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노래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 [음악]

일본의 록밴드 <Mrs. GREEN APPLE>
글 입력 2022.10.14 17: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00708_221035.jpg

 

 

일본의 록밴드 Mrs. GREEN APPLE은 2015년 7월 5일 'StaRt'로 메이저 데뷔 이후 청소년에게 인기를 얻으며 자리를 잡은 밴드다. 일본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멤버가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보컬의 실력이 뛰어나다. 특유의 기교 없이 깔끔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끊임없이 올라가는 고음 파트는 미세스의 음악이 두드러질 수 있도록 힘을 싣는다.


일본의 록밴드답게 밴드 이름이 굉장히 독특한데, 밴드명에 과일을 넣고 싶어 GREEN APPLE을 정하였고 중성적인 느낌을 더하고자 Mrs.를 붙였다고 한다. 기존의 밴드와는 다르게 여성 멤버가 드럼을 연주하는 것에 있어 미세스는 팀명과 더불어 그룹만의 고유한 색을 찾아갔다고 생각한다.


보컬, 기타,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하는 오모리 모토키를 주축으로 밴드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타 와카이 히로토, 건반 후지사와 료카, 베이스 타카노 키요카즈, 드럼 야마나카 아야카로 Phase1을 마무리했다. 2020년 7월 8일에 활동 휴지 발표 후 보컬 모토키의 솔로 활동 말고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으나, 2022년 봄, 컴백을 예고하며 베이스 타카노와 드럼 아야카의 탈퇴를 알렸다. 멤버가 다섯 명 뿐인 밴드에 각자의 색으로 역할을 다 하던 멤버의 갑작스러운 탈퇴가 안타깝기만 하다. Mrs. GREEN APPLE의 이야기를 함에 앞서 멤버 탈퇴 이전 다섯 멤버가 함께 하며 주를 이루었던 정체성과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Screenshot_20220110-013420_Melon.jpg

 

 

미세스 그린 애플의 첫 번째 미니앨범인 Progressive는 메이저 데뷔곡이 수록된 앨범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미세스 그린 애플의 음악이 전국으로 유통이 된 앨범이다. 보컬인 모토키가 학생 때 홀로 썼던 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곡들이 전부 알차다. 악기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음악들로 가득이다.

 

 

 

 

貴方はその傷を

당신은 그 상처를


癒してくれる人といつか出会って

낫게 해주는 사람과 언젠가 만나서


貴方の優しさで

당신의 상냥함으로


救われるような世界で在ってほしいな

구원받을 수 있는 세상에 있었으면 해

 

- Mrs. GREEN APPLE <我逢人> 中

 


'사람과의 만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라는 뜻을 가진 1번 트랙 <我逢人>은 겨우 스무살을 맞이한 모토키가 불렀기에 진부하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진다. 사람과의 만남이 스트레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현재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치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노래는 순수하게 사람을 바라보며 만남의 설렘을 선물한다.

 

모토키의 곡들은 주로 중학생, 고등학생 때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 학생이 가질만한 깊이로 쓴 곡이 많지 않다. 평소에 생각도 많은 것 같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노래 속에서 느껴진다. 학생의 눈으로는 보지 못 하는, 또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나가는 모토키는 이 앨범에 자신이 만든 곡을 수록하며 천천히 미세스 그린 애플이라는 이름을 정립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앨범은 미세스 그린 애플이 가진 노래들 중 메이저 데뷔곡이 수록된 미니앨범 Variety와 더불어 가장 일본 록밴드스러운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의 일본 밴드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강력히 추천한다.

 

 

e37fa9e92cd527d4dedbcf73d7565d5245d48cd6072de90507e5bb85037f606baf61f83a0bda73c4de609fc2ffb63b667cb1b4b28d8d8f1dbbf4c8053eb4969203793d553322c6c1ba18ebde00f9989d7e97b2edf24f60cb34cda9fe21699b5c9666e985d63d79f8e52efc6b9.jpg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한 편을 재생해 놓은 듯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정규앨범 TWELVE는 명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좋은 노래들만 있다. 전체 재생 타임이 48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데,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만드는 마법이 있다.


이 앨범이 영화 같다고 설명한 이유는 다양한 감정이 담아져 있기 때문이다. 기쁨, 슬픔, 분노 등 이처럼 단순한 감정을 포함하여 벅차고, 모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청춘 영화 혹은 청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제 2의 감정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는 <私>였다. 일본어를 잘 알지 못 해 가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노래에 담긴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전달된다. 이것이 미세스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알지 못 해도 악기로 연주하는 선율로 마음에 노크를 하는, 스스로 모르게 온 초대자.

 

 


 

벅차오름을 선물하는 는 눈을 감고 노래를 듣기만 해도 새벽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저절로 상상하게 된다. 평범했던 어제의 나를 버리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는 노래다.


이처럼 한 앨범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은 사람이 발전하는 것에 도움을 주며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다. 그 발판은 미세스 그린 애플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흔히들 일본의 록밴드의 음악은 정형화되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허나, 미세스 그린 애플는 다르다. 일본의 록밴드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악기로 다양한 음을 만들어내며 수만가지 감정을 이뤄냈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다섯 명의 멤버가 있다는 장점을 살려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있던 것이다.


