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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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KOH - Gang Gang Schiele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청춘은 원래 아파야만 하는 걸까
청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푸른 봄. 어려서부터 청춘이란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매진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수능을 치르고 난 직후에, 성적과는 상관없이 들떠있었다. 드디어 나도 20살이 되는구나. 드디어 나도 청춘이 되는구나.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20살이 되었지만 성인의 나이라는 건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었다.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금지된 목록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직전까지 19살이었던 순간과는 다른 점이었고, 맥주를 처음 시키자마자 든 설렘은 곧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위의 책임자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에 술도 조금만 마시다가 곧 잔을 내려놓았다.
내게 20살은 너무나도 아픈 시기였다. 정말 많이 울었고 정말 많이 좌절했다. 그렇다고 21살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글쎄, 아니라고 답하겠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극심한 반대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에 관심도 없는 공부를 하느라 삶 자체가 지긋지긋했다.
그러다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막심해져서, 항상 우울했다. 과연 이 길이 맞는 걸까, 나는 내 적성과도 맞지 않는 공부를 해야만 하는 걸까. 이런 고민들을 그 후로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20대 초반을 계속해서 우울하고 힘들어하며 보냈다.
불안감. 그것은 내게 백동(白冬)을 몸서리치게 겪게 한 것이었으며 재미없고 지루한 성인이 되어버리게 만들었다.
내 청춘은 내가 결정하기로 했다
올해 초,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었다. 그 청춘이라는 게 도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청춘, 청춘 계속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 경험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되고 싶었던 그 '청춘'이 되고자 스스로 변화를 만들었다.
일단,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공부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안정을 느낄 것인지. 나는 내가, 내가 평생을 사랑해 온 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 그것은 내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고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에 대해, 그리고 불안한 우울감에 대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결국 난, 어떻게든 예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운명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예술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렇게 살기로 굳게 결심했다.
두 번째로, 내 마음가짐에 대해 반성했다.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면 그 속에서 최대한 마음껏 힘들어했었다. 그래야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우울함 속에 너무나도 깊게 머무르는 것이 장기적으론 내게 좋지 못하다고 느껴서 나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끔, 다른 즐거운 일들을 찾아 해봤다. 여러 실험을 하며 나 자신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의 정반대인, 행복을 찾아서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내게 그 행복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몇 가지 소일거리들을 만들어 놓는다. 덕분에 끊임없이 나 자신을 환기하며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유독 내게 엄격했던 나의 완벽주의적이고도 강박적인 가치관과 기준을 내려놨다. 문득, 언제 어디에서나 시달리고 평가받는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나 자신도 나를 심사해버리는 것이,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경쟁 구도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나라도 나를 전폭적으로 믿고 지원하고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니 삶을 대하는 나의 가치관에 사랑이 가득해졌다.
나 자신에 대해 변화가 생긴 이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들도 해보았다. 비즈니스적인 업무도, 그리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했다. 함께 여러 일들도 진행하고 즐겼다. 마음이 편안해진 이후로 항상 여유를 가지며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일적으로도, 그리고 사람으로서도 나 자신이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었고 언제나 웃게 되었다.
내게도 어느 순간 청춘이 어울리게 되었다.
청춘을 누리는 방법
며칠 전, 예전에 만들어 둔 자료를 찾느라 옛날 내 메모장을 키자 20대 초반의 내가 작성한 날것의 글들을 보았다. 지금의 내가 본 그 때의 나는, 너무 아프지만 제발 극복하고 싶어 몸부림치는 우는 아이다. 그 때의 내가 쓴 글 중 일부를 발췌해보았다.
나는 행복하면 불안하다.
떨어지는 낙폭이 커질수록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도 불행하고 싶다.
언제나 불행하면, 그만큼 행복해질 때 기분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슬프다. 그러나 이만큼 안정적일 수 없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행복해도 불안하지 않다. 행복하면, 그 행복을 최대한 더욱 느끼려고 한다. 행복에 진정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알게 되니까 나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행한 일이 생겨도 꿋꿋하게 이겨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불행한 지금도 내겐 행복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내가 비로소 청춘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불안감은 존재하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행복하고 자유롭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삶은 푸르다. 물론, 아파하던 20대 초반의 나도 잊진 않지만, 그건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에나 어울리는 슬픈 어린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 혁오의 앨범 중에는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가 있다. 나는 이 구절을 19살 때부터 지금까지 쭉 마음 속에서 되내이고 있으며 타투로 내 심장 가까이에 새길 생각이다.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순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이지 않을까. 사랑으로부터 우러러나오는 젊은 에너지가, 곧 청춘일 것이다.
나의 어리버리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아, 우리 모두 청춘이야.
[윤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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