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두 번의 휴학으로 인생이 바뀐, 룰루

여러분 잘 먹고 잘 쉬세요
글 입력 2022.10.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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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어떤 이유로 친해졌는지조차 까마득할 정도로 많은 추억을 쌓아온 친한 친구. 다른 고등학교를 가고, 다른 대학교에 진학해 바운더리가 달라져 얼굴을 거의 못 보게 되어도. 가끔 연락을 하면 어제라도 놀았던 친구인 것 마냥 웃음꽃이 피워졌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편하고 적당한 온도로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오던 친구였다.

 

그러던 중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예전처럼 같은 동네에서 지내며 조금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청춘들이 팬데믹이란 벽에 부딪혀 날개를 못 펼치고 있던 찰나, 그는 시대의 역풍을 맞게 되었다. 그 수많은 일이 벌어지며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그 친구의 속마음은 어떨지, 어떻게 잘 이겨내 온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자신에겐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고 자기를 인터뷰이로 뽑아서 너 큰일 났다고 말하는 그와 나눈 즐거웠던 이야기를 할 참이다. 그의 이야기는 사회의 평범한 대학생을 대표하기도,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난 팬데믹 시대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대표하기도 할 것이다. 두 번의 휴학 그리고 휴식에 대해서, 그 역풍을 이겨내 얻은 깨달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새롭게 갖게 된 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평범한 대학생, 룰루


 

하늘사진...뭐요딴거......행운을...빌어줘........jpg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휴학 중인 룰루라고 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저는 요즘 잘 쉬고 있습니다. 텃밭을 가꾸고 런닝맨을 보고 드라마도 보고요. OTT를 한 여섯 개 정도 구독을 하고 있고, 덕질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지금 휴학을 되게 오래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2년 정도 하셨나요?

 

연속으로 한 건 아니고요. 도합 2년은 맞습니다.

 

 

휴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 휴학을 했던 2학년 때, 그때 휴학은 너무 지쳐서 잠깐 쉬고 싶어서 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쉬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에 복학을 했고요. 또 다니다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휴학을 했습니다.

 

 

지쳤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그렇게 룰루님을 힘들게 만들었나요?

 

일단 저는 다들 대부분 그렇듯이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목표로 달려오잖아요. 그땐 목표라는 게 있었죠. 근데 이제 대학교를 들어와 보니까 전공이 나랑 안 맞는 거예요. 재미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답답해졌고요. 슬럼프가 왔어요.

 

 

 

누구나 오는 전공과의 권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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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일단 고등학교 때부터 이 학과를 목표로 하고 들어왔어요. 일단 연예계 쪽에 관심이 많고,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제가 한번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예능 피디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이제 대학교 1학년 때 입학을 하고 처음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세상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너무너무 설레고 ‘내가 이걸 그렇게 배우고 싶었는데 드디어 배우는구나 너무 행복해라’ 하면서 재밌게 들었는데, 그것도 아주 잠시였어요. 제 재능의 한계를 금방 깨닫게 됐어요.

 

 

아직 1학년이면 그거를 판단하기에 좀 이른 시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과 특성상 팀플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꾸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 친구는 나랑 똑같이 시작했는데, 얘는 왜 잘하고 나는 왜 못할까.’ 이제 팀플을 하게 되는데 능력이 부족해서 의도치 않게 무임승차를 해버리는 일까지 생겼어요. 촬영을 할 때 나는 이게 맞다라고 생각해서 이 구도로 찍는데 다른 모든 팀원들은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이 팀이랑 나랑 관점이 다르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점점 쌓여가니까 문제가 나에게도 있단 걸 깨닫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팀플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한걸음 뒤로 빠지게 되더라고요.

 

이런 일화도 있어요. 과제를 하는데 나는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하는 편이라 과제 제출 한 달 전부터 시작을 해서 준비를 했어요. 그때 같이 기숙사 살면서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 친구는 과제를 이틀 전부터 부랴부랴 시작하더라고요. 과제를 하면서 저한테 이거저거를 물어봤고 전 열심히 알려줬죠. 그 친구는 저에게 ‘와 너 진짜 부지런하다. 너는 진짜 잘하겠다.’했어요. 그러고 이제 딱 결과를 봤는데 그 친구가 훨씬 잘한 거죠. 그걸 보고 느꼈어요. 나는 진짜 여기랑 드럽게 안 맞는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센스가 발휘되는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길. 내가 다른 사람보다 시간과 노력을 덜 쏟아도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그런 분야가 있는데, 우리는 운이 나쁘게도 대학교 전공은 아니었던 거 같네요. (필자 본인도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직업을 삼음)

 

그러게요. 고등학교 때 뭣도 모르고 그냥 연예인 많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한 거죠. 고등학교 때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도와줘야 돼요. 결국 교육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죠.

