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품을 사랑하는 가장 완전한 마음, 책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글 입력 2022.10.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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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나는 영국의 한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 엽서 위에 그림을 덧대 판매하고 계신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엽서 그림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때의 엽서 그림은 내 인생의 첫 컬렉션이 되었고 지금도 내 책상의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그때의 나는 왜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을까? 사실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 그 순간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품으로서의 명성이나 가치는 없더라도, 당시의 내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한 행복감이 있었다.

 

이래서 작품을 컬렉팅 하나보다, 한 번도 궁금해본 적 없었던 컬렉팅이라는 행위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작품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면 엽서 그림을 산 이후, 이 그림이 내 방에 걸린다면 어떤가?를 추가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아트 컬렉팅이라는 행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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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의 저자는 실제 헤비 컬렉터이다. 벌써 컬렉팅 경력 15년 차인 그녀는 약 200여 점의 작품을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다. 단순히 작품의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좋은 작품을 감별하는 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공부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미술로 교류하고 싶어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그녀에게 아트 컬렉팅과 관련된 강의를 요청해온다고 한다. 특히 성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투자의 관점에서 아트 컬렉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물어본다고 한다. 물론 좋은 작품을 컬렉팅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부탁을 받을 때면,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는 저자. 그녀에게 컬렉팅은 단순한 투자, 그 이상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입의 대부분을 컬렉팅에 사용하고 있다는 저자. 책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짐작해 보건대, 집의 빈 공간마다 작품이 배치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작품과 저자의 일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콜렉팅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투자의 관점에서 오를 것 같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통상 미술품의 가격은 그리 빠른 시일 내에 오르지 않기에 보관의 과정이 수반된다.

 

더군다나 구입과 동시에 리세일을 진행하면, 여러모로 미술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게 됨으로 어느 정도의 기다림은 필수적이라 말한다. 그러니 전문적으로 콜렉팅을 진행하는 전문 업체가 아니고선, 자신의 집에 적어도 몇 년 간은 작품을 가지고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오로지 수익만 보고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을 구입해 걸어놓았다고 생각해 보자. 매일 집 안에 들어설 때마다 원치 않은 작품과 마주하는 기분은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트 컬렉팅은 투자 이전에 '컬렉팅'이라는 행위에 더 큰 강점이 찍혀 있다는 것,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수집가의 마음으로 작품들과 마주하라는 것이다. 컬렉팅의 대상은 회화, 조소 등을 넘어서 사진, 아트 토이, 심지어 아트 포스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가격과 크기가 천차만별인 아트 컬렉팅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컬렉팅의 모습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꾸준히 수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일 것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미술품에 대한 관심 없이 아트 컬렉팅에 뛰어든다는 말이 더 어색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책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에는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오랜 시간, 아트 컬렉팅과 함께 쌓아올린 지식과 유용한 정보, 나아가 자신의 컬렉션과 함께 초보 컬렉터들이 건강한 아트 컬렉팅을 지속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책을 읽는 내내 그 진심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론 꽤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만일 아트 컬렉팅이라는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고 있는 중이라면, 책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 또한 책을 통해 알게 된 부분들을 활용해, 좀 더 정교한 마음으로 내 인생의 두 번째 컬렉션을 만나보려 한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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