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세계 : 디어 마이 라이카

인과관계를 뛰어넘는 사랑의 무논리
글 입력 2022.10.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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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계를 규명하고 싶어 한다. 세계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서 관찰하고, 정리하고, 학습한다.

 

이렇게 학습한 세계의 면면들은 ‘법칙’이 된다. ‘법칙’들이 쌓이면서 세계는 점점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된다. 그야말로 이성의 세계다. 사람들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법칙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들은 세계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성의 세계에 반발하고 싶다. 이성, 논리, 법칙, 인과관계. 이런 단어들만으로 세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세계에는 이성을 넘어서는 감성의 영역들이 있다. 감성은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아프게 하고, 이루게 하고, 살게 한다. 오늘 리뷰할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도 감성의 영역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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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라이카>의 주인공 라이카는 막 동면에서 깨어나 기억을 잃은 상태이다. 기억을 잃은 그의 꿈속에선 끊임없이 의문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닥터K는 혼란스러워 하는 라이카에게서 엔지니어의 기억을 끌어낸다. 엔지니어로서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한 라이카는 고장 난 우주선을 고쳐가며 본래 목표였던 야사B 행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야사B 행성에는 이미 사람이 다녀간 흔적과 메시지가 있었다. 라이카는 그 메시지를 남긴 사람이 자신의 아들 ‘벨카’임을 알아차린다. 그제서야 꿈속 노랫소리의 진실을 알게 된 라이카는 아들에 관한 모든 기억을 찾는다. 라이카는 아들을 보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려 하지만 200년 남짓한 동면시간 때문에 아들은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카는 절망한다.


라이카는 자신의 기억을 이용해서 실험을 한 닥터K를 원망한다. 닥터K는 ‘동면에 빠진 사람의 기억 중 이성과 육체에 기반한 기억들은 남지만 감정에 기반한 기억은 휘발된다’ 는 자신의 가설이 증명하기 위해 라이카를 이용했다. 라이카와 닥터K는 실험 결과를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


그러나 라이카가 사랑에 기반한 기억인 ‘벨카’와의 추억을 기억해낸 것은 분명하고, 닥터K는 결국 자신의 가설이 실패했음을 발표하고, 세상에는 과학과 법칙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고 인정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벨카는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인류 최초로 웜홀을 통과한다. 라이카는 사랑의 힘으로 200년이 지난 벨카와의 기억을 되살려놓는다. 사랑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자주 해낸다.

 

야사B 행성에 남아있는 벨카의 음성을 매개로, 라이카와 벨카는 2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재회한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공간을 넘어온 아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시간을 극복한 아버지. 사랑은 불가능했던 두 사람의 재회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이 사랑의 무논리다. 사랑의 무논리로써 두 사람은 200년 만에 서로를 안아볼 수 있다.

 

이성과 법칙의 세상에서, 합리와 논리의 세상에서. 사랑의 무논리를 주장하는 이 작품에 나는 애정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감성으로 작동하는 세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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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이 작품에 가지는 애정과 별개로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디어 마이 라이카>의 장르는 SF다. 대부분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SF장르의 연극, 뮤지컬, 영화들은 미래 설정의 시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품의 전제인 미래 세계가 시각화되어야 관객의 1차적인 몰입이 가능하다. 영화의 경우 그래픽 작업을 이용해 이를 훌륭하게 소화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장르의 경우 한계가 다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디어 마이 라이카>의 경우 커다란 무빙스크린을 활용해 시각적 형상화를 도모한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배경을 모두 소화해내기엔 무리가 있었고, 무대장치나 배우들의 의상도 조금 부족해보인 것이 사실이다. 시각적인 만족도가 뒷받침된다면 관객들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인물들의 서사가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라이카가 왜 미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아들을 목숨처럼 여기게 된 계기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닥터K에 관해서는 넘버 하나에 할애된 닥터K의 배경을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또 실험을 하게 된 이유나 실험과정에서 겪은 동요 등이 조금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작품이 조금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전체적으로 각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 또 하나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쉬움과는 별개로, <디어 마이 라이카>가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말들은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사고하는 능력, 이성이 무척이나 중요시된다. 이성, 사고, 법칙, 논리. 이런 말들이 중요해질수록 감성과 인간성은 점점 낡은 것이 되어간다. 그러나 <디어 마이 라이카>는 이성의 세계에 흠집을 낸다. 누구보다 이성의 세계에 가까운 닥터K의 목소리로, 세상에는 사고와 이성을 넘어서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똑똑해져야 할 테지만, 감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조금 바보 같아져도 괜찮다.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랑의 법칙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인간으로 실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인간은 때로 사랑 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려서 아름답다. 우리는 더 웃고, 더 울고, 더 아파하고, 더 춤추고, 더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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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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