 

 

[크기변환]전공사진...그게먼데......그냥...웃..자....jpg

 

 

그래서 그 이후 어떻게 되셨나요?

 

의욕도 없이 수동적으로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재미가 없는 거예요. 촬영도 편집도 제가 그 어느 쪽에도 탁월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도 내가 원했던 거니까 끝까지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2학년까지는 꾸역꾸역 다녔죠.

 

근데 정말 그 시간은 ‘핵노잼’이었어요. 대학생 2~3학년 대부분이 겪듯이 저도 전공이랑 권태기가 왔죠. 그걸 극복하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편집을 배울 때도 너무 재밌고 의욕도 넘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스트레스만 받게 됐어요. 그래서 휴학을 결심하게 됐죠.

 

 

휴학을 하는 동안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찾아보자 해서 휴학을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졌어요. 계획했던 걸 아무것도 못 했어요. 무언가 시도하기는 했었죠. 연극 동아리도 한번 들어가 봤는데 알고 보니까 정치 성향이 강한 동아리였어요. 나중에는 저를 시위에 끌어들이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활동하다가 그만뒀어요. 무언가 도전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실패의 경험이 쌓였죠. 더 이상 어떤 걸 새롭게 시작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1년을 푹 쉬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푹 쉬시면서, 마음은 좀 치유가 됐나요?

 

사람은 그냥 쉬면 안 돼요.

 

네? 그럼 어떻게 쉬어야 되나요?

 

 

 

좋은 휴식 VS 나쁜 휴식


 

먼저 저의 첫 휴학은 나쁜 휴식 그 자체였어요. 휴학을 처음 했을 때는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그냥 소파에 누워 있는 날이 많았어요.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눈 감았다 뜨니까 1년이 지나버린 거예요. 어머나 세상에. 그래서 복학을 했죠.

 

그렇게 3학년 복학 생활이 이어졌어요. 또 나름 열심히 했어요. 성적도 올랐고 근데 점점 더 우울해졌어요. ‘나는 이 길로 먹고살지 못할 것 같은데 뭘 해야 되지’ 그냥 1년 동안 계속 이 생각만 했어요. ‘뭘 해야 되지. 뭘 해야 되지. 아 런닝맨 재밌다. 뭘 해야 되지…’

 

가만히 누워 고민하면서 온갖 걱정들로 제 마음을 괴롭혔어요. 이게 바로 나쁜 휴식이에요

 

 

 

죽음의 문턱 앞에 서니, 살고 싶어졌다.


 

첫 번째 휴학 이후 두 번째 휴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백신을 맞았습니다. 에그머니나.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일이 저에게 일어났어요. 백신 맞고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 백신을 맞고 나서 10분도 안 돼서 후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동네병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수많은 병원을 찾아다녀도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치료도 잘 안돼서 증세도 그대로 였어요.

 

그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되게 되게 컸었거든요.

 

백신을 처음 맞고 숨이 잘 안 쉬어졌을 때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원래 그전까지는 앞길이 막막하고 우울하고 그래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요. 딱 진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고 느끼니까 ‘그 생각이 철이 없었구나.’ 너무 살고 싶어졌어요. 나 죽기 싫어’의 마음이 돼서 이제 건강을 챙기자 이렇게 됐습니다.

 

 

방금 하신 그 말 엄청 인상 깊은데요? ‘죽고 싶었는데 죽음의 문턱 앞에 서니, 살고 싶어졌다.’

 

진짜 철없는 생각이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게 벌을 받는 건가’ 싶었어요. ‘내가 착하게 안 살아서 내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 이렇게 벌을 받는 걸까.’ 그래서 그때부터 다짐을 한 게 ‘난 착하게 살아야겠다. 나는 꼭 착하게 살 거다’라고 해서 그 이후로 제 인생의 가치는 이제 선, 정의 이런 것들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아빠가 해준 말이에요. 도산 안창호 선생님 명언 중에 하나인데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정말 너무 좋지 않습니까?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입니다.

