(2016)'이 있다. 그녀는 수영장 흰색 타일의 벽을 뒤 배경으로 하고 빨간색 문구가 적힌 작품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둘의 색상 대비가 눈에 들어오며 그 앞의 인물들의 빨간 수영모와 대비된 흰색 옷이 한 번 더 대비를 일으킨다.

 

한편, 빨간색으로 적힌 문구의 의미는 “점프 금지, 음식 금지, 풍선 장난감 금지”와 같은 표지판이라고 한다. 이것 또한 그녀의 작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녀는 편안한 활동으로서의 수영의 역설과 수영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많은 제한과 규칙은 그녀에게 많은 의미를 갖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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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NEHERA, 2016

 

 

색상의 대비뿐만 아니라 그녀가 4년 동안 찍은 슬로바키아에 있는 13개 수영장에서 남긴 사진들은 마리아 스바르보바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수영장의 건축 특히, 넓고 깨끗한 타일의 표면과 완벽한 각도를 표현한 수평과 수직의 선과 햇빛에 반사되는 푸른 물 그리고 인물을 대칭으로 배치하여 기하학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렇듯,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전' 전시를 통해 그녀의 예술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어떻게 작품 속에 담아냈고 이야기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진 작품 외에도 포토존이나 영상 등이 마련되어 있으니 전시를 다양하게 보시기를 바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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