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꺼내먹어요 - 책 '위로의 미술관'

필요한 순간 펼쳐읽는 책
글 입력 2022.09.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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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 자신의 결핍이 너무 큰 구멍처럼 느껴지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시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그림을 만나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에는 힘이 있다.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힘이다. 그 힘은 내가 약해진 순간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사연 없는 그림은 없지만, 한순간에 와닿는 그림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술과 소통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그림책이 좋다. 상비약처럼 책꽂이에 두고 위급할 때 보면 안정을 찾게된다.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꺼내먹어요'의 가사에는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라는 내용이 있다. 나에게 그림책은 피곤할 때 먹는 초콜릿,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맛있는 음식 같은 것이다.

 

내게도 위로를 안겨준 작품들이 몇 있다. 조르주 쇠라의 ‘봄의 몽마르트르 생 뱅상 거리’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다. 미술이 뭔지 몰라도 감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릿한 거리의 끝자락은 ‘곧 좋은 일이 너를 찾아올 거야.’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렇게 책 속에 복사된 그림을 한참 동안 보았다. 그리고 곧 그림 앞에 앉아있던 화가가 궁금해졌다. 얼마나 오래 앉아서 그렸을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하는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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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미술관>은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화가들의 삶과 함께 그림 이야기를 쉬운 말로 다정하게 풀어낸다. 모든 예술과 문화가 그렇듯 그 뒤에는 사람이 있다. 개인의 삶은 그들 특유의 성격과 마음가짐과 철학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그림은 그 과정에서 영향받으며 탄생하는 것 중 하나다.

 

누군가의 삶으로 위로받는다고 한다면 이상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위안받은 부분은 화가들의 힘든 경험이 아니다. 그들이 한 사람으로, 화가라는 직업인으로 삶의 이유를 찾아 나가며 소신을 지켜나갔다는 점이 가장 큰 위로를 전해준다. 과정에서 휩쓸리는 여러 풍파와 시련은 그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림을 배우지 않고도 노년에 이르러서 작가로 인정받는 그랜마 모지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앙리 마티스가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그렸다는 걸 알게 됐고, 그의 삶에 더해진 작가의 이야기는 감동을 더한다. 나는 세잔의 삶을 통해 위로받았으며 그가 붕대를 감으며 그리던 노년시절의 그림은 어땠을까 찾아보게 됐다. 고흐를 보며 슬퍼하고 르누아르의 생각을 읽으며 감명받았다.

 

우리는 자기 삶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게 흘러갈 때 자신을 탓하게 된다. 인생에는 정답은 없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있을 뿐이라지만 정작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 때문에 상처받는다.

 

이 책은 그런 아픔을 콕 집어서 상처받은 마음에 열심히 위로를 전해준다. 나이로 자기 삶을 재단하는 이들에게 늦은 때란 없다고 말해주고, 열정의 시기에 변화를 추구하는 당신의 선택이 맞다고 끄덕여준다.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읽어 내려가기 보다는 필요한 순간 마음에 와닿는 페이지를 꺼내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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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지칠 때, 방 한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이 여기 있다. 아픈 마음을 열어보기 어려울 때 책을 열어보자. 그림이 내가 찾기 어려운 감정을 꺼내줄 것이다.

 

내가 뭉쳤던 커다란 눈덩이의 감정은 해가 들면 사라질 오해의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어려운 순간보다는 밝고 아름다운 순간을 조명하여 그림으로 남긴 화가들처럼 우리도 현재의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있다.’  - 앙리 마티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답니다.’ - 오귀스트 르누아르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 라울 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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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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