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강렬한 예술, 영화 -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글 입력 2022.09.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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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하고 신비로움을 표하는 보라색으로 겉표지가 물들은 이 책은 <씨네 21>, <방구석 1열>, <무비 건조> 등 영화 콘텐츠를 통해 영화적 입담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주성철 평론가의 글이다. 20여 년간 말과 글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치열하게 모은 흔적을 엮은 첫 번째 영화 평론집이라고 한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의 목록을 살펴보면 기존 영화 평론집과는 약간 다른 낌새가 있다. 영화를 한 편씩 나열해 설명해가는 구성과는 다르게 제1전시실부터 제4전시실이라는 카테고리를 보여줌으로써 마치 도서 전시관에 온 듯한 느낌을 열거한다.

 

세계적으로 영화광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감독들의 세계관을 읊어주는 <감독관>, 영화 속에서 매력적인 배역을 부여받아 점차 무르익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관>, 장르라는 렌즈를 통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사유해 볼 수 있는 <장르관>, 거장들의 영광스러운 시작을 발견하는 <단편관>까지 눈여겨볼 수 있는 호기심을 선사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영상미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재미와 감동을 맛보게 한다. 그러나 재밌게 본 영화여도 영화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해 책을 보는 행위를 즐기는 독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마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이유일 것인데, 주성철의 ‘영화 수다’는 영상미랑은 별개로 활자가 얼마나 영화 속의 신비로운 정보를 세밀하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 기준(2022-09-02)으로 나온 지 2달도 채 안 된 따끈따근한 신작으로 <기생충>, <미나리>, <헤어질 결심> 등 한국 영화의 대변혁기를 선도하고 있는 최신 작품들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전에 작가의 말을 먼저 살펴보면 영화 평론가 주성철이 영화에 진심인 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깝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매 순간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화가 좋아지는 기적과도 같은 경험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이렇게 보니 영화가 더 재밌네!’ 정도의 감정을 느끼게 하며 영화를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전했다. 즉 독자들은 영화 비평, 영화 해설, 영화 이야기 같은 구별 짓기를 떠나 그저 독자들이 궁금했던 영화를 다시 열어보고 새로운 영화를 소개받는 영화와의 스킨십 정도로 생각하면 마땅할 것이다.

 

 

 

제1전시실 : 감독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감독들이 소개되어 있다. 한국 영화사에 빼놓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장 감독들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나홍진, 김기영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요르고스 란티모스, 마틴 스코세이지,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영화역사 핵심 감독들의 이름이 이어진다. 총 10명의 감독이 항상 기대 이상치의 각자의 영감에서 독보적으로 예술적 발현을 만들어내는 세계를 따라가면 끊임없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이 도약하는 순간이 보인다.

   

가장 심오한 인간 욕망이라는 테마로 독보적인 예술적 발현을 만들어가는 박찬욱,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관찰하며 어딘가 표출되는 어긋남 속에 디테일을 찾아 완벽함을 추구하는 봉준호,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는 깨달음을 작품 세계로 들여온 일본의 유명 감독 고레에다 히로가즈까지. 이들은 세상에서 평범하게 지나 넘어갈 수 있는 무언의 중요한 핵심을 확장시키고 예술로 승화시켜 언제나 자신만의 영화적 영토를 넓혀간다.

 

또한 보기 어려운 장르로 영화인들이 영화관에서 긴장하고 눈을 감게 만드는 묘한 미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나홍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나아지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켄 로치. 또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원초적 광기를 다루는 김기영과 천재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봉준호를 비롯해 후배 영화인들에게 끼친 영향, 언제나 독보적인 장르로 개봉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류승완, 장르 탐식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면면들이 초반에 열거되어있다.

 

 

 

제2전시실 : 배우관



감독의 똑똑한 영감에서 영화가 탄생한다면 독보적인 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은 단언컨대 배우들이다. 촬영 내내 감독과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 아이디어도 함께 구상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역할에 매진하다 보면 관객에게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여전히 한국 영화하면 빠질 수 없는 윤여정, 전도연, 봉태규, 공효진, 설경구와 메릴 스트리프, 주성치,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이라는 사랑스러운 영화인들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며 즐겁게 나열된 글이 펼쳐져 있다.

 

배우들마다 캐릭터에 가까워지고 분석하는 방법에 늘 고군분투일 테지만 관객들에게 최종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완성도 있는 연기 표현법은 언제나 극찬 받기에 마땅하다. 감독이 배우에게 “어떤 느낌인지 알지?” “알아서 잘 만들어줘”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감독의 손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 피어오르고 무르익을 수 있도록 그 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작품의 이해도가 넘쳐야 한다.

 

 

 

제 3전시실 : 장르관



감독과 배우가 영화 밖을 운용하는 감각이었다면 장르는 영화의 내부를 깊게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된다. 3전시실에는 홍콩 누아르, B무비의 거장들, 프랑스 영화, 흑인 인권 영화, 한국 공포영화, 미국 선거 영화, 한국 선거 영화, 저널리즘 영화 등을 포함한 11가지의 주제를 탐색한다.

 

장르 영화는 컨벤션이라 불리는 관습이 큰 특징이다. 관습이라는 것은 그 안에 포함되어 삶을 살아가는 대중의 무의식이 반영되기 때문에 장르 영화는 포괄적인 역사나 사회 관념을 담게 된다. 장르 영화는 변주하고 발전되며 더 나아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의 물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힘이 있다.

 

즉 영화라는 예술적 작품은 재미와 감동만 주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영화로 한 시대를 깊게 사유하는 방법에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제 4전시실 : 단편관


 

박찬욱과 봉준호도 단편으로 시작했을 때가 있었다. 두 거장들의 단편 세계를 탐구한 치밀한 이야기들이 다뤄져 있다.

 

박찬욱은 2010년 이후에도 쭉 단편 작업을 찍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참여하며 단편의 형식을 가리지 않는 영화 속 애정도가 짙게 묻어있다. 또한 박찬욱의 친동생 박찬경과 공동으로 파킹 찬스라는 단편 프로젝트 그룹을 꾸리는 것을 보아 박찬욱의 영화 애정은 방식과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게 뻗어나가는 기로를 살펴볼 수 있다.

 

봉준호 또한 <백색인>과 <프레임 속의 기억들>같은 짧은 단편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을 거쳐 <기생충>으로 이어지는 그가 걸어온 영화 속 걸음에는 언제나 봉준호만의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다. 한결같이, 변함없이 깊게 사유한 이야기들을 영화 속의 형태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걸 깨닫는 순간 봉준호 감독의 뚝심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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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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