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세이를 읽는 사람의 마음 [사람]

우리는 수많은 문장들을 통해 동반자가 된다.
글 입력 2022.09.2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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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언젠가부터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내뿜는 섹션이 있다. 다름 아닌 에세이(수필)다.

 

범주를 불문하고 모든 업계 종사자들을 비롯해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놓인 책장, 그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 이곳을 지날 때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이곳에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또 무엇을 찾았는지 궁금해진다.


한강,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최승자, 정세랑, 이슬아...

 

나의 책장 한편을 차지한 에세이들은 모두 누군가를 궁금해하는 마음의 시작이었다. 어쩌다 보게 된 그 사람의 문장이 좋아서, 또 어쩌다 본 그 사람이 쓴 칼럼이, 인터뷰가 잔상에 오래 남아서, 함께 실린 기사 사진이 멋져서.

 

좋아하는 마음의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대상을 정교하게 좁혀나가는 데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았다. ... 모호함을 덜어내고 확신을 보석처럼 꽉 쥐는 일의 충족감이 있었다.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이 쉬워진 세상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분명 더 행복하지 않을까?

 

-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中

 


에세이의 힘은 자신이 직접 전하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에 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적은 것이든, 그것이 100% 창작이든, 경험이든 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에세이가 가진 힘은 결코 작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게 에세이를 읽는 일이란 대체로 소위 ‘덕질’로 정의되는 취미생활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지만, 누군가에겐 일상 속 환기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지표일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란 그 사람을 나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수많은 문장들을 통해 동반자가 된다. 작년 여름 나는 정세랑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이렇게 썼다.

 

- 정세랑의 글을 읽다 보면 모방하고 싶어질 만큼 좋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삶에는 축적된 시간만큼 곧은 가치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것들을 읽어내며, 모방하고 싶어질 만큼 좋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내 좁은 시야가 조금씩 틔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꼭 이 험난한 세상을 저 멋진 어른들처럼 다정하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

 

1년 사이 어떤 세상을 일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멋진 어른들의 글을 찾아 서점을 서성인다. 여전히 이 험난한 세상을 저 멋진 어른들처럼 다정하고 힘차게 살아내기를 바라면서.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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