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판타지 속에 감춰진 클레어의 진짜 마음은?

글 입력 2022.10.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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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1_띠지유.jpg

 

넷플릭스를 잘 안 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은 뭐가 재미있냐고 입버릇처럼 물어보지만, 사실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이건 꼭 봐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며 추천해 준다고 해도 미안하지만 노관심이다.

 

어쩌면 넷플릭스 드라마로 더 잘 알려져 있을 소설 <아웃랜더>. 하지만 넷플릭스와 가깝지 않은 나는 당연히 아웃랜더가 뭔지 1도 몰랐기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 전, 먼저 초록 창에 '아웃랜더'를 검색해 보았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와 후기들, 우연히 봤는데 내 취향이라는 등 드라마를 추천하는 글들이 꽤 많이 보였다. 오호라, 조금 기대를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지, 좀 더 정확하게 나는 판타지에 로맨스가 섞여 있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그 설정과 상황 자체가 한 편의 서사를 꾸려내는 판타지 장르는 참 좋아하는데, 트와일라잇처럼 대전제는 판타지이지만, 기승전로맨스인 경우엔 왠지 모르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편향된 데이터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굳이 로맨스 판타지를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다.

 

따라서 소설 <아웃랜더>는 나에게 첩첩산중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인 것 같기도 하고 설상가상이라는 말과도 궁합이 좋았을 것이다. 그런 내가, 넷플릭스도 모르고 로맨스 판타지는 싫어하는 내가 소설 <아웃랜더>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백하건대, 도전이었다. 도! 전! 이 한 단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은 없다. 싫은데 싫다고 또 마냥 싫지만은 않은, 그런데 정말 내가 싫어하는 걸까? 시험해 보는 걸 좋아하는 요상한 나의 성향이 반영된 도전이었다.

 

그럼 묻고 싶을 것이다. 재미있었느냐고.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아직 더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푹 빠져서 읽기엔, 다소 이질감이 있었다. 이건 다 모든 이야기에서 개연성을 찾으려는 내 잘못이기도 하다.

 


1945년, 영국 육군 간호사였던 클레어는 전쟁이 끝난 후 남편 프랭크와 함께 6년 만의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사건을 맞닥뜨린다. 홀로 유적지를 구경하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200년 전의 스코틀랜드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과거에 떨어진 클레어는 다시 현대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상황은 점차 복잡해진다. 

 

프랭크의 6대 선조이자 잉글랜드군 대위인 조너선 랜들은 클레어의 정체를 밝히려 하고, 스코틀랜드의 매켄지 씨족은 그녀를 잉글랜드 첩자로 의심한다. 클레어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젊은 스코틀랜드 전사 제이미와의 결혼을 택하지만, 제이미의 헌신적인 사랑은 클레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렇게 두 시대와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클레어의 앞에,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 소설 <아웃랜더>의 줄거리

 

 

갑자기 웬 시간 여행? 삐뚤어진 독자는 도대체 클레어가 무엇을 만진 것인지가 더 궁금하지만, 다시 소설 속으로 돌아가자. 시간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가정이자 이미 수많은 콘텐츠들에게 질리도록 우려먹은 소재이다. 차이라고 한다면, 시간 여행 이후의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시간 여행을 통해 떨어진 미지의 세계에서 결혼까지 하는 설정은 처음이었어서 나름 신선했다. 클레어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지만, 읽는 이에게는 꽤나 판타지적인 요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의 스토리가 재미없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던 것일까? 

 

문득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은 것일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클레어였어도 제이미를 사랑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공간에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히 흔들리게 될까? 뼛속까지 현실적인 나로서는 오히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하고 의심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 모른다. 나는 클레어가 아니니까. 겪어보지 않고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클레어의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이 가늠하기 어려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소설 <아웃랜더>는 1,2편 중 1편이었다. 꽤 두툼한 두께의 책이었는데, 아직도 1편에 불과하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이후 2편, 그리고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클레어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어라? 궁금하다니! 내가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궁금해하다니! 도전의 가치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역시 겪어보지 않고선, 정녕 좋을지 싫을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는 법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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