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심리학자의 시선이 담긴 '오징어 게임 심리학' [도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생존 심리학
글 입력 2022.09.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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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오징어 게임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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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꼽아본다면 모두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456억의 상금을 위해 456명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은 오징어 게임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군가는 자극적인 내용과 대비되는 화사한 공간 디자인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한국적인 게임 요소들이 흥행 요소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인 장프랑수아 마르미옹은 오징어 게임의 현실성에 주목했다.

 

가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 속 내용은 진짜 세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그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역시 오징어 게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잔인하지 않은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임은 훨씬 더 사실적이고 노골적이며 현실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게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생존이다. (p.47)
 

 

오징어 게임의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인물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는 냉혈한이 된다. 사채까지 쓸 정도로 답이 없어 보이는 도박 중독자인 주인공 기훈은 게임 속에서는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기훈 역시 게임을 함께할 짝을 찾을 때는 노인 일남과 한 팀이 되는 것을 꺼린다.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을 단면적으로만 판단하려 한다면 우리는 금방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한밤의 난투극에서 자신을 공격한 인물을 죽인 사람은 악한 것인가? 스스로 게임에 참가한 인물들을 보면 언제라도 돈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보기 위해 게임에 참여했을 뿐이다.

 

저자는 오징어 게임이 생존을 위해 어떤 이상이나 신념도 없이 가야할 방향을 상실한 이 시대의 모습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끝내 사람이 되지 못한 피노키오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망가진 목각 인형, 타인을 희생시켜야만 살과 피의 감각을 되찾는 그런 인형 말이다. (p.129)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에는 엄청난 반전이 펼쳐진다. 게임 속 참가자 1번,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최약체 노인, 기훈과의 구슬치기 게임에서 패배해 목숨을 잃은줄만 알았던 오일남은 참가자도, 진행 요원도, 프런트맨도 아닌 호스트였다.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졌지만 불행했던 일남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이를 할 때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거대한 게임을 설계하고 스스로 그 안의 말이 되었다. 천진난만하게 즐기던 놀이들이 수백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앗아가는 악몽이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권태와 무기력을 달래기 위해 잔혹한 게임을 개최한 일남을 헛된 망상에 빠진 추악한 목각 인형이라고 진단했다.

 

목각 인형 같은 일남의 시선을 끈 사람은 바로 456번 기훈이었다.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공경하는 모습, 달고나 게임의 성공 방법을 기꺼이 공유하는 모습, 등 번호를 양보하는 모습, 그리고 (아마 다른 곳에서 지켜봤을) 마지막 게임에서 경쟁자인 상우를 죽이지 않는 모습은 일남의 흥미를 끌었을 것이다.

 

비인간적인 상황에서도 정의로운 태도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보호한 의인들, 전쟁 상황 중에 적군을 살려준 수많은 퇴역 군인들의 모습을 본다면 세상 곳곳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훈 역시 끝까지 자신의 양심과 존엄을 지켜낸다. 결과에 상관 없이 게임을 중단하자고 설득하며 상우를 구하려 한다. 그리고 기훈은 상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최후의 승자가 된다. 456억원이라는 상금을 받고도 한 푼도 쓰지 않은 기훈은 일남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일남과의 마지막 내기에서 자신이 옳았음을 알고나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희생자들의 남겨진 가족에게 금전적인 여유와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난 뒤, 기훈은 평안한 삶이 아닌 호스트와의 전면 대결을 선포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제작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시즌2에서는 어떤 세계를 다룰지 기대해 본다.

 

도서 <오징어 게임 심리학>을 통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심층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과 게임 속 규칙들이 현대사회의 생존 심리학과 맞물리는 부분들을 보면서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콘텐츠였기 때문에 전 세계인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즌2는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지 상상해보며 책과 함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감상해보려 한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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