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무도 몰랐던 보모의 이중생활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글 입력 2022.08.28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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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 Knock, Knock"

 

비비안 마이어가

유모로 일하며 아이들과 하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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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푹 눌러쓰고, 셔터를 누르는 보모의 이야기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사진 중에서 제일 먼저 알았던 사진이라고 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거울을 보는 듯, 카메라를 보는 듯, 모호한 시선 속에 그녀는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사진들은 그녀가 살아있을 때에 빛을 보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15만 장의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스스로 그 사진을 드러내지 않았다. 큰 키에 군화와 같은 부츠를 착용하고, 모자를 눌러썼던,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그녀는 타인에게서 자신을 숨기는 것에는 성공하였지만, 그녀의 시선만은 이렇게 발굴되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그녀의 시선이 갖고 있는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본 전시를 통해 보모라는 하나의 직업만이 정의되었을 그녀의 이중생활,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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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1960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그녀의 카메라는 롤라이 플렉스였다. 가슴이나 복부 쪽에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촬영하는 탓에(그래서 로우 앵글이 되는), 위장하기 좋은 카메라라고 불리는 카메라라고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듯한 카메라로 그녀는 거리의 사람들을 촬영했다. 우주 비행을 축하하는 축제 날에도 그녀는 우주 비행이라는 사건보다,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거리의 사람들을 영상으로, 사진으로 남겼다. 그렇게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만 그녀는 머물렀을까?

 

비비안 마이어는 정면으로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촬영했다. 아주 정직하게. 이렇게 카메라와 피사체가 마주하게 되면, 놀라거나 불편하고, 무심하거나 엄숙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등 다양한 표정이 셔터 한 번에 남게 된다. 이러한 사진은 사진가와 모델의 관계가 드러나는 개성 있고 위트 있는 순간의 기록이다. 이처럼 비비안 마이어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면서도 사진을 통해 안전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녀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속 가치들은 이러한 지점에서 매력적이다. 단순히 정형화된 무언가를 찍기보다 그 찍은 다음을 상상하게 하거나, 피사체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은 셈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그녀가 남긴 사진들 중 사람들의 뒷모습은 꾸며지지 않은 피사체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도 쉽게 꾸밀 수 없는 뒷모습을 남기면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남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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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자연스러움을 촬영한다는 지점에서 비비안 마이어가 특출났던 사진 분야가 있다. 바로 아이들을 촬영하는 일이었다.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평생 보모로 살아왔던 그녀는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을 사진에 그대로 담아내었다.

 

그 아이들은 그녀가 돌보는 아이들 위주였는데, 사진 외에 그녀의 또 다른 취미였던 영상과 녹음 자료들을 본 전시에서 만나며 그녀가 '보모'라는 본업에 얼마나 열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역할극을 하고,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과정을 남기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세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이끌었다. 그녀와 아이들의 놀이 사이에서도 카메라는 늘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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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955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거울 셀카의 원조,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작품들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거울 셀카다. 과연 그녀가 남긴 거울 셀카는 최근에 유행하는 거울 셀카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선에서 본인의 모습을 잘 숨기던 그녀가 그런 거울 셀카의 원조라니 뭔가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자신의 모습을 찍는 과정 속에 그녀는 본인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또는 그림자로, 또는 계속된 복제로 표현했다. 이처럼 다른 사물들을 통해 비치는 모습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은유적인 표현이 된다. 특히 그녀의 그림자와 함께 꽃들이 찍혀 있는 사진을 보며, 그날 그녀의 기분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그녀의 사진 속 여백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본 전시에서는 사진 촬영이 대체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딱 세 군데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모두 거울 소품이 있는 포토존이다. 그녀의 사진을 오마주 할 수 있는 그 거울 앞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거울에 비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타인이 보는 나와 이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녀가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꾸미지는 않았겠지만, 늘 매개체를 두고 자신을 촬영했다는 지점에서 그녀의 거울 셀카가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담긴 사진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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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본 전시는 그녀의 삶을 그녀의 사진을 통해 그려보고,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미공개 사진들과, 그녀가 남긴 영상과 습관처럼 녹음한 녹취 자료들까지. 그녀의 삶에 노크를 할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 되돌아오는 길에, 잠시 쉬고 있던 필름 카메라를 챙겨 출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진들을 보고 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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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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