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너에게 [사람]

글 입력 2022.09.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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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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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스물의 끝자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생일날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끝'에는 두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후련함과 아쉬움. 십 대의 끝에는 후련함만 있었다. 치열한 입시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마음이 후련했고, 끝없는 자유를 맞이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이십 대의 끝에는 아쉬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고대했던 이십 대가 끝난다니 서운했고, 이십 대를 충만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미련이 남았다. 서늘한 가을 날씨와 맞물려 괜히 마음이 공허하고 기분이 울적해졌다. 쓸쓸한 분위기의 노래만 골라 들으며 감성에 젖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요란스럽게 이십 대와 이별 중이었다.
 
그날도 울적한 기분을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어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쉽게 앉을 수 있었다. 아직 저녁 일곱 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창밖은 밤처럼 깜깜했다. 속도를 내어 달리는 버스 덕분에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렸다.
 
고요한 차 안의 분위기, 창밖의 풍경과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이 센티한 감정을 고조시켰다. 여느 때처럼 핸드폰을 꺼내 지금 기분에 어울리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를 들으려 했다.
 
그런데 정적을 깨고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축하해, 서른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짧은 하루에 몇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가고


내가 꿈꾸던 사랑도 언제나 같은 자리야

시계추처럼 흔들린 나의 어릴 적 소망들도


그렇게 돌아보지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 없어

 

-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 중

 

 

나의 무드와 상반된 경쾌한 비트와 희망찬 노랫말이 들려왔다.

 

감정선이 툭하고 끊어져 버렸지만 이어폰을 꽂아 구태여 다른 노래를 듣지는 않았다. 대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에 끝까지 집중했다. 노래를 다 듣고 나니 괜스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열아홉 살 때로 돌아간 듯했다.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희망찬 미래를 꿈꿨던 열아홉 살로 말이다.

 

노래로나마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들으니 울적한 기분이 나아졌다. 나이를 먹으면 타인의 격려와 응원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이십 대를 잘 보냈고, 서른이 되어도 모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따뜻한 말을 말이다. 울적한 기분을 달려준 것은 구슬픈 멜로디와 음울한 가사가 아닌 누군가의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이었다.

 
이십 대와 서른의 경계에 놓인 스물아홉 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미련을 가지냐 앞으로 맞이할 시간을 내다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느냐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뒤돌아 있는 것이 익숙해 과거를 바라보며 떠나간 시간을 그리워했지만, 우연히 들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는 나를 돌려세우고 앞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앞에는 기대할 만한 무수한 시간이 놓여 있었다.
 
삼십 대의 삶은 어떨까. 찬란했던 이십 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수한 성공과 실패를 겪고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취향을 닮아가며 이게 사랑이려니 느끼는 순간도 맞이할 것이다. 틈이 날 때는 가족들과 여행을 가며 두고두고 꺼내 볼 추억들을 가득 만들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이 아직 살만하구나 하고 감동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른아홉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빠르게 흘러간 시간에 야속함을 느끼며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른의 끝자락에도 마흔의 끝자락에도 어느 나이의 끝자락에도 후회와 미련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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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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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성진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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