 

 

룰루님도 꼭 선과 정의를 실현시키는 인생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불안 증세의 시작


 

백신을 맞고 나서는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있었나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건강 상태가 좀 많이 안 좋았던 걸로 알아요.

 

휴학을 바로 할 수가 없어서 계속 다녔어요. 이제 2학년 2학기 다니면서 교육과정이 좀 버거웠거든요. 그때 힘든 팀플이 있어서 힘든 게 겹치니까 공황 증상이 오면서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가지고 나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심전도 검사 받아보고 ‘이상 없습니다.’라는 얘기 듣고, 초음파 찍어보고 ‘이상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 보다’ 해서 그제야 정신과 예약을 했죠.

 

그때가 오미크론이 터졌을 때였을 거예요. 이게 올해 초부터 제일 유행을 했잖아요. 근데 저는 백신 부작용 때문에 미접종자니까 일단 아무 데도 못 돌아다녔어요. ‘걸리면 내가 진짜 죽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을 할 정도로 불안을 심하게 느끼기 시작했어요. 불안장애라고 하죠. 사람 많은 데 가면은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머리가 하얘지고 ‘빨리 여길 벗어나야겠다.’ 그 생각밖에 안 드는 그런 불안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런 심한 불안이 있었으면 일상생활도 많이 힘들었겠어요.

 

‘내가 자다가 숨 막혀서 죽으면 어떡하지; 생각까지 들면서 불안이 심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몇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자기 전에 늘 기도를 했어요, 강박처럼. 기도 안 하고 자면 내가 내일 눈을 못 뜰 것 같고. 그 정도로 이제 불안 증상이 심했죠.

 

그래서 정신과가 있는 병원에 다녔어요. (녹음기를 응시하며) 병원이 최곱니다. 마음에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가세요 여러분. 그래서 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게 약 먹는다고 한 번에 좋아지고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밖에 나갈 때 마스크 두 겹과 장갑, 가방엔 손소독제, 에탄올 한가득으로 중무장을 하고 조금씩 돌아다니면서 이제 햇빛도 쬐고 바깥바람도 쐬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졌죠.

 

 

이제 그런 힘들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두 번째 휴학을 하게 된 거네요?

그렇죠. 3학년이 됐고 학교가 버겁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두 번째 휴학을 시작했죠.

 

이번 휴학은 전과는 달라요. 집에서 이런저런 취미 활동을 해보려고 했어요. 일단 텃밭을 가꾸고 여러 ott 서비스를 구독하며 영상을 진짜 많이 봤어요. 런닝맨을 많이 봤고요. 제가 런닝맨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웃을 수 있어서예요.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저를 웃게 해주는 소중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봤어요.

 

 

텃밭은 어떻게 가꾸게 된 거예요?

 

엄마 지인의 추천으로 자그만 밭 하나를 빌려서 주말농장을 했어요. 여름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고요. 뭘 키워왔냐면요. 토마토, 상추, 깻잎, 가지, 오이, 고추, 바질, 쪽파, 무, 배추, 시금치 등등 엄청 많이 키웠죠.

 

 

[크기변환]요건...내가애지중지키우던...나의...소중한토마토....물론내입으로사라졌지만.......올해한게...이거밖에없다.......1.jpg

 

 

그 많은 걸 다 해 먹었어요?

 

다 해 먹죠. 뿌듯했어요.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열매를 맺는 모습까지 보면 “내 새끼”라는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성취감도 생겼어요. 내 손으로 무언가 이루어 낸 것들이니까요.

 

 

텃밭을 가꾸면서 마음도 좀 편안해지셨겠어요.

 

그곳은 사람도 없이 한적하고, 자연 그 자체니까 심적으로 편안했어요. 도시랑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까 공기도 흙 내음도 좋았고요. 게다가 저희 텃밭은 농약도 뿌리지 않은 정말 유기농 채소들이어서 좋은 음식까지 먹을 수 있었어요. 텃밭에서 몸 건강도 마음 건강도 챙겼죠.

 

 

 

잘 쉬어야 해


 

그래서 이번에 한 두 번째 휴학이 좋은 휴식이었다는 말이죠?

 

네 맞아요. 초반에 말했던 ‘잘 쉬어야 한다’라는 게 이런 거예요. 이런 게 좋은 휴식이죠. 2학년 때 휴학했을 때는 굉장히 나쁜 휴식이었고 이번에는 좋은 휴식. 왜냐면 그때는 내가 뭘 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마음도 불편하고 무언가를 한 것도 제대로 쉰 것도 아닌, 그런 나쁜 휴식이었죠. 그리고 지금은 그런 강박에서 좀 벗어나서 좋은 인생을 살고 있어요. 제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살지 이런 걱정은 없나요?