 

7695f7bbadc83efd603ff205caafe1786b0027fb65954b5c77a7948852e9730e0587cda0eceaac905223ae261fc93f1c0865ec66e324b28e6ab98742ef265edb67550f78adf7d055eb106eda3a11ab48c1b940d92b24b85f64a3457a591b03059186650e7a0ce457226b62457.jpg

 

 

미세스 그린 애플의 다양성이 확실히 두드러지기 시작한 정규앨범  은 오롯이 악기 소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트랙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록밴드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 주고 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앨범은 일본 밴드의 다양성 길을 열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미세스 그린 애플을 알게 되기 전에도 일본 록밴드를 좋아했지만, 음악 스타일이 비슷해 금방 실증을 내고는 했다. 하지만, 미세스 그린 애플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런 염려는 차분히 접어둘 수 있었다. 단순히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사의 노래를 접할 수 있었고 노래 하나하나가 비슷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색달랐다.

 

마디마디를 쪼개어 뮤지컬을 보듯 다양한 구성을 한 노래들은 들을 때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Factory나 Soft-Drink의 경우 다른 일본 밴드에서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밴드 음악이었던 터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Factory의 경우 노래를 가득 채우는 소리가 꼭 아름다운 생물들이 가득한 바닷속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듣지 못 했던 감정이나 느낌이 명확히 닿으면서 음악을 음미할 수 있었다. 노래 속 악기가 다양하다 보니 멜로디에 쌓인 소리들을 뜯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은 음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노래를 듣는 순간, 노래의 장소로 단숨에 이동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은 음악 자체가 두껍지 않은 모토키의 목소리와 어울렸던 것도 한 몫 했다.

 

 

 

 

泡の様に脆く全ては去って

거품처럼 힘없는 모든 것은 떠나가

 

甘味の様に時に笑ったって

단맛처럼 때로는 웃어도

 

気持ちがいいことばっかじゃない

기분 좋은 일들만 있는 건 아니야


使い余した青春は

쓰다 남은 청춘은


いつかは酸化して

언젠가는 산화해서

 

使えなくなんだろうな

쓸 수 없게 되겠지

 

いつかは零れて

언젠가는 넘쳐 흘러서

 

忘れていくんだろうな

잊혀지는 거겠지

 

- Mrs. GREEN APPLE Soft-Drink 中

 

 

또, 미세스 그린 애플은 제목과 잘 어울리는 노래 구성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Soft-Drink라고 생각한다. 분명 지금은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따스한 온기만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계절인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 한 번이면 나름 차가운 바람이 부는 여름날로 이동한다. 평상에 앉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차가운 음료를 들고 바람 따라 살짝씩 흩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것처럼, 장소를 옮겨 준다. 각자의 자리에 충실해서 온갖 상상을 선물하는, 이런 것이 미세스 그린 애플의 힘이 아닐까 싶다.


모토키의 목소리가 두껍지 않다고 해서 하드한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絶世生物>의 경우 하드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잘 소화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곡을 만드는 것이 보컬인 본인이다 보니 다양한 장르를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릴 수 있도록 잘 구성하는 것 같다.


이 앨범 외에도 Ensemble, Attitude에서도 미세스 그린 애플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항상 새로운 방향으로 노래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고 연구하는 미세스 그린 애플은 버릴 노래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즐기기 좋을 것이다.

 

 

SE-37d4ce59-cd47-4744-90be-9bb682108bce.png

 

 

소리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밴드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좋지 않은 생각을 할 때도 미세스 그린 애플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치유하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영원을 선물해 주었던 밴드였던지라 애착도 남다르고, 이 밴드의 영원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 크다. 스스로가 경험했던 것들 중 좋았던 것이 있다면 남들에게도 나누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미세스 그린 애플의 노래로 위로를 얻었던 것 만큼 다른 이들도 미세스 그린 애플에게 감정을 받고 위로를 얻었으면 해서 글을 작성하기도 마음을 먹었다.


스스로 한 행동은 겨우 노래를 들은 것 하나 뿐이었지만, 가사 조차 알아먹지 못 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은 것 뿐이었지만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삶에 힘이 생겼다. 음악으로도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명확히 깨달았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노래 하나 때문에 말이다. 삶이 무기력하고 힘들 때면 이 밴드의 노래 하나를 듣는 것이 어떨까. 아니, 굳이 이 밴드가 아니더라도 지친 삶을 달래 줄 노래 하나만 찾는다면 그걸로도 삶의 연장선을 천천히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노래를 듣기 위해 분명하게 살아야 한다는 목적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더 살아가게 될 것이고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면을 맞이하게 된 미세스 그린 애플은 더 이상 다섯 명의 멤버로 볼수는 없겠지만, 응원하는 마음을 저버리진 않을 것이다. 남다른 의미의 이 밴드를 마음에 담아두고서 영원을 보낼 것이다.

 

 

SE-77dbdb1c-39f6-443b-a7d4-b9b14e45bafd.png

 

 

[견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