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 오즈의 의류수거함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
글 입력 2022.10.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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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시험에 불합격하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도로시는, 매일 밤마다 의류 수거함 속의 헌 옷을 빼내어 구제 의류숍을 하는 마녀에게 팔아넘긴다. 그렇게 밤의 세계를 살아가며 거리의 노숙자와 폐지 할머니 등 낮의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도로시.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에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누군가 자살을 암시한 글이 써있었는데...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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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틀을 가져와 극을 구성하고 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인 '오즈의 의류수거함'이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기 때문인지, 관람 시간에 맞춰 들어간 소극장 내부는 이미 가족단위의 관람객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입장과 동시에 동공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왠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기분에 연신 주변만 두리번거리다가 착석했다.

 

그러나 극이 시작되고, 남몰래 품고 있던 나의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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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칫 내가 귀찮아질 법한 일들이 생기면 자주 눈을 감게 된다. 못 본 척하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내 자리를 피한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이 머릿속을 더 어지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눈 딱 한 번 질끈 감아버리면 그만,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괴로워하며 어려운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주인공 도로시는 그냥 지나칠 법한 의류수거함 속 195의 일기장에 결코 눈 감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일기장 속 자살을 결심한 그를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만약 내가 도로시였다면?'이라는 물음이 공연 내내 지워지지 않았던 까닭은 주변인들의 고통과 아픔에 너무 쉽게 눈 감아버리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가벼운 청소년 뮤지컬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한 생각이 큰코다치는 순간이다. (이제 더 이상 다칠 코도 없어진 것 같다.) 도로시, 195와 같은 학창 시절을 지나온 나의 가슴 한 구석이 깊게 찔려온다. 이처럼 뮤지컬 속에서 내비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이를 단지 동화적, 청소년 뮤지컬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유효한 한국 청소년들의 문제이고, 교육현장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청소년 뮤지컬임과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이 뮤지컬을 관람하는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메시지를 남긴다.

 

학생이지 않았던 어른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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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아보라 한다면, 극 중 내내 195로 불리던(195번 의류수거함에서 그의 일기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준호가 '차준호'라는 자신의 이름을 주변인들에게 처음으로 밝히게 되는 순간을 말할 수 있다.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그저 길가의 흔한 이름 모를 들꽃이었을지도 모를, 그의 진짜 이름을 도로시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찾게 되는 장면이 내 마음에도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과장을 조금 더한다면, 극 전체가 자칫 195로 남겨질 뻔했던 그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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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극 중 저마다의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던 순간이 그 어느 멜로디보다 나의 귓가에서 잊히지 않는 까닭은 그 틈새에서 비친 빛을 엿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극을 보고 난 뒤,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의 소개 문구 중 하나였던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이라는 문장을 나는 이제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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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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