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따라 그리기 시리즈

정상의 대물림을 통과해서.
글 입력 2022.12.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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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민(Han SeungMin)

 

따라 그리기 시리즈 

 

2022

 

디지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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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내 인생의 약 10년은 어린이로 살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약 15년은 어린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은 내 친구이기도, 내 가족이기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기도 했다.

 

미술‘교육’은 재현에서 시작한다. 보이는 그대로,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그렇게 우린 우리가 보는 세상을 ‘따라 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실제랑 비슷하게’를 가장 쉽게 가르치는 방식은 점선이다. 아 방식은 그리기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학생이라면 36개월부터 80살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며 쉬운 방식이다. 그러나 따라 그리기는 미술교육에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맨 처음 영어, 한글, 한자를 배울때도 점선 따라 그리기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들어가서도 따라 그리기는 멈추지 않는다. 칠판의 판서를 따라 그리고, 논문과 책에서 선임연구를 공부하고, 내용을 발췌하는 것 또한 따라 그리기의 연장선이다.

 

모방은 교육의 본질이다. 교육이란 한 인간의 성격, 인격, 사상, 신념, 직업을 결정짓는데 부모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흔히들 가정교육이라고 하는데, 가정 교육 역시 관습적인 도덕이란 기초 위 이뤄지는 교육이다.


이렇기에 교육과 관련된 지식, 실행자, 도구 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립적인 매체로 생각되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교육은 늘 중립을 선언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경제-사회 체제와 싸워왔다.


<정상가족 프로젝트>는 정상을 규정하는 것들에 대한 작은 반항이다. 현대의 가족상은 확장되는데, 정치색에 따라 가족의 정의는 입맛대로 바뀐다. 법이란 정상을 결정하고, 정상은 교육을 통해 전파된다. 여기서 정상 가족 신화는 만들어진다. 법적 정상대로만 산다면 가정의 행복, 보살핌, 지원은 뒤따라올 것처럼 홍보하는 교과서, 문제집. 가족=사랑 일것이라 말하는 듯한 프로파간다 속 사람들의 웃는 표정은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선대의 지혜라며, 지식이라며 배운 따라 그리기식 교육은 점선대로 따라오지 않는 모두를 비정상, 타인으로 만든다. 난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가족 신화와 법적인 정상 가족의 정의가 실제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나와 가족 간의 복잡하고 깊은 감정적 역사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음을 느꼈다.

 

조금 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가족의 정의가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론보단 현장으로 이성보단 감성으로 명료함보단 복잡함이 가족에 더 어울리는 설명이었다.


첫 번째로 한 것은 설문조사였다. 내 주변의 최대한 다양한 이들에게 주관적 가족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은유적이고, 감정적인 가족의 정의를 말이다. 이 조사에서 발견한 이미지, 은유, 단어들은 곧 주관적 가족의 새로운 교육 방안이 되었다. 이후 만들어진 주관적 가족 모형들을 모두 점선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비정상적인 가족은 따라쓰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교육 방식을 거쳐 새로운 정상을 대물림되길 원하는 마음에서였다.


난 이 점선들을 모두 한 레이어에 두고 보았다. 문득 이것이 추상화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한가지 이름만으로 부를 수는 없는, 각자가 느끼고, 보이는 것이 다른 추상화는 내가 생각한 가족의 의미와 맞아떨어졌다. 내가 사는 세상을 잘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점선 따라 그리기는 역으로 새로운 정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이 되었다.


만약 정상이 폭력적이고, 정상이 비정상자들을 생성하는 것이며, 정상이 지식이 되고 지식이 권력이 되는 것이라면, 우린 정상 밖의 정상에 가려진 것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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