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 영감이 되었던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글 입력 2022.08.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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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AN MAIER


 

주말에 방문했던 비비안 마이어 사진 전시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영감이 되었던 전시였기에 이렇게 글로 기록해두고 소개하고 싶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그녀의 사후에 공개되고 나서, 폭죽이 터지듯 폭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그녀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소개하는 글에 첨부되어 있던 몇 장 안 되는 사진만 보아도 사진이 되게 멋지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어 그녀의 사진이 더욱 궁금했다. 그래서 비비안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 작을 포함한 270여점의 사진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회에 방문하게 되었다.

 

 

[포맷변환][크기변환]2.뉴욕, 1954년.jpg

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그녀의 사후에 그녀의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에 의해 우연히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이유로 그녀의 사진을 스스로 공개하지 않았는지, 어떤 의미로 사진을 찍었는지-그녀의 삶과 작품 자체가 미스테리에 싸여 있기에 더욱그녀의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와, 당대의 거장들과 비견될 만한 사진 실력을 가졌음에도 사진가로서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단지 당대에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보았던 풍경을 조용하게 담고 싶을 뿐이라는 듯한 그녀의 행적이, 그녀의 작품에 더욱 흥미를 갖게 만든다.


혼자서 조용히 책을 넘기고 있는, 어딘지 말수가 적고 우울해보이는 아이의 내면에서 사실은 오색찬란한 세상이 가득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러시아 스파이 같기도 하고, 꿋꿋하고 조용하고 키가 큰 말괄량이 삐삐 같기도 한, 신비한 비비안 마이어의 눈과 마음에는 이렇듯 굉장히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주변의 사람들과 풍경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토록 멋지게 포착해낼 수 있었던 건 그런 세계가 내면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비안 마이어는 지나치거나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또한 그 눈길에 연민과 애정과, 날카로움과 자신이 품고 있던 가치들을 담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순간순간 놀라운 인상을 받으며 그녀의 사진들을 감상했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나서 느꼈던 멋진 점들과 영감을 몇 개 공유해보려 한다.


 

 

어쩜 우리의 삶은 이미 영화일지도


 

비비안 마이어가 촬영한 거리의 사람들은 흑백으로 담겨있었다. 사람들은 앉아있거나, 걸어가고 있거나, 옹기종기 모여있거나 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었지만, 마치 영화나 연극 속 등장인물처럼 이야기를 품은 채 특별한 존재로 사진 속에 담겨있었다.


그녀의 사진은 영화의 장면을 일시정지한 것처럼 그 순간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방식으로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족하거나 갑갑한 느낌없이, 정제된 영화처럼 익살스러움과 평범함, 사랑스러움, 안타까움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겨 있었다.


구도와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흑백의 대비를 잘 사용하여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순간이었을 장면을 주인공의 특별한 장면처럼 담아낸 듯 했다.

 

 

[포맷변환][크기변환]5.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jpg

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여러 사진 중 가장 '이거다' 싶은 사진을 고르는 눈


 

전시회에서는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진 뿐 아니라, 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여러 번 셔터를 눌러 포착된 연속사진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유명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 아빠가 아기를 안고 있고, 그 아기가 풍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사진이 있다. 마침 풍선이 아빠의 얼굴을 가려 아이의 모습에 집중하게 되는 사진인데, 그 사진이 한 번 찍어 얻은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전시회로 알게 되었다.


천재 사진가라는 인상 때문에 한 장 찍으면 그 한 장이 바로 모든 구도와 색조와 분위기를 다 담아낸 완벽한 결과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눈길을 포착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면서 그 중 가장 의도했던 느낌과 장면이 가장 잘 표현된 사진으로 선택하고, 크로핑을 하고 색조를 선택하였다는 사실이 왜인지 신기했다.


사람 자체의 캐릭터가 강해서 사진을 찍을 때도 한번에 완벽한 장면을 포착해내는-그런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인상과는 달리 비비안 마이어는 섬세하고, 신중하고, 따뜻하고,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포맷변환][크기변환]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jpg

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시끌벅적한 순간을 어여쁘게 바라보게 해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몸짓을 촬영할 절호의 기회인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 귀환 축하를 위해 저마다 꾸미고 다니는 모습'

 

 

비비안 마이어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 대한 설명이다.

 

축하할만한 기쁜 날에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단장하여 준비한 모습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통해 보면 되게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알록달록하게 꾸민 사람들의 저마다의 상기된 모습과 복작복작하게 즐거운 모습. 각자의 감정과, 그 순간의 분위기가 시끄럽지 않고 즐겁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축하행사나 축제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모습을 시끄럽고 정신없게만 생각했었는데, 저마다 그 날에 각자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꾸미고 모인 모습이 또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이, 그녀의 시선으로 보니 참 예뻤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서,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본 비비안 마이어에 관한 영상에서 한 사람이 그녀에 대해 평한 내용 중 이런 표현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온기와 이해와 장난기 / 유머와 비극을 볼 줄 알고 / 빛과 주변에 대한 아름다운 감각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말.

 


전시회를 보며 느꼈던 그녀와 그녀의 사진에 대한 인상을 너무도 압축적으로 나타낸 말이라 기억에 남았다. 평소 주변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는 사람이거나,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그저 좋은 전시를 보고 싶은 이에게 이번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VIVIAN MAIER)을 추천한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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