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 나는 '유다빈밴드'로 [음악]

글 입력 2022.10.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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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상하다.

 

무더위가 끝날 즈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가도, 어느새 서늘해진 바람이 느껴지면 불현듯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진다. 1년의 절반이 훌쩍 지나고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하는 것 같달까.


그런 의미에서 가을은 음악을 감상하기 좋은, 음악이 필요한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노래 한 곡이 씁쓸하고 쓸쓸한 기분을 한껏 고조시켜 그 분위기에 취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살살 달래며 위로해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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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빈밴드는 음악이 가진 그 미묘한 매력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담아내고 표현해내는 뮤지션이다.


말하자면, 그들의 노래는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달콤하면서도 쓴. 희망적이면서도 절망적인. 슬픔과 위로를 함께 안겨주는. 그런 연주로, 그런 가사로, 그런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래서인지 유다빈밴드는 가을을 닮았다. 그들의 음악은 가을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면모 중 꼭 하나씩은 쏙 빼닮아 있다.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라면, 유다빈밴드가 그 사색에 지독히도 잘 어울릴 거라 확신한다.


 

 

LETTER



 


입추에 접어들 때쯤 만난 유다빈밴드의 입문곡, 'LETTER.'

 

빛나는 날을 허락해주세요

시들지 않는 사랑을 주세요

소리 없는 말을 해주세요

날 미친 사람이래도 좋아요 

 

빛나는 날을 허락해 달라며, 시들지 않는 사랑을 달라며 울부짖듯이 노래하는 목소리가 너무 애절하고 절절해서 듣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간절하지만 애처로워 보이지는 않아서, 어딘가에도 굽히지 않고 그저 자신의 마음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느낌이라서 또 마음을 빼앗긴다.



 

정말 오래도 걸렸네





 

 

완연한 가을이 떠오르는 노래다. 새파랗게 물든 하늘에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선선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풍경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밤이 걷히어도 내일은 온 적이 없던

내 비워둔 달력에

이제야 할 일이 생겼네

다시 새로운 매듭을 짓고

끊어지지 않는 법을 찾는 것

주인 없는 오랜 날을 등지며

시간의 흐름을 잊어가는 것

잊어가는 것

정말 오래도 걸렸네

 

반복되는 가사와 그 가사를 곱씹어볼 수 있을 만큼 짧지 않은 연주 구간이 노래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다시 새로운 매듭을 짓고, 끊어지지 않는 법을 찾는 것'이라는 가사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그런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만 여전히 서툴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말 오래도 걸렸다는 부분에서는 그 고된 시간이 느껴지는 것 같아 괜스레 울컥하기도 했고, 결국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내년 가을에 다시 이 음악을 들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열


 

 

 

 

'고열'의 가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다.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지는 시.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함께 듣는다면 누구든 언젠가를, 누군가를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점점 가라앉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꿈속의 당신이 눈물을 부어 내 어깨를 적셔내리고 아픈 곳은 말을 듣지 않아서 이 고열을 내릴 수가 없네요'라는 가사가 참 슬프지만 좋다. 무얼해도 내려가지 않는 고열에 몸과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던 어느 날들이 떠올라서일까.

 

'계절이 지나듯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죠'라는 노랫말처럼 그렇게 흘러흘러 그때를 추억할 정도는 되어버린 지금이 새삼스러워서일까.

 

 

 

우리의 밤


 


 

 

가을비가 자주 찾아오게 되면 어느새 쌀쌀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큼성큼 급하게 다가오는 겨울을 본격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우리의 밤'은 그럴 때 듣기 좋다.


'난 너의 그런 모습을 더 사랑해', '난 까만 너의 호수 속을 사랑해'라는 가사가 따뜻해서 유독 듣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곡 소개를 읽고 보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너의 불안한 모습마저 사랑한다. 그 모든 것들을 우리는 사람이기에 더 사랑한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완성이기에 더 사랑한다. 그 모든 모습들이 우리이기에 사랑한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완벽한 사랑. 온전케 됨을 느끼는 수많은 온기들. 우리의 밤이 영원하길.'


찬바람 냄새가 불어오는 요즘, 해가 진 어슬녘에 '우리의 밤'을 들어보자.

 

*

 

그래서 나의 올 가을은 유다빈밴드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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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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