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떨어짐 뭐 어때, 그럼 다시 뛰어올라 :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
글 입력 2022.11.08 12:30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MG_0849.JPG

 

 

 

SYNOPSIS


 

잘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늘 혼자인 수현은 이 세상에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학교 주위를 맴돌다 불이 다 꺼진 어두운 교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자신의 주위로 모여드는 친구들. 승우, 다인, 지훈이라고 소개한 이들.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데 어째 명찰의 색깔이 이상하다. 학교를 순찰하는 경비는 혼자 있지 말고 어서 집에 가라고 떠민다.


잠깐만 너네 누구야?!… 우리? 이 학교를 떠도는 귀신.


15년동안 남고를 떠도는 귀신들은 일거수일투족 수현을 쫓아다니며 소원을 들어달라고 한다.


“좋아요. 어차피 죽고 싶은 몸이었으니 원하는 대로 해보세요.”


종우가 코치로 있는 폐지 직전의 구청 농구단으로 수현을 데리고 간 귀신들. 구청배 리틀 농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그들의 고군분투 훈련기가 시작된다.

 

 

 

#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 : 떨어짐 뭐 어때? 그럼 다시 뛰어올라



IMG_0847.JPG

 

 

사람은 살아가면서 언제나 성공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상 속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지, “실패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실패를 겪어도 그냥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창하게 슬픔을 이겨내지 않고도, 실패 뒤에 빛나는 성공이 따라와 엄청난 성공담의 대서사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속에서 의미를 온전히 음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주인공 수현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17살 소년이다. 가족, 주변 친구들, 담임 선생님 등 주변인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다가 죽음을 결심한다. 그때 우연히 학교를 15년째 떠돌고 있는 승우, 다인, 지훈 세 명의 귀신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성불시키기 위해 상록구청 농구단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종우가 코치로 있는 상록구청 농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폐지 위기에 처하게 되고, 수현이를 포함한 농구부원들을 급하게 훈련시키며 폐지를 막기 위한 농구대회 예선전을 준비한다.


상록구청 농구단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농구 시합에 임하지만, 엄청난 점수 차이로 지고 만다. 종우는 친구들과의 마지막 농구 한 판을 통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지만, 그것이 슬픈 기억을 완전히 지워주는 것도 아니다. 수현이는 승우, 다인, 지훈을 만나 농구를 시작했지만 학교에서의 생활이 엄청나게 바뀌지도 않았고, 괴롭힘은 여전하다.

 

결국 극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상태라는 친구를 얻었고, 상록구청 아이들은 농구단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껏 즐거워하며 공연이 막을 내린다.


 

우리가 원하는 건 승리는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건 농구하는 이 순간

우리가 함께 땀 흘리는 지금

슛, 패스, 드리블, 골인

안 됨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우리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

 

- 넘버 ‘에필로그’ 中

 

 

공연 중반에 나오는 넘버 ‘덩크슛’을 들으면서 이 공연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이후 마지막 넘버인 ‘에필로그’를 들어보니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극의 메시지. 결과가 아주 멋지지 않더라도 과정의 의미를 알아채주는 이 극이 나는 좋다.

 

 

 

# 함께 하는 사람의 존재 : 야, 혼자 농구하면 재밌냐?


 

131.jpg


 

두드러지는 결실이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에 있다.

 

사실 수현이나 종우 등 극중 인물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다. 극 초반에 죽음을 결심했던 수현은,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외로움을 느낀다. 종우는 곁에 있던 친구들이 분명 있었지만, 속초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친구를 잃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저 멀리 보이는 골대가 우리의 목표

너와 나, 그리고 이 공만 있다면

외로울 것 없지

 

- 넘버 ‘이 코트 안의 우리는’ 中

 

 

수현은 세 명의 귀신 친구들에 의해 농구단에 들어간 뒤, 상태와 가까워지고 서툴지만 조금씩 감정을 나누게 된다. 그 둘은 ‘친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함께 하는 것의 기쁨을 누릴 줄도 알게 된다. 사람을 어려워하는 상태 역시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조금씩 살필 줄 알게 되고,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종우도 그들의 코치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스스로 농구를 좋아했던 이유를 되새겨보기도 하고, 승우, 다인, 지훈과의 마지막 농구 한 판을 통해서 흉터를 갖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사람으로 그걸 치유하는 인생의 아이러니가 이 극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유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글이 너무 좋네요. 앞으로 많은 기사 기대하겠습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