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울림 편지콘서트 - 슈베르트, 겨울여행

글 입력 2022.12.2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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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12.31. 산울림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포스터.jpg

 

 

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이면 연말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연들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유명 해외공연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 껏 느낄 수 있는 공연까지 무엇을 관람해야 될 지 오랜 고민이 필요할 정도다.

 

수많은 공연들 중 무엇을 관람해야 할 지 고민끝에, 소극장 공연을 선택했다. 올해는 설레고 떠들썩한 연말보다도,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연말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된 공연은 소극장 산울림의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겨울여행]이다. 소극장 산울림은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관객들과 새로운 모습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극장이다.

 

그런 산울림에서 진행하는 편지콘서트는 낭독과 라이브 연주를 통해 관객들이 음악가의 삶과 음악을 새롭게 이해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져 가고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금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올해 산울림 편지콘서트의 주인공은 낭만주의 음악의 선구자이자 독일 예술가곡의 창시자 슈베르트다. [송어], [보리수], [죽음과 소녀] 등 수많은 명곡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가이지만,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의 음악과 삶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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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건물에 도착해 지하로 내려간 순간, 마치 초대된 소수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초대된듯한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돌아가며 각자의 예술과 문학에 대해 발표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눠야 할 것만 같았다. 또한 관객과 연주자들의 거리가 가까워 무대와 객석이 보다 가깝게 교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은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가 슈베르트 사후 10년이 되던 해 기일에 맞춰 슈베르트와 주고 받았던 편지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페르디난트는 슈베르트가 얼마나 재능이 있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그의 삶이 어땠는지를 관객들에게 차분히 전달해주었다.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서는 것보다 혼자 시 읽기를 좋아했던 슈베르트는 비올라를 연주했음에도 작곡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슈베르트는 괴테, 밀러, 하이네 등의 시를 즐겨 읽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을 많이 작곡했다고 한다.

 

다양한 부문에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가곡을 독립된 주요한 음악의 한 부문으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곡형식으로 독일 가곡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는 그가 어떻게 '가곡의 왕'이라는 호칭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고, 명성을 얻었을 것이라 예상했던 슈베르트의 삶은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 그는 가난과 고독 속에서 평생 독신으로 살며 젋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재능에 비해 많은 빛을 보지 못하고 외로이 떠났지만, 그럼에도 그의 삶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슈베르트는 친구들과함께 모여 음악과 문학, 그리고 예술을 함께 나누었고, 슈베르트를 위한 작음 음악회 "슈베르티아데"를 열었다. 기쁨보다는 고독과 불행이 더 가까운 그였지만, 슈베르티아데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만의 음악을 완성하고 오래도록 남길 수 있었다.

 

슈베르트의 서사와 함께 생생히 연주된 그의 곡이 기억에 남는다. 마이크 없이도 공연장을 풍성하게 가득 채운던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테너와 베이스의 목소리까지. 한 사람의 몸에서 세 사람의 음성으로 불러진 슈베르트의 대표곡 마왕은 사람을 몰입시키는 강렬한 흡입력이 느껴졌다. 평소 클래식 공연은 종종 접했지만, 가곡 연주는 처음 접하여 새로우면서도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았다.

 

화려하고 가슴 설레이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슈베르트 두 형제가 전하는 이야기와 소극장을 가득 울리는 클래식 연주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풍경처럼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올해의 겨울을 잔잔하게 보내고 싶다면 소극장 산울림의 편지콘서트를 추천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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