 

걱정을 하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안 해요. 있었는데 생각을 안 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것도 있고 죽음의 문턱 사건 이후로 긍정적으로 바뀐 게 ‘그냥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먹고살겠지’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를 좀 행복하게 즐기자는 타입입니다.

 

 

같은 또래 친구들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조금은 덜어낼 필요가 있죠. 사람들은 계속 달리기만 해요. 좀 멈춰서 쉬어야 되는데. 그리고 이제 대학을 졸업을 하면, 그러고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쉴 시간이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대학생일 때 놀 수 있는 마지막 시기를 잘 놀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이 이렇게 맘 편하게 놀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복이죠 복.

 

제가 이렇게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모님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의 지원이 없으면 제가 이러고 있을 수 있었겠어요?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아파도 알바하고, 대학에서 장학금 타야 되니까 공부하고. 그러니까 애초에 부모님 지원 덕분에 이러고 살고 있는 거죠. 이제 이 기간이 늘어날수록 약간 내가 빨리 효도를 해야 되는데 미안해요.

 

그래서 저는 빨리 이제 부모님 쉬게 해드리고 내가 돈 벌어서 효도해 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그래도 일단 계속 쉬고 룰루님이 치료받고 할 수 있는 그 자원이랑 환경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감사하죠.

 

 

룰루님은 휴식을 통해 무엇을 얻으셨나요?

 

이제 제 친구들은, 이제 당신도 그렇고 아주 열심히 달리고 있죠. 스스로 돈도 벌고, 인턴도 하고.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나는 뭐 하고 있지 나도 저렇게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은 제 건강을 챙기고, 내면을 가꾸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멋있는 친구네’라고 생각해요. 휴식을 취하고 나에게 집중하고, 비교를 안 하기 시작하니까 그런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함께 살면서 행복이 시작되는 건 비교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배울 점을 찾았을 때. 그때부터 마음도 편안해지고 점점 성장의 가도를 달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쇼팽의 흑건 알아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두 명이 대결하면서 치는 피아노 곡. 그거는 치는 사람마다 속도가 다 다르대요. 그러니까 흑건 곡 하나만 해도 속도가 저마다 다 다른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어떻게 다 똑같은 속도로 가겠어요.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거죠.

 

근데 요즘 사회는 너무 패스트한 걸 원해요. 정해진 속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사회가 조금은 저처럼 느려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모두가 행복할 거예요.

 

 

요즘 유독 친구들에게 애정 어린 말을 건네고,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것을 보면 룰루님에게 관계란 참 특별해 보여요. 룰루님에게 관계란 어떤 의미인가요?

 

관계 소중하죠. 저에게 가족과 친구란 제가 사는 이유예요. 제가 한참 우울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내가 왜 살지?” 생각을 했을 때 그냥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룰루님이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점들이 있나요?

 

음 의식하고 하는 게 아니라서.. 지금 생각나는 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그 사람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들어주기. 한마디로 “존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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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님 미래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꿈이 있나요?

 

저는 진짜 꿈이 있어요. 저는 한 탕 당길 거예요.(웃음) 한 탕. 돈을 아주 많이 벌 거예요. 제가 부모님께 효도할 돈, 그리고 내가 평생 먹고 살 돈.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벌어서 기부를 할 겁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부모님의 지원 덕분이죠.

 

하지만 세상엔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제가 요즘에 관심이 있는 건 자립 청소년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 세상에 내다 던져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비롯한 여러 도움이 필요한 곳들에 기부하고 봉사하고 그러면서 사는 게 저의 꿈입니다.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널리 널리 펼치고 싶어요. 세상엔 선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인생 첫 인터뷰 어떠셨나요?

 

재밌네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저에 대해 정리를 하게 됐어요.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근데 이번 기회로 이런저런 속 사정과 저의 인생 이야기들을 말할 수 있어서 뭐 속 시원했습니다.

 

*


룰루의 꿈이 꼭 이뤄져서 세상이 조금 더 착해졌으면 좋겠다. 그의 이야기로 폭풍우에도 담담하게 이겨나가는 사람이 많아지길, 쉬어야 할 때를 알고 좋은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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