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공은 직선이 아니다” 어쩌면 모두에게 필요했을 이야기 [사람]

글 입력 2022.11.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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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 부르주아의 퍼포먼스, Success isn't linear는 한마디로 '성공을 향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고정되어있는 예술품의 형태가 아닌,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Success isn't linear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면 차분한 템포의 음악과 함께 한 백발의 남성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을 오르는 몸짓은 무척 느리고, 남성은 발밑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갈망하듯 눈앞을 향해 팔을 내뻗을 뿐이다. 이처럼 느리지만 착실하게 계단을 오를 것처럼 보였던 사내는 어느 순간 궤도가 굽어지더니 기어코 계단 밑으로 떨어져 버린다.

 

바닥으로 이끄는 중력의 흐름에서 겨우 벗어난 사내는 직전보단 낮은 중턱에서 다시 계단을 오른다. 여전히 느리지만 이전보다는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두어 번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 사내는 계단의 정상에 걸음을 내디딘다. 마치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게 말이다. 그러나 사내는 안정적으로 목표를 이루었다기보단, 위태로운 모습이다. 추락과 달성의 경계에서 힘겹게 발끝으로 버티던 사내는 결국 다시 계단 밑으로 떨어진다.

 

극적인 변화는 여기에서 이뤄진다. 트럼펄린에서 튕겨 허공으로 솟아오른 사내는 위로, 앞으로만 나아가던 이전과 달리, 마치 '직선의 틀'을 깨버린 것처럼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기도 하고 한 구간에서 멈추어 선 듯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도 한다. 느린 템포의 웅장한 음악에도 어딘지 모를 흥겨움이 느껴진다.

 

타오르듯 모든 기력을 불태우며 여러 계단을 오가던 사내는 또다시 맞이한 정상에서 다시 한번 실패의 쓴맛을 맛보고 만다.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이번 추락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더 낮은 계단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의 바로 수직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내뻗는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언제든지 사내를 다시 계단 위로 데려다주었던 트럼펄린 마저 동력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사내의 몸을 튕겨내는 트럼펄린의 반동도 점차 진폭을 줄여가며 다신 재기할 수 없을 것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전과는 다른 탄성, 다른 상황, 여전히 잡히지 않는 목표.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변치 않는 것은 하늘을 향해 내뻗는 손. 그리고 이상을 쫒아가는 발버둥뿐이다.


오묘한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서는 간절한 발버둥 속에 몸이 점점 다시 떠올라 탄성을 되찾아간다. 이전의 여정과 비교하면 무척 지지부진하고 느린 진척도지만, 사내는 기어코 정상에 올라 목표를  쟁취해낸다. 내뻗은 손과 벽면을 내딛는 걸음으로 말이다.


성공은 직선이 아니다. 즉, 실패하지 않는 삶은 없다는 메시지는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실패 회피증'에 걸린 모든 이들에게,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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