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우림의 노래에 투영하는 이유 [음악]

우리에 대한 노래를 하고 있으니
글 입력 2022.12.1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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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그 시절 한국을 강타한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였다.

 

무엇이 좋은 음악이고 나의 취향인지도 모를 시절, TV 속 ‘고래사냥’과 ‘라구요’를 부르는 김윤아의 모습은 어린 나의 심장을 쿵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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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친구와 함께 자우림 콘서트에 다녀왔다. 한국 아티스트 중 누구의 음악을 가장 많이 듣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자우림이라 답해왔고, 스포티파이 연말 결산 1위 아티스트 또한 자우림으로 나오는 사람으로서 큰 기대와 함께 공연에 다녀왔다.

 

다음은 그들이 그날 저녁 들려준 곡과 나의 주관적인 감상이 담긴 글이다.

 

 

 

광견 시대


 

 

 

콘서트 초반의 자우림은 미쳐 돌아가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그들은 늘 세상을 살아가는 타인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 들리는 이야기들, 그것이 어리고 가벼워 보일지라도 조명을 비추어 드러내곤 한다. 타인을 향한 혐오와 분노가 눈에 띄게 과열된 요즘이지만, 그 누구도 강자를 혐오의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단지 쉽게 두려워할 누군가, 즉 한없이 약한 곳에서 간간히 살아가는 약자를 표적으로 삼는 시대를 광견 시대라 비유하며 비판하는 곡이다.

 

 


Fade Away


 

 

 

우린 모두 세상에서 사라지고, 희미해진다. 종결이 있음에 삶이 아름답다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게도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이 곡은 이러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을 대변하는 곡이다. 제목의 의미와는 상반되게, 이 곡의 후반부는 터질 듯한 울분을 밴드 사운드로 구현해 내며 끝을 맺는다.

 

실제 공연장에서 들은 곡의 후반부는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슬픔이여 이제 안녕


 

 

 

콘서트를 가기 전 ‘과연 내가 콘서트에서 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는 여타 뮤지컬이나 연극과 다르게 무대 위 적당한 서사와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편이니 말이다.

 

평소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작품을 강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탄함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노래 때문이었을까,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음악 앞에서 감정적으로 굴복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게워냄인지 경험한 순간이다.

 

 

 

가시나무


 

 

 

사람마다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곡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런 노래로 이 곡을 뽑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전율이 돋았던무대를 뽑자면 바로 이 곡이다. 셋리스트 중 가장 예상치 못한 곡이었다.

 

 

 

Something Good


 

 

 

칼 품은 벨벳 마냥 속과 겉이 다른 곡이다. 밝은 멜로디와 가사로 둔갑한 채, 진정 좋은 일만 가득한 향후를 그리는 것 같지만 사실 불분명한 두려움을 소재로한 곡이다. 그래도 콘서트에선 팬들에게 해주는 말처럼 전달이 되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노래는 밝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뷔 ‘몇 주년’이란 타이틀에 크게 욕심이 없던 그들이지만, 25년이 흐르고도 여전한 지지를 보내주는 이들이 있음에 고마워하는 듯하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동명의 드라마로 일명 ‘차트 정주행’을 달리며 넓은 사랑을 받은 곡이니, 분명 이 곡 하나를 위해 앉아있던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곡을 매우 애정하는편이다.

 

자우림은 유독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에 관한 곡을 명징하게 써 내려가는 밴드이다. 우리는 숙명과도 같은 후회의 사이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지만, 신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 과거는 미화된다는 것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과거라 아름다운 것이고, 그리운 감정이 차오르는 법이다. 인간은 어떤 것이든 무디어지기 마련이고, 감사함을 망각해버리고 마는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우림 ㅡ 스물다섯 스물하나.jpg


 

자우림의 음악은 듣게 된다는 표현보단 찾게 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자우림은 일반 청중들이 지니고 있을,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 없는 일상적인 슬픔과 현실적 문제를 가사에 녹여낸다. 머릿속에만 떠다니는 난잡한 문구를 낚아채어 음악이라는 하나의 응집체로 만든 그들의 수고는 분명 많은 이들을 일으켜 세워준 지지대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그들이 밴드로서 25년이란 세월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사이 신뢰와 그들이 만들어온 음악 덕분일 것이다. 그들은 어느 존재나 투영이 가능한 음악을 한다. 사회의 문제와 슬픔을 녹여내는 음악부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음악까지 모두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슬픔과 어려움을 음악이 해결해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나름의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그들의 음악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늘 그래왔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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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ㅠㅠ 너무 좋